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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핵심키워드 ‘안철수’에 대해 말해줄 정치평론가 3인방이 모였다. 김재한 정치평론가의 주제별 진행 아래 <안철수를 알고싶다>의 저자 윤문원 칼럼니스트와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가 토론에 참여했다. '안철수를 말한다' 토론은 16일 <시사오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주>
토론참가자
사회자: 김재한 정치평론가
토론자: 윤문원 칼럼니스트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인맥 없는 게 약일까, 독일까?”
김 : 안철수가 출마한다는 전제하에서 사안을 짚고 넘어가보자. 제일 문제는 안철수가 갖는 인맥의 한계성, 시스템적인 정치적 기반이 없다는 얘기다. 적어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조직이 있었고 쉐도우 캐비닛(shadow cabinet)을 할 수 있는 인맥들이 있었다. 안철수는 사람이 없는데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있다고 보나.
윤 : 오히려 이게 장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간의 정치권은 끼리끼리 정치문화에 기반을 뒀다. 안철수는 본인이 신세 진 상황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인재들을 쓸 수 있다. 인사 자체가 측근인사들만 쓰는 것도 아닌데 대통령 자리에 오는데 있어 그걸 염려하는 것은 난센스란 생각이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측근인사를 쓰라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강 : 측근과 정치세력은 다르다. 정치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이념과 목표를 같이 공유하고 국정운영에 대한 공감대를 갖는 것이다. 대통령은 개인을 뽑는 자리가 아니다. 국가운영이 어느 방향으로 가겠다는, 대통령을 통해 정치세력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안철수는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이는 불행한 일이다. 소위 말해 MB가 여의도 정치하지 않겠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소위 기존 정치권이 아닌 386중심으로 정치를 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면 이들 정권에 대해 우리는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이 원인은 무엇인가. 이들은 중요한 실수를 했다. 두 정권 모두 국정운영을 개인의 리더십으로 국한해 봤다.
윤 : 출마선언을 하면, 포럼형식이든 어떤 형식이든 정치세력의 면면을 보이리라고 본다. 안철수는 인재와 인사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가진이다. 특출한 요소에서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들을 써서 믿고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다. 안랩 쪽을 보면 혈연학연지연인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정치세력 유무를 염려할게 아니라 국가 인재를 보는 눈을 봐야 한다.
“국정수행능력 있다, 없다?”
김 : 중소기업 성공이 국가 경영을 맡을 정도로 같은 범주로 볼 수 있는가. 중소기업 경영하고 국가경영은 다르다. 이 둘을 동일한 선상에서 볼 수 없다. 중소기업경영은 1인이 모든 의사결정을 할 수 있지만 국가경영은 갈등조정과 전체를 판단할 수 있는 비전, 다양한 시각, 판단력 등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인기 위주로 넘어갈 수 없다. 안랩 기업경영능력을 평가에 비춰 국가 경영 역시 전체적으로 우수하다, 잘할 수 있다, 이렇게 도식할 수 있는가.
강 : 정치는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바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 분야 속에서 오랫동안 체화된 직감이 필요하고, 정치인으로서 이런 의사결정은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그런데 비정치인에게 대통령이라는 최고의사결정 포지션을 준다는 것은 우리 국민이 도박하는 것이다. <안철수의 생각> 책을 보면 시대정신으로 정의 복지 평화를 언급했다.
안철수가 한국정치 문제를 치유해야겠다고 한다면, 한국정치의 근원적 문제에 대해 인식해야 하는데, 그런 게 나와 있지 않다. 한 예로 현기환 현영희 의원이 공천비리 관련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안철수는 공천신청을 한 번도 안 해봤다. 이럴 때 공천심사제를 폐지하자, 이런 접근을 해야 하는데 한 번도 공천신청 안 한 상황에서 관련 배경을 이해하고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 : 그런 식으로 따지면 정치권에 물든 사람만 필요하다는 건데, 새로운 발상 전환을 이룰 수 없게 된다. 안철수는 삼십 대 후반부터 DJ 정부의 정책자문위원을 했다. 그 이후 미래기획위원, 성장동력위원장, 대검찰청 자문위원 등의 임무를 통해 국가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개진을 충분히 했다. (사이) 안철수를 중소기업 운영하다가 대통령에 출마하는 이로 인식한다면 이는 국민 마인드와는 동떨어진 얘기다. 국민이 지금 중소기업 사장에 미쳐서 이 정도 지지율을 보내는 건가.
