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 대우 이어 DL도…원전에 빠진 건설업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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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 대우 이어 DL도…원전에 빠진 건설업계, 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7.20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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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원전 尹정부 출범·국토부 해외수주 지원·주택시장 침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원자력산업에 푹 빠진 모양새다. 친(親)원전을 선언한 윤석열 정권 출범, 국토교통부의 해외수주 지원 등 사업 추진에 긍정적인 여건이 조성된 가운데 국내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사업 다각화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20일 DL이앤씨(구 대림산업)는 보도자료를 내고 캐나다 테레스트리얼 에너지사(社)와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EPC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테레스트리얼 에너지는 차사대 SMR로 평가되는 IMSR(일체형 용융염 원자로)를 주력 모델로 개발하는 업체로, 오는 2031년 IMSR 상업운전 돌입을 목표로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SMR을 미래 신성장 사업 중 하나로 육성하고,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방침이다. DL이앤씨 측은 "차세대 원전기술의 선두주자인 테레스트리얼 에너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북미를 포함한 글로벌 소형모듈원전 시장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나아가 수소, 암모니아 밸류체인과 연계해 탈탄소 에너지원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수행하는 캐나다 초크리버 MMR(초소형모듈원자로) 플랜트 조감도 ⓒ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이 수행하는 캐나다 초크리버 MMR(초소형모듈원자로) 플랜트 조감도 ⓒ 현대엔지니어링

원전산업 진출 포석을 둔 건설업체는 DL이앤씨뿐만이 아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원전 러시'는 20대 대선이 치러진 지난 3월부터 본격화됐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인디안포인트 원전해체사업'과 관련해 홀텍사(社)와 PM(Project Management)계약을 비롯한 '원전해체 협력 계약'을 맺었으며, 4월에는 한전원자력원료와 '국내외 원전해체·사용후핵연료 사업 동반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5월에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사와 대형원전 글로벌사업 공동참여를 위한 전략적 협약을 맺었다. 현대건설의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도 같은 달 미국기계학회(ASME)로부터 원자력 부문 설치·공장 조립, 부품·배관 하위 조립품 제작, 지지물 제작 등에 대한 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기존 팀 단위 조직이던 원자력부분을 원자력사업실로 격상시켰다. 지난달에는 미국 에너지기업 USNC와 캐나다 초크리버 초소형모듈원자로(MMR) 실증사업 상세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글로벌 SMR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 삼성물산 건설부문 경영진은 SMR 관련 기술을 보유한 미국 뉴스케일파워사(社) 최고경영진과 면담을 갖고 '글로벌 SMR사업 공동진출과 시장확대를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해당 업체가 미국 아이다호주 일대에 짓는 SMR원전발전단지 시공에 동참키로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뉴스케일파워에 수백억 원 규모 지분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대우건설·현대건설·GS건설 컨소시엄 역시 지난 4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발주한 총 3632억 원 규모 '수출형 신형연구로·부대시설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해당 사업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 소재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단 내 지하 4층~지상 3층 규모 개방수조형 원자로(15MW급)와 관련계통·이용설비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주간사인 대우건설 측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향후 원전, 연구로 등 국내외 원자력 분야에 적극적인 참여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왼쪽에서 다섯 번째),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 등 삼성물산 건설부문와 뉴스케일파워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왼쪽에서 다섯 번째),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 등 삼성물산 건설부문와 뉴스케일파워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형 건설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탈원전 백지화·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공약을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를 이루면서 향후 원전산업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예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8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고유가로 자금이 충분한 중동 지역과 우크라이나·이라크 재건 사업에 집중하겠다"며 인프라 사업에 원전 등을 접목한 패키지 수출 추진을 공언했다. 국토부는 다음달 중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해외수주 확대 지원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도 원전산업 협력업체 지원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주택시장 침체와 원자재 가격 급등 역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로 인해 집값 경착륙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수요자들이 신규 물량 매입까지 꺼리는 바람에 분양사업 불투명성이 확대됐고, 고물가로 인해 자체사업이나 규모가 큰 정비사업을 수행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수준의 이익을 내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원전 관련 사업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낙점한 것이다. 실제로 영국국립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집중하고 있는 글로벌 SMR 시장의 규모가 오는 2035년 최소 390조 원에서 최대 63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원전해체 시장도 오는 2030년까지 123조 원 규모로 확장될 것으로 추정(미국 베이츠화이트사 자료)된다.

각 업체가 직면한 사정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첨단 혁신사업 중심 글로벌 산업구조 재편 작업의 일환으로 원전산업을 낙점했다는 평가다. 또한 오너 리스크를 염려해 최근 수년 동안 국내 정비사업 시장에서 보인 잠행(潛行)을 당분간 더 이어가기 위함으로도 분석된다. 현대의 경우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의 원자력 관련 인적·물적자원을 현대엔지니어링 원자력사업실로 통합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한 후 상장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최근 증권가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중흥건설그룹과의 M&A 이후 원전산업은 물론, UAM, 물류, 스타트업 투자, 미국 건설시장 등 해외를 겨냥한 신사업을 적극 모색 중이다. DL이앤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 성장동력으로 원전산업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디엘 이앤씨와 협약을 맺은 테레스트리얼 에너지가 개발 중인 일체형 용융염 원자로 발전소 조감도 ⓒ 디엘 이앤씨
디엘 이앤씨와 협약을 맺은 테레스트리얼 에너지가 개발 중인 일체형 용융염 원자로 발전소 조감도 ⓒ 디엘 이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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