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패션업계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리오프닝 효과를 톡톡히 봤다. 외출이 늘고 패션 상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주요 패션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이 일제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는 소비 심리 위축과 투자비용 증가 등으로 성장세가 다소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패션업체, 영업이익·매출 올라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8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0% 증가했다. 매출액도 13.2% 증가한 2조10억 원을 기록했다.
수입 상품과 SSF샵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판매 호조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또한 빈폴과 남성·여성복, 에잇세컨즈 등 전 브랜드 매출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신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000억 원을 넘겼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5.3% 성장한 1153억 원을 기록했으며, 매출도 7.1% 증가한 1조5539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전 사업 부문이 고른 실적을 보인 가운데 그중에서도 패션 부문 실적이 크게 상승했다. 보브, 지컷, 델라라나, 스튜디오 톰보이 등 국내패션은 매출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고, 해외패션 부문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자주 부문과 자체 화장품 브랜드도 외형 확대가 이어졌다.
한섬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한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1.2% 증가한 1조5422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 또한 10.6% 성장한 1683억 원에 달했다.
여성 캐릭터 브랜드(15.6%), 남성복(14.6%), 해외패션(17.3%) 등 고가 브랜드의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하면서 실적을 이끌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도 각각 11.6%, 11% 증가했다. 한섬 전체 매출 가운데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LF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8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9685억 원으로 9.78% 늘었다.
패션 사업과 자회사인 LF푸드의 매출이 늘었고, 부동산 금융 사업을 맡고 있는 코람코의 실적이 개선된 효과라고 LF는 설명했다.
리오프닝 끝?…올해 성장세 주춤할 수도
다만,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롯데멤버스가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2022년 11일~25일 전국 성인남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물가 소비영향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에 따르면 물가 부담으로 최근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인 품목 1위는 명품(26.1%)로 나타났다. 의류·패션잡화(25.8%)가 2위를 차지했고, 이어 전자제품(11.6%), 화장품·향수(9.8%) 순으로 답변이 많았다.
또한 최근 패션업체들이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투자한 비용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4분기 신세계인터내셔날 영업이익은 1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8%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패션업계의 대표적인 계절적 성수기로 꼽히는 시기임에도 수익성이 악화된 건 해외브랜드 판권을 획득하면서 투자 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한섬 역시 지난해 전체 기준으론 성장을 이뤘지만, 4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은 소폭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하락했다. 한섬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4519억 원, 영업이익은 4.9% 감소한 492억 원에 그쳤다. 여성 캐릭터 브랜드(8.9%), 남성복(4.7%) 매출은 성장했지만, 온라인 매출이 0.8% 감소했다. 4분기 온라인 매출 비중도 전년도 19.4%에서 18.9%로 줄었다.
4분기 영업이익 감소에는 신규 브랜드 관련 투자 비용이 영향을 미쳤다. 한섬은 지난해 12월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가브리엘라 허스트’, ‘베로니카 비어드’, 스웨덴 패션 브랜드 ‘토템’ 등 해외 패션 브랜드의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한섬은 이 같은 투자를 지속해 올해는 해외 패션 브랜드 수를 기존 13개에서 20여 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패션업계는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 가운데 사업 효율화와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으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둔화 가능성이 있으나 온라인 서비스 차별화, 상품 경쟁력 강화 통해 견조한 실적 유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수입상품은 편집샵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 유망 신규 브랜드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볼륨 확대를 이어간다. 이밖에 온라인은 MZ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신규 브랜드 등 콘텐츠를 차별화하고, 자체 브랜드 상품력 제고와 운영 효율화에 나선다.
LF는 메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팬덤구축과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적합한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신규 브랜드 도입과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사업효율성을 높여 지속 성장을 이뤄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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