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북, 이란, SWIFT 퇴출과 이에 따른 파장
SWIFT 배제가 러시아 경제에 미칠 영향력 예측
SWFT 이탈 움직임 포착…흔들리는 결제망 위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곽수연 기자]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 조치로 유럽연합(EU)은 러시아 7개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합의했다. SWIFT란 20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 있는 1만 1000개 이상의 은행과 금융기관 간의 지급과 송금 업무를 하는 역할을 하는 국제금융정보통신망이다. 따라서 앞으로 러시아 기업은 물론 개인도 수입대금을 지불하거나, 수출대금을 받기 어렵고, 해외에서 돈을 빌리거나 투자하기도 어려워진다. SWIFT 퇴출의 또 다른 의미는 러시아가 1만 1000개 이상의 세계 금융기관과 자본시장에서 차단됐다는 뜻이다. 이에 <시사오늘>은 과거 SWIFT에서 퇴출당한 나라와 이에 따른 파장 사례를 살펴보고, 현재 SWIFT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어떠한 파급력을 가져올지 진단하고, 미래 SWIFT위상이 지금처럼 위력적 일지 짚어봤다.
출범 초부터 인정받은 국제금융통신시스템…러시아 송금기간 1/10로 단축
새로운 국제금융정보통신망 도입으로 지금까지 최고 열흘가량 걸리던 독립국가 공동체나 벨기에 등지에 대한 송금이 24시간 이내로 단축된다. 획기적 국제금융통신시스템으로 불리우는 스위프트 시스템은 2일부터 국내은행 27개, 외은지점 24개가 회원 및 준회원은행으로 가입한 가운데 본격 가동됐다.
스위프트 시스템이란 지난 77년 유럽과 북미 주요 은행들이 국제은행간금융거래 정보교환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 구축한 금융기관 전용 국제정보통신망으로 지금까지 75개국 1881개 은행이 가입, 이용해왔다. 이 시스템의 개시로 회원 및 준회원들은 스위프트 전산망을 통해 송수인업무는 물론 은행간 자금이체 외환매매 외화자금의 예금 및 대출 추심 등의 업무를 24시간 연중무휴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한겨레> 1992.03.02
국제온라인결제가 구체화되면 국경이나 통화와 관계없이 막대한 자금이 은행단말기 버튼 하나로 수시로 이동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각 중앙은행은 자국의 민간은행에 대한 컨트롤을 할 수 없게 될 우려가 있다. 예를 들면 미(美) 컨티넨탈 은행 등과 같은 규모의 대은행 경영위기가 표면화되면 국제적인 자금인출이 순식간에 이뤄져 국제금융시장이 기능마비에 빠질 수도 있다.
때문에 BIS(국제결제은행)은 SWIFT에 대해 우선 결제온라인을 연기하도록 요청함과 동시에 BIS가맹선진국 중앙은행 사이에서 그 대응책을 협의토록한 것이다. <매일경제> 1985.01.21
이처럼 스위프트는 국제금융정보통신망으로 신속성, 편이성, 효율성 측면에서 출범된 당시부터 인정받았다. 따라서 SWIFT에서 배제 당한다는 것은 국제거래 대금지급과 송금이 비효율적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무기 개발로 SWIFT에서 퇴출당한 이란…금으로 원유수출대금 받아
2012년, 미국과 EU는 이란의 핵활동이 핵무기 개발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경제제재로 이란 중앙은행을 비롯해 30여 곳을 SWIFT에서 퇴출시켰다.
EU 이사회는 이날 27개 EU 회원국이 이란의 기업, 기관, 개인들에 대한 SWIFT 이용을 금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SWIFT는 앞서 "유럽연합(EU)의 입법안이 명확해지면 이란 자금 기관들에 조치를 취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12.03.15
핵무기 개발 의혹에 따른 SWIFT 배제라는 경제제재가 이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어땠을까.
터키가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면서 터키 리라로 지불하는데 금융제제로 인해서 이를 달러로 교환할 수 없게 되자, 이란은 터키로부터 원유 수출대금을 금으로 받았다. 때문에 터키와 이란 사이의 금-석유 물물교역이 활발해지면서 터키의 대(對)이란 금괴 수출이 438.2% 만큼 급등한 바 있다.
