LG엔솔과 다른 이유…KT "상장시 자회사 주식 현물 배당"
구현모號, 이번이 네 번째 탈통신 분사…본체 약화 우려
KT새노조 "모처럼 성장 기대 분야인데…통신만 희생시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KT가 성장 잠재력이 높은 클라우드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부를 별도법인으로 분사한다. 지난해 1월 KT스튜디오지니를 시작으로 네 번째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사업) 분사 행보다. 다만 KT의 이번 분사를 두고 증권가와 내부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주주들 사이에선 제2의 LG에너지솔루션 사태를 피한 분할의 모범사례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반면, 일각에선 유망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분리하면서 본원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부정적 시선도 나온다.
KT클라우드, LG엔솔과 다르다?…증권가 "분할의 우수 사례"
2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는 오는 4월 1일 클라우드와 IDC 사업부문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리해 법인 ‘KT클라우드’를 신설할 계획이다.
KT는 감정가 기준으로 1조6212억 원의 현물 자산과 1500억 원의 현금을 출자해 KT클라우드가 발행한 신주 1771만 2048주를 취득한다. KT클라우드가 KT의 100% 자회사인 형태다. KT 측은 분사 이유에 대해 “클라우드·IDC 사업의 가치를 제고하고 이를 전문기업으로 육성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T클라우드 출범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제2의 LG에너지솔루션 사태를 피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보내고 있다. KT가 당초 예상됐던 물적분할 방식이 아닌 현물출자 방식을 택하면서, 주가 훼손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회사를 물적분할한 뒤 상장시키는 일명 ‘쪼개기 상장’ 방식으로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카카오페이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물적분할을 진행하면 기존 모회사 주주들은 신설 자회사 주식을 받을 수 없는 데다,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 지분이 낮아지기 때문에 주가 하락 피해를 입게 된다.
반면, KT는 오는 3월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KT) 주주들을 대상으로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할 수 있는 정관 개정을 추진한다. 자회사 KT클라우드는 기업분할 관련 제도 개선이 법제화되면 이도 반영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투자자 보호까지 사전적으로 챙기는 우수한 사례(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 “신규 법인 상장 시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이 특징적(김준섭 KB증권 연구원)”, “별도 매출 성장을 드러낼 수 있는 자회사가 생기고 높은 밸류에이션 평가를 받는다면 오히려 전체 기업가치에 긍정적(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 등의 호평이 쏟아졌다.
내부에선 본원 경쟁력 약화 불만도…"통신 희생 댓가는 별도 회사로"
이번에 분리된 클라우드‧IDC 사업은 KT의 디지코 전략 메인 사업으로 꼽힌다. 해당 사업부의 매출 규모는 아직 4559억 원으로, KT의 전체 매출(24조 원) 대비 비중은 높지 않다. 다만 포화 상태로 인해 성장이 정체된 유·무선 통신 사업과 달리, 트래픽 증가로 인해 수요가 폭발하자 지난해 매출 성장률은 16%로 집계됐다.
특히 IDC 사업은 KT가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다. 최근 공공기관과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X) 움직임으로 수요도 커졌다. 클라우드 역시 KT가 지난해부터 내수에서 벗어나 해외 매출 확대를 선언하면서 공들이고 있는 사업이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유망 사업 부문들을 지속적으로 분리시키는 KT의 행보를 두고 비판도 제기된다. 본업인 통신 대신 신사업에 치중해 놓고 분할과 상장을 반복하면서 본원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구현모 대표이사 취임 이후 KT는 지난해 △KT스튜디오지니(콘텐츠) △KT시즌(OTT) △KT알파(커머스) 등 신사업 분야인 콘텐츠와 유통 자회사 설립을 추진해 왔다. 올해는 KT가 내세웠던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의 핵심인 클라우드 부문까지 본격적으로 분리하려고 나선 셈이다.
이와 관련, KT새노조 측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통신을 희생시켜 신규사업 진출을 모색하던 경영진이 모처럼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인 클라우드를 분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라며 "결국 통신분야는 비용절감을 통해 투자 원금만 대고, 그 성과는 별도 회사로 귀결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는 장기적으로 통신의 공공성과 KT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일자리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디지코 전환을 한다면 가뜩이나 회사의 성장의 과실로부터 소외되어 온 KT노동자들과 회사 경영진 간의 반목이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