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글로벌 분할…4세 경영인 이규호, 힘 받고 부담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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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글로벌 분할…4세 경영인 이규호, 힘 받고 부담 덜었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7.22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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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자동차부문 인적분할…코오롱모빌리티그룹 신규 설립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코오롱글로벌이 건설부문, 자동차부문 인적분할을 단행한다. 업무 효율성 제고 차원이라는 게 코오롱글로벌의 설명이나, 관련 업계에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20일 코오롱글로벌은 건설·상사부문과 자동차부문을 인적분할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BMW와 아우디, 볼보, 지프, 롤스로이스 등 수입차부문은 신설법인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넘어가고, 건설·상사부문과 코오롱스포렉스 등은 존속법인인 코오롱글로벌에 그대로 남는 방식이다. 

코오롱글로벌 측은 "2012년 건설과 상사, 자동차부문을 합병하며 사업간 상생을 통한 안정적 성장을 이어왔으나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을 고려해 기업분할을 결정했다"며 "이번 분할의 취지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으로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는 데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 분할 이후에도 효율성 극대화와 맞춤형 성장 전략 등으로 지속 성장해 주주들과 이익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4세 경영인인 이규호 부사장(1984년생)의 부담을 덜어주고,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도 일부 깔려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근 업계에선 이 부사장이 보인 일련의 행보를 감안했을 때 그가 조만간 대표이사를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국내 수소경제를 주도하기 위해 출범한 수소기업 협의체에 코오롱그룹 대표격으로 참여한 바 있으며, 올해 초엔 임직원들에게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생존력을 갖춰야 한다. 업계에서 당당하게 1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 찾아야 한다. 코오롱만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회사 안팎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의도로 여겨졌다. 

개인적으로도 가정을 꾸리며 안정적인 환경을 구축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 6일 유명 디자이너 우영미씨의 차녀인 정유진씨와 결혼했다. 재벌가에서 '혼인 후 승진, 승계구도 굳히기'는 일종의 공식이다. 일례로 2019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당시 한화큐셀 전무는 그해 10월 과거 계열사에 재직했던 여성과 결혼한 뒤 연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이듬해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업계의 전망대로 코오롱그룹은 이 부사장에게 인적분할로 신설되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각자 대표이사를 맡겼다. 코오롱글로벌 측은 "그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장을 맡아왔던 이 부사장은 신설법인의 각자대표로서 미래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 발굴과 재무역량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전면에 서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이 부사장은 보다 확실한 경영권 승계 명분을 쌓을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원자재 가격 폭등과 고금리 등으로 올해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건설부문과 분리되면서, 이 부사장이 사령탑에 오른 이후 실적 호조를 지속하고 있는 자동차부문(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성과가 대외적으로 보다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1분기 연결기준 코오롱글로벌 건설사업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9% 감소한 반면, 자동차판매부문은 12.24% 증가했다. 더욱이 분할에 따라 자동차부문에 대한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사격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부담도 덜은 것으로 보인다. 건설부문과 분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부사장이 코오롱글로벌의 단독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다면 올해 초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어서다. 자동차부문 각자대표만을 맡더라도 그는 이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오너일가인 만큼, 건설부문에서의 안전사고 발생 시 형사책임을 져야 할 주체가 건설부문의 실제 권한을 갖는 대표이사에게만 한정될지에 대해선 법적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한편, 코오롱글로벌 건설부문과 자동차부문간 분할 비율은 보유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책정됐으며 존속법인(건설) 75 대 신설법인(자동차) 25다. 분할은 오는 2023년 1월 1일 이뤄질 예정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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