강 : 사실, 안철수에 대해 코멘트 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저도 <힐링캠프>와 책을 보면서 안철수에 대한 인간적 신뢰를 가졌다. 하지만 자연인 안철수를 얘기하는 게 아니지 않나. 어쩌면 철저한 자연인은 훌륭한 정치인이 될 수 없을지 모른다. 최근 정치평론가들이 꼽은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을 언급하자면, 정치가적인 자질, 사상가적인 자질, 경영자적인 자질, 운동가적인 자질이 있다. 정치가적 자질은 결단력, 사상가적 자질은 시대정신, 경영자적인 자질은 다양한 이해관계 조정 능력, 운동가적 자질은 대중과의 스킨십을 말한다. 문제는 이런 4가지 기준으로 안철수를 평가하려고 하니까 평가할만한 자료가 없다.
“경제민주화 그리고 재벌개혁”
김 : 재벌 대기업도 우리 경제의 한 축이다. 대기업을 적대시하는 경제는 국가 경제의 균형 발전을 불가능하게 할 수 있다. 안철수와 경제민주화 그리고 재벌개혁에 관해 얘기한다면.
윤 : 안철수는 경제민주화라는 말을 안 쓴다. 그는 대기업 존재 자체를 충분히 인정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추구한다.(사이)안철수 식의 대기업에 대한 비판은 뭐냐면 독과점 위치에 놓인 대기업의 종속적인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다.
강 : 안철수가 말한 정의와 복지 안에는 경제민주화가 바탕에 깔렸다고 본다. 정의는 기회의 균등, 공정한 경쟁, 패자부활 등이고, 복지는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의 적절한 조합을 말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경제 민주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안전망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의 경제민주화 관점은 무리가 없다고 본다. 전체적으로는 안철수의 경제민주화를 보면서 유럽스타일의 사회민주주의에 기반을 뒀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 : 안철수의 경제민주화는 자율시장경제체제를 법체제하에서 통제하겠다는 관치경제시스템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대기업을 적대시했을 때 과연 국가경제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갈 것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태원 구명운동…경영자로서의 딜레마?”
김 : 안철수가 최태원 SK회장 구명 탄원서에 서명했다. 재벌의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던 입장과 비교하면 이중적이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모든 책임을 지더라도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소신이 있는 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라고 적힌 탄원서 내용을 보면 국민적 반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분식회계라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재벌을 구명하자는 논리는 “재벌과 기업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안철수의 생각>의 논리를 훼손하고 있다. 이런 비판적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강 : 경영자로서의 딜레마로 본다. 아무리 도덕적인 사람도 교사 일 때와 자기 스스로 사업을 했을 때는 내부적 윤리가 바뀌는 것 같다.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이) 독일의 비즈니스는 리베이트(Rebate)없는 정상적인 상거래로 운영된다. 안산에 들어온 독일 업체가 있었다. 같이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 사업을 하면서 한 가지 계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더라.
눈에 안 잡히는 비용이 나간다는 거다. 한 번은 대기업 발주 과정 중 납품업체 쪽에서 하자가 발생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 대처할지를 설명해야 하는데 담당 직원이 하는 얘기가 이런 경우는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만나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고 했단다. 그런데 정말로 공식미팅에서는 해결이 안 되는데 비공식미팅에서는 해결이 되더라는 거였다. 한국 기업문화가 이러므로 안철수 역시 본인이 아무리 깨끗하더라도 한국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김 : 최태원 회장 문제는 기업문화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
윤 : 안철수가 앞서 성명서를 통해 사려 깊지 못했다고 밝힌 문제다.
“V-소사이어티는 사교클럽?”
김 : 안철수는 V-소사이어티 부회장이었다. V-소사이어티는 목요포럼을 운영한다. 과연 사교클럽인가 주식회사인가, 혹은 주식회사를 위장한 사교클럽인가…어떻게 보는지.
