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해임건의안, 민주당 부족정치의 단면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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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해임건의안, 민주당 부족정치의 단면 [기자수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9.29 15: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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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해임건의안 전원 동의는 부족주의 정치의 단면…국회의원이라면 보편적 가치 우선시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7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당론 발의했다. ⓒ시사오늘 김유종
더불어민주당이 27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당론 발의했다. ⓒ시사오늘 김유종

대한민국 헌법 제46조 제2항.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국회의원은 각자가 헌법기관이다. 때문에 그들은 특정인의 이익에 따라 움직여선 안 된다. 국가 전체의 이익, 보편적 공익이 행위규범이어야 한다.

국회법 제114조의2.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

양심이란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의식을 말한다. 즉 국회법은 국회의원이 정당의 의사가 아닌,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판단 기준에 따라 직무를 행해야 한다고 규정한 셈이다.

헌법과 국회법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자신의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은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당론 발의했다. “졸속, 무능, 굴욕, 빈손, 막말로 점철된 사상 최악의 금번 순방 대참사에 대한 주무부처 장관의 책임을 묻겠다”는 이유다.

해임건의안 발의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169명 소속 의원 중 일부는 박 장관이 해임당할 만한 일을 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문제는 전원의 찬성이다. ‘졸속, 무능, 굴욕, 빈손, 막말’과 같은 추상적 평가에 성인 169명이 모두 동의 의사를 밝히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169명 전원 동의가 가능했던 건 ‘당의 이익’이라는 이상한 명분 탓이다. 우리 정치에선 당론이 헌법보다도 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헌법은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헌법에 명시된 대로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다가는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징계를 받기도 한다. 개인의 양심의 자유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문화다.

예일대 로스쿨 교수 에이미 추아는 이를 ‘정치적 부족주의’라고 정의한다. ‘부족’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인종·언어·관습 등을 가진 집단’이다. 주로 보편적 가치가 자리 잡기 이전인 전근대화 사회의 공동체를 가리킨다.

보편적 가치가 부재한 전근대화 사회의 공동체는 소속집단의 이익을 절대적으로 추구한다. 자유, 인권보다는 의리가 우선이다. 옳고 그름보다는 소속집단의 ‘편’을 드는 게 먼저다. 이성과 지성보다는 맹목성이 미덕이다. 그 안에선 당연히 개인의 발언권이 사라진다.

하지만 보편적 가치가 태동한 후에는 부족주의가 쇠퇴한다. 아니, 쇠퇴하는 게 정상이다. ‘내 편’을 위해 법과 원칙을 무시하기 시작하면 사회의 근간이 흔들리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에서는 여전히 공적관계를 사적관계로 오인하는 부족주의 정서가 팽배하다.

그리고 민주당은 대선·지선에서의 연이은 패배에도 부족주의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위기감을 느끼는 집단은 부족주의로 후퇴하게 마련”이라는 에이미 추아 교수의 말처럼, 오히려 부족주의적 색채가 강화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박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169명의 동의는 그 대표적 사례다.

국회의원이라면 원칙의 보편성과 논리의 일관성 아래 자신의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의 부족주의적 정서는 그 기본적 원칙조차도 잊게 만든 것 같다. 민주당이 다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부족주의 강화가 아니라 보편적 가치의 내면화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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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런 2022-09-29 20:01:37
민즈당은 정치를 진짜 패거리
깡패정치를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