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김기현 손 들어줄까 [취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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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김기현 손 들어줄까 [취재일기]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2.03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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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과 갈등 봉합하기 위해 김기현 지지할 것” vs “안개 속 판세…무리하지 않을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기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의 연대설이 불거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기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의 연대설이 불거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기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의 연대설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1월 31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한 김 의원이 “얼마 전에도 만나 상당 시간 대화를 나눴다”며 “조금 더 진행되면 (나 전 의원과의 연대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히면서입니다. 차기 당대표 경선이 김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양강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 만큼, ‘김-나 연대’ 가능성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죠.

그렇다면 정말 나 전 의원이 김 의원 손을 들어줄까요? 관계자들에게 물었더니, 의견이 갈렸습니다.

사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직후부터, ‘김-나 연대론’은 호사가들의 얘깃거리였습니다. 친윤(親尹)의 압박을 받던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고 비윤(非尹)의 길을 갈 것인가, 한 발 물러서고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인가’의 기로에서 후자를 택한다는 건데요. 여기에는 ‘비윤 대표’로서 깃발을 꽂기보다는, 대통령실과의 갈등을 봉합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나 전 의원이 김 의원을 지원할 것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친윤 후보’로 꼽히는 김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현재로선 차기 총선 공천마저 장담할 수 없게 된 나 전 의원이 김 의원의 당선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대통령실과의 거리를 좁히려 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더욱이 안철수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전 의원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직에서 해촉되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이 일제히 안 의원을 비판하고 나서는 등 ‘윤심(尹心)’의 향방이 명확해진 만큼, 대통령실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나 전 의원이 ‘결단’을 내리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입니다.

2일 <시사오늘>과 만난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의원 쪽과 나 전 의원 쪽이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여론조사상 김 의원과 안 의원이 박빙인 것으로 나오는데, 여기서 나 전 의원이 김 의원 지지를 선언하면 나 전 의원에게도 돌파구가 열린다. 결국 막판에 김 의원 쪽으로 움직일 거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이 지난달 31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김 위원장은 “나 전 의원이 출마하지 않는 가장 큰 목적은 ‘나는 반윤 내지 비윤으로 정치를 하지 않겠다’라는 선언”이라며 “그 선언을 완성시키는 것은 김 의원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명시적으로 지원하지는 않더라도, ‘두루뭉술하게’나마 메시지를 내는 방식으로 김 의원을 도울 것이라고 내다봤죠.

다만 현실적으로 나 전 의원이 김 의원을 지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최근 발표된 다수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몇몇 조사에서는 안 의원이 김 의원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과도한 ‘친윤 밀어주기’에 대한 견제 심리가 발동하면 비윤 표심이 안 의원에게 결집할 것이라는 예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굳이 김 의원을 공개 지지하는 리스크를 감수하지는 않을 거라는 예상입니다. 자칫 김 의원이 패배할 경우, 나 전 의원의 정치적 미래는 지금보다 더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친윤의 압박에 의해 당대표의 꿈을 접은’ 현재의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추이를 관망하는 게 나 전 의원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라는 거죠.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은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지는 스타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보다는 로우리스크 로우리턴(Low Risk Low Return)을 선호하는 타입”이라며 “김 의원과 안 의원 모두 나 전 의원에게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마 두 사람 다 원하는 걸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이 박빙 승부를 벌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나 전 의원의 행보에 더 큰 관심이 쏠리게 됐습니다. 과연 나 전 의원은 김 의원 혹은 안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설까요? 그렇다면 그의 지지 선언이 판세를 바꿀 수 있을까요? 나 전 의원이 얻을 수 있는 건 뭘까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더 흥미로워진 이유입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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