알리 바바칸 터키 부총리는 터키-이란 사이의 무역은 '금-석유 물물교역'과 같다고 지적하고 "터키가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면서 터키 리라화로 지불하는 데 이를 달러화로 교환할 수 없어 이란은 그 대금 만큼의 금괴를 터키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바칸 부총리는 금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출되고 있는 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터키 현지 언론매체들은 가방에 넣어 직접 운반한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한 전문가는 "개인이 터키 국외로 반출할 수 있는 금괴의 한도는 50kg으로 이란은 007 첩보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람이 직접 가방에 금괴 50kg 씩을 넣어 운반토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이는 터키 정부 모르게 이뤄질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2012.11.30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시험발사해 SWIFT 배제된 북한…금융기관 해킹으로 먹고살아
이란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핵 프로그램 개발과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시도해 서방세계로부터 금융제재를 받았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대북 제재의 효과를 높이고, 핵개발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을 2017년 3월 16일 SWIFT(국제결제시스템망·SWIFT)에서 퇴출시켰다.
국제결제시스템에서 퇴출당한 후 북한의 상황은 어땠을까.
외화벌이로 벌어들인 거액의 돈을 송금할 수 없어서 가방에 숨겨 밀반출하려다가 적발된 북한인들이 늘었다. 또한, 금융제재로 원유대금을 송금하지 못해 수입이 크게 제한돼 휘발유 가격이 급등했다. 여기에 북한은 대형 금융기관의 해킹을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했다.
북한이 국제결제시스템망(SWIFT·스위프트)에서 완전히 퇴출됐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현지시간) 런던발로 보도했다. 스위프트 측은 성명을 통해 "네트워크에 남아있던 4개 북한 은행들이 회원 기준을 더는 준수하지 않아 스위프트의 금융 메시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17.03.17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러시아 극동세관은 지난 7일 미화 2만5000 달러를 신고 없이 밀반출하려던 북한인 1명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극동세관 공보실은 해당 북한인이 가방에 돈을 숨겨 평양행 비행기에 탑승하려 했다며 압수된 100달러 신권과 구권이 뒤섞인 현찰 다발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 3월에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신고 없이 미화 3만3000 달러(한화 3700만 원)를 밀반출하려던 북한인이 세관 당국에 체포됐다. 이 밖에 지난해에는 몰타와 스리랑카에서 거액의 외화를 몸에 지닌 채 귀국하던 북한인들이 현지 세관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2017.06.09
김철 북한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소장은 10일 평양에서 일본 교도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의 휘발유 가격이 지난 4월께 1.5배 정도 올랐다"고 밝혔다. 중국이 공급하는 원유량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융제재로 대금을 송금하지 못 해 "수입이 크게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2017.07.10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금융제재로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특히 자동인출기(ATM)에 악성 코드를 심는 방식으로 한국의 대형금융기관에 대해서도 해킹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런 사이버 공격의 범위를 카지노와 금융소프트웨어 회사로 넓히고 있으며, 해킹으로 확보한 금융정보들을 중국이나 대만, 태국 등에 팔기도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연합뉴스> 2017.07.27
SWIFT 배제로 러시아 루블화 폭락, 달러화 사재기…"러시아, 5가지 이유로 결제망 퇴출 두려워하지 않는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7개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배제 대상으로 국책은행인 VTB 방크, 방크 로시야, 오트크리티예, 노비콤방크, 소브콤방크, VEB.RF, 기타 1곳 등 7곳이 지목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서방국가들이 러시아를 SWIFT에서 퇴출할 것이라는 예고에 루블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또한 자동화기기(ATM) 앞에서 달러화를 인출하려는 러시아인들의 장사진이 연출됐다. 아울러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의 유럽 자회사들은 부도 위기에 처했다.
금융 핵무기라고 불리는 SWIFT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어떠한 파급력을 가져올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8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롄에 따르면 중국 싱크탱크 징핑타이 탄하오쥔 연구원은 "러시아의 경제·금융이 엄중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23일 삼성증권도 보고서를 통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망에서의 러시아 퇴출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가장 가혹한 경제제재라고 평가했다.