윤 : 목요포럼 자체가 뭐가 나쁜가. 일각에서는 이를 뭔가 지엽적인 문제로 바라보면서 재벌놀이 한 것처럼 몰고 가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거라고 본다. 이런 논란들은 안철수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대로 직접적인 국민소통을 할 것이라고 본다.
강 : 많은 사람이 V-소사이어티 문제와 관련, 안철수 검증이 그것밖에 안 나오느냐며 오히려 반문하곤 한다. 그 정도 갖고는 충격을 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내 경우는 V-소사이어티에 대해 약간 다른 관점으로 봤다. 안철수 책을 보면, ‘정말 가난했다’,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 막노동 하는 이들이 느끼는 뼈아픈 가난과는 다를 거라고 본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은 하나의 과정을 마치고 다른 과정을 거칠 때 여러 좌절을 겪는데 안철수의 경우는 대단히 순탄하게 넘어왔다.
그는 상당히 운이 좋은 케이스다. 이런 이가 과연 정치라고 하는 이전투구(泥田鬪狗)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마치 체조선수가 격투기장에 뛰어드는 느낌이다. 정치권은 안철수가 불출마해도 혼란에 빠지고 출마해도 혼란에 빠질 것이다.
윤 : 안철수 본인이 한 얘기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준비되지 않으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는 이미 철저히 준비를 해왔고 준비된 자가 운을 잡았다. 이는 결코 막연한 운이 아니다.
“대북인식 확연치 않다?”
김 : <안철수의 생각>에서 보면 쌀을 주게 될 때 북한이 핵개발 할 거라는 주장에 대해 쌀을 주지 않았더라도 필요하다면 핵개발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비핵화를 이루려면 육자회담 마련 등의 대화 마련이 급선무다, 통일하려면 북한주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H도 했다.(사이) 결과적으로 그를 두고서 통일관에 대한 이상론자라는 시각이 있다.
강 : 안철수의 책에서는 통일정책과 대북정책은 깊이 있게 나오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북문제는 제3국가와는 달리 안보정책과 통일정책, 두 가지로 구성된다. 문제는 뭐냐면 통일정책과 안보정책이 충돌하지 않을 때에는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 그런데 통일 정책과 안보정책이 충돌할 때는 남한도 북한도 통일정책을 포기하고 안보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의 책을 보면, 대북 본질에 대한 인식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윤 :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학습하는 과정인 것 같다. 이 내용 자체를 진보적이다, 보수적이다, 이런 것으로 판단한다기보다는 배우는 과정이 아니겠나. 단지 대북 문제 뿐 아니라, 출마를 고민하면서부터는 본인이 무지하게 공부를 하는 중일 게다. 만약 출마선언한 다면서 급급하게 오픈이 되었다면, 개인 공부를 치열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지 못했을 거다.
그가 국민에게 상당한 어필을 할 수 있던 것은 백신 개발 등 새로운 것을 창조했던 모습, 남다른 소통 능력 등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출마선언을 하게 된다면, 그간의 파급력을 넘어선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 본다.
김 : 국가 통치권자로서는 통일관이나 안보관이 중요하다. 학습을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서도 정부발표를 기본적으로 믿지만 국민 의견을 무시하는 사태를 악화시켰다며 단정 지었다. 우리 국군 중에서 사상자가 나온 상황이고, 국제조사 전문가들이 검증을 통해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고 밝혔다. 소련까지도 북의 소행으로 인정했다.
윤 : 정부가 적절한 소통을 보여주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 같다. 국가가 국민이 제기한 여러 의문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강 : 천안함 사태는 언급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다. 정부 측에서 많은 이들이 제기한 몇 가지 문제에 대해 명료한 답변을 못했다. 안철수 본인도 천안함 사건 관련, 상당히 고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 : 통일관과 안보관에 대해 양비론적인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어떻게 그 사람에게 국가를 맡길 수 있나.
강 : 천안함 문제점은 민간인 차원에서 정확한 정보를 다 얻을 수 없다. 만일 안철수가 현직 대통령이라고 한다면 민간 차원이 아닌 국가 원수로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민간인 레벨에 있는 사람한테 천안함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느냐고 묻는다면, 고급정보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이상 제대로 답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③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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