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세운 기자]
2012년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까지도 승자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야말로 안개속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대선전은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파전으로 좁혀진 양상이다. 12월 대선에서 누가 승리를 거두게 될까? <시사오늘>은 여러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승자가 되는 길을 예측해 봤다. <편집자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열쇠는 ‘박근혜 지지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우선 최근 여론조사부터 살펴보자.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뷰엔풀과 함께 10월 2~3일 양일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후보 여론조사 다자대결구도에서 박근혜 후보가 39.9%로 선두를 달린 가운데, 문재인 민주당 후보 28.5%, 안철수 무소속 후보 27.4%로 조사됐다.
양자대결구도를 보자. 박근혜-문재인 대결에서 박 후보는 43.8%, 문 후보는 51.4%를 기록했다.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선 박근혜 43.2%, 안철수 53.4%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2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 후보와 문 후보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 47.4%, 문 후보 44.5%를 얻었다. 박 후보와 안 후보 양자대결에선, 박 후보는 43.7%를 얻어 48.2%를 얻은 안 후보에 뒤처졌다.
하지만 3자대결에선 박 후보가 여전히 수위를 달렸다. 박 후보 37.7%, 안 후보 26.6%, 문 후보 22.4%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대선을 예측해보는 것은 간단하다. 박 후보가 3자대결에선 승리할 수 있지만 양자대결에선 안 후보가 나오든 문 후보가 선택되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일까. 박 후보 측은 ‘후보단일화’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 후보와 문 후보 간 후보단일화가 ‘야합’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박 후보 측은 ‘대통합’을 부르짖으며 진보진영 인사들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박 후보 측은 이외수 손숙 김지하 장하준 김재범 등 진보인사로 평가받는 인물들을 캠프 내로 끌어들이려다 이들의 거부로 망신(?)만 당했다.
단순하게 보면, 박 후보 측의 이런 선거 전략이 잘못된 것은 아닌 듯싶다. 후보단일화의 부당성을 알리고, 이와 함께 진보진영의 인사들을 박 후보 지지자로 돌리면 승리할 수 있다는 가정을 세워볼 수 있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이 안철수-문재인 간 후보단일화의 부당성을 아무리 지적한다고 해서 표심을 돌리긴 힘들 수밖에 없다. 아마도 유권자들은“박 후보가 대선에서 패할 것 같으니, 떼를 쓴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진보진영 인사를 한 둘 끌어들인다고 과연 표에 도움이 될까? 가령 ‘이외수가 박근혜를 지지한다’고 해서 ‘이외수 팔로워 중 몇 명이나 박근혜를 지지할 수 있을까?’
필자는 박근혜 승리의 열쇠는 ‘박근혜 지지율’안에 있다고 단언한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박 후보는 양자대결이든 3자대결이든 견고하게 40%의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대선전에서 승자가 되려면 51%를 얻으면 된다. 박 후보는 양자대결이든 3자대결이든 지금의 지지율에서 약 10%만 더 올리면 승리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해 볼 수 있다.
박 후보에게 비판적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 연구소장의 말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소장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 “박 후보 측이 후보단일화에 왜 이렇게 거부감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박 후보는 40% 대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51%를 얻으면 승리하는 것이다. 10%의 지지율만 높이면 결국 박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조바심을 내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YS 이재오 이인제 정운찬 잡아야 '승산'
어차피 선거는 정치세력 간 싸움이다. 특히 대선전은 더 심하다. 결국 박 후보가 잡아야 할 상대는 진보진영 인사가 아니라, 박 후보 측을 떠나간 보수 세력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승리할 수 있다.
박 후보에 비판적인 대표적 보수 세력은 누구일까. 당장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이다. YS는 박근혜 후보와 친박계 인사들의 독선적 당 운영을 비판하며, 박 후보를 향해 ‘칠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YS는 ‘장준하 의문사 범국민진상규명위원회’에 참여했다. 한마디로 ‘반 박근혜’행보를 보이고 있다.
상도동계 인사들은 이번 대선에서 YS가 결정을 내리면 단일대오를 형성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 후보 측은 YS를 잡지 못하면 대선전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를 비롯해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박찬종 변호사 등 제3세력도 박 후보가 꼭 잡아야 한다. 이들은 대표적 보수인사지만 아직 갈 길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당내에선 친이계로 대표되는 이재오 의원이 있다. 이 의원의 지지도 무조건 끌어내야 한다.
이들을 잡는다면, 박 후보의 부족한 10%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박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길이 필자의 눈에도 보이는데, 박 후보 측은 왜 이들에게 ‘러브콜’을 보내지 않는 걸까. 아마도 권력을 나누기 싫어서가 아닐까 싶다.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1997년 당시 이회창 후보는 대세론에 취했다. 현직 대통령인 YS 인형을 만들어 화형식을 하는가 하면 김종필과의 연대나 이인제와 통합을 위한 절실함이 부족했다.
2002년에도 이회창 중심세력들은 대세론에 취해 김종필과의 연대를 반대했다.
당시 이회창 캠프에 참여했던 유한열 전 의원의 말을 들어보면 잘 알 수 있다.
“이회창 캠프의 중심멤버들이 공공연히 YS를 헐뜯고 다녔다. 대표적인 게 ‘YS가 이인제를 부추겨 출마시켰다’고 욕을 했다. 내가 이회창 후보 만나서 ‘YS와 만나 도움을 받으라’는 메시지를 넣었다. 그런데 이회창은 ‘YS와 손잡으면 표가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표가 절대로 달아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랬더니 이 후보가 ‘그럼 어쩌면 좋냐’라고 해서, 내가 ‘YS와 친한 김윤도 변호사를 통해 다리를 놓겠다’고 하니까, 이회창도 ‘좋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YS와 이회창 후보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내가 이회창 집으로 갔다. 거기에 이상득 서상목 등이 모여 앉아서 ‘YS가 지지하면 200만 표가 달아난다’는 얘기를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절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이틀이 지난 후 김윤도 변호사한테 전화가 왔다. ‘이회창 후보가 YS 만나는 것,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저쪽(이회창)에서 전갈이 왔다’고. 그때 내가 생각했지. 이제 대통령은 김대중이구나.”
“5년 전 김영삼을 만나지 않아 실패한 것을 상기시키며 무조건 김종필(JP)을 껴안으라고 고언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용환이 결사반대에 나선거야. 김용환이 ‘JP를 만나러 가려면 나를 깔아뭉개고 가라’며 길에 누웠다. 이회창이 또 흔들렸어, 주위에서는 ‘JP 만나면 200만의 젊은 표가 달아난다’고 펌프질을 해대니…. 아무튼 이회창은 사고가 단조로워, 자기수신이 더 필요한 사람이야.”
-2011년 5월28일 <시사오늘> 인터뷰 中
4일자 신문을 보니, 박 후보 측이 DJ계로 평가받는 한광옥 김경재 전 의원을 캠프내로 끌어들인다고 한다. 이들이 박 후보 지지자로 돌아서면, 호남에서 일정부분 표심을 박 후보 지지로 돌릴 수 있을 듯싶다.
하지만 이보다 더 급한 것은 박 후보가 놓친 보수 세력을 끌어안아야 한다. 박 후보는 자신의 부족한 10% 지지율을 누가 채워줄 수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좌우명 : YS정신을 계승하자.
목표를 이루는데 있어 유익한 수단은 모두 고려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