유승민 글로벌 투자전략팀장은 "달러 등 주요 통화에 대한 루블의 교환 기능이 제약받아 러시아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제재가 장기화하면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입힐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러시아가 SWIFT 제재를 두려워하지 않는 5가지 이유를 설명하며, 러시아의 SWIFT 퇴출이 경제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인민대-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러시아 연구센터 왕센쥐 부주임은 5가지 이유로 △러시아의 독자적 금융정보 플랫폼 구축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 감축 △대외무역에서의 루블화 결제 비중 제고 △일부 은행만 배제하는 데 따르는 한계 △충분한 외환보유액 등을 거론했다.
먼저 러시아 중앙은행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 이후 독자적 지급결제 시스템인 SPFS(System for Transfer of Financial Messages)를 만들었다. 왕 부주임은 작년 5월 기준 러시아 국내 송금의 20%가 SPFS를 통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달러 비중이 4년 전 40% 이상이었지만 작년 기준으로 16%로 대폭 낮아졌다. 러시아가 대외 무역에서 루블화 결제 비율을 높인 것도 'SWIFT 제재'를 견디는 힘이라고 왕 부주임은 분석했다.
아울러 SWIFT에서 배제될 대상이 러시아 은행 전체가 아닌 일부라서 미국과의 에너지 거래대금 결제에 사용되는 일부 러시아 은행은 SWIFT에 잔류하게 되리라는 점 역시 러시아의 '버티기'에 힘을 싣는 요인이라고 그는 꼽았다.
마지막으로 지난달 18일 기준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6432억 달러(약 775조 원)로 러시아가 "충분한 재정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왕 부주임은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 작전이 길어져 미·유럽 등 서방의 각종 제재가 심화하고, 러시아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이 따라가지 못할 경우 러시아의 금융·경제적 곤란도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흔들리는 SWIFT 위상?…주목받는 '중러 위안 직거래'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 일부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하는 제재를 발표하면서 중국의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양국 간 교역에서 CIPS를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CPIS는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자 2015년 만든 독자적인 국제 위안화 결제 및 청산 시스템이다. 출범 당시 참여 기관은 중국은행 11곳과 도이체방크, HSBC, BNP파리바, 오스트레일리아앤뉴질랜드뱅크 등 외국 은행 8곳이었다. 현재 참여 기관은 103개 국가의 1280곳으로 늘어났다.
외신 SCMP는 "CIPS는 600여 곳에 가까운 중국은행을 포함해 200개 국가·지역의 1만 1000개 금융기관에서 사용하는 스위프트보다는 훨씬 작다"면서도 "CIPS가 스위트프 등 미국이 통제하는 글로벌 결제 시스템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왕융리 중국 하이왕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스위프트가 러시아와 자금 교류를 차단한다면 스위프트 대체재가 나타나는 것을 촉진해 달러화와 유로화의 국제적 위상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세계가 심각하게 분열돼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 진영을 형성하게 되면 경제 세계화 발전에도 극심한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 위안화를 이용한 국제 결제 비중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추세다. 지난달 17일 상하이증권보는 SWIFT 통계를 인용해 지난 1월 위안화 국제결제비중이 3.2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위안화 비중은 달러화(39.92%), 유로화(36.56%), 파운드(6.30%)에 이어 4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 수년간 중국은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위안화 국제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여기에 2018년 발발한 미중 무역을 계기로 미중 신냉전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중국은 추후 미국이 자국을 SWIFT에서 배제하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위안화 독자 지대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중국,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조차 지난 2016년 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는 국제결제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트럼프 집권 당시 이란핵합의를 두고 유럽과 미국이 갈등을 빚자 독일 정부는 미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금융결제망을 구축하자는 의견을 제기했다. 당시 하마스 마코 독일 외무장관은 "미국이 유럽을 희생시키는 행동을 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유럽 통화기금(EMF)과 독립적 스위프트(SWIFT) 시스템을 만들어 유럽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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