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토스 만든 청년창업사관학교, 중진공의 자랑…경쟁률 8 대 1"
"내일채움공제 덕에 재직 기간 2.1배 늘어…직원 처우 약 10% 개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지난 19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선 제93회 동반성장포럼 강연이 열렸다. ‘2023 중소기업지원정책: 중진공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병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기업지원본부장 겸 상임이사는 “중소·벤처기업들의 실제 현장과 정부 정책 간 가교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중진공의 목표이자 비전”이라며 “중진공은 약 27조 원 규모 기금을 운영하면서 중소기업의 시장실패를 보완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포럼에선 중소기업을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한 중진공과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고민을 함께 공유하는 ‘토론의 장’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中企 위기지만 중진공 예산은 5조…2009년比 아쉬워”
이병철 본부장은 중진공의 2023년 중점 운영 방향으로 △성장 중심·수요자 관점의 정책자금 운용 △수출기업 애로사항 해소 및 수출 경쟁력 강화 △인력난 해소 △지역균형발전 실현 △중소기업 신사업 전환 지원 △ESG·탄소 저감 등 글로벌 패러다임 전환 대응 등 6가지를 꼽았다.
그는 “중소기업들은 어려운 경제 상황과 유동성 위기 등 ‘복합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기업인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IMF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힘들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그런데 금년도 정책자금 예산은 약 5조 원 규모로 책정됐다. 2009년 전년 대비 2배 오른 6조 원까지 확충했던 것에 비하면 아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시설자금(생산설비 구입에 소요되는 자금)보단 운전자금(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원부자재비·관리비 등)의 공급 비중을 높여서 지원하려 한다”며 “특히 올해는 일자리가 큰 이슈로 떠올라, 약 7000억 원의 일자리창출촉진자금 등을 통해 일자리 중심의 자금지원을 집행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본부장은 중진공의 수출 지원 역할이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못지않다고 자부했다. 가장 강조한 건 중진공의 온라인 수출 플랫폼 ‘고비즈(Gobiz) 코리아’의 성공사례다.
그는 “고비즈를 통해 중소기업들은 해외 B2B(기업간거래) 바이어와 매칭하고, 아마존·이베이·타오바오 등 B2C(기업소비자간거래) 판매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며 “베트남에 고비즈 코리아 성공 사례를 전수하는 ODA(개발도상국에 대한 정부개발원조) 사업도 진행 중”이라고 내세웠다.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도 중진공의 자랑 중 하나로 소개했다. 중진공은 혁신분야의 청년창업가 양성을 위해 2011부터 해당 제도를 운영해왔고, 약 5800명의 창업가를 배출했다. 주요 성공 사례는 1기 졸업생 ‘직방’과 2기 졸업생 ‘토스’(비바리퍼블리카)다.
이 본부장은 “현재 19개 지역에서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운영 중인데, 수도권 학교의 경우 입학 경쟁률이 8대1까지 늘었다”며 “워낙 인기가 좋아 아프리카 우간다에도 사업 모델전을 전수할 정도”라고 자평했다.
“내일채움공제 인기 많아…인력난, 中企 부정적 인식 바꾸는 게 먼저”
중진공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구인난 속 구직난’이다. 제조업 등 중소기업들은 인력난 문제를 겪고 있는 반면, 청년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회피하고 대기업과 공기업만을 선호하기 때문에 취업준비생 시기가 길어지고 있다. 한 마디로 인력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중진공은 지역 거점 약 17곳에 ‘기업인력애로센터’를 두고, 구직자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해 기업에게 알선하고 있다. 해당 센터를 통해 매년 3000여 명이 중소기업 취업에 성공했다는 게 이 본부장의 설명이다. 또한 중진공은 특성화고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반도체·AI·SW(소프트웨어) 등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이들이 중소기업에 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역 대학과 연계한 ‘계약학과’도 50곳 정도 운영하면서 매년 2000명의 중소기업 인력도 배출 중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제도가 ‘내일채움공제’다. 숙련자들이 중소기업을 떠나는 현상을 방지하고자 정부·기업·근로자가 3분의1씩 돈을 부담하고,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이 본부장은 “공제 혜택을 받은 인원수는 82만6000명, 누적액은 9조3000억 원에 달한다. 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한 직원들은 그렇지 않은 직원들보다 평균 재직 기간이 2.1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한 일반 중소기업 직원들은 대기업 급여의 64.6% 수준을 받았지만, 공제에 가입한 직원들의 경우 처우가 76%까지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우리사주나 경영성과급 등 근로자들과 성과를 나누려고 하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해 차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많은 청년들을 중소기업으로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추구하려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원 상담 창구 일원화 필요…中企 지원은 경제보단 복지에 초점”
강연이 끝나자, 실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사업자들의 건의사항과 질문이 쏟아졌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제도의 일원화’를 요구했다. 정부 부처별로 지원 내용과 예산 집행 방식이 달라, 어느 곳에서 혜택을 받아야 하는 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은 “중진공 정책 자금이 5조 원이라고 하지만, 이는 전체 예산의 4~5%에 불과한 수준이다. 게다가 올해 이례적으로 시중 금리가 올라가면서 중견기업까지 정책자금에 노크하는 경우가 늘었고, 시장에서 실패한 중소기업들이 배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일부 시인했다.
그러면서 “공급자 입장보단 수요자(기업) 입장에서 기업에 최적화된 지원 정책을 안내해주는 형태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중진공 역시 지원 창구 일원화가 가장 바람직한 형태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런 입장을 중기부에 지속 건의 중”이라고 답변했다.
박재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영세 기업들이 지나치게 많은 현실에 대해 거론했다. 전체 사업체의 91.9%가 종업원이 1~9명 수준밖에 안 되는 영세사업체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영세업체 사업자들이 다른 사업자와 협력해 사업 규모를 키우는 것보단, 맘 편하게 독자적으로 경영하려고 한다. 자본이 아니고 협력의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이 본부장은 “중진공도 중소기업을 지원하면서 고민이 많다. 때론 한계에 도달한 기업(좀비기업)들을 연명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한다”면서도 “그러나 중소기업 지원은 경제정책보다는 복지정책 성격을 일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고용 창출 면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소기업간 인수합병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융자 지원 뿐 아니라 M&A(인수합병) 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물리적 결합이 아니더라도 ‘네트워크 비즈니스’, 즉 중소기업들끼리 연계 사업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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