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도(道)는 경상북도다. 전체 면적의 약 19%를 차지한다. 두 번째는 강원도. 약 17%다. 세 번째는 전라남도다. 12%를 조금 넘는다. 세 지역을 합치면 48%.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절반 가까이 된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수는 어떨까. 경상북도는 13명, 강원도는 8명, 전라북도는 10명이다. 합치면 31명. 전체 지역구 수인 253석의 12% 정도에 그친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회의원 수는 인구수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2023년 3월 기준. 우리나라 인구 절반 이상(50.58%)이 수도권에 산다. 당연히 국회의원도 수도권에 제일 많다. 253석 중 121석이 수도권이다. 47.8%에 달한다.
이 수치가 이상할 건 없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권을 갖는 체제다. 면적과는 무관하다. 사람이 많은 곳에 권리가 몰리는 건 당연지사다.
하지만 이 당연한 일이 문제를 만든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당선되려면 자기 지역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런데 지역구 국회의원은 수도권에 가장 많다. 수도권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이러니 사람들은 더 수도권으로 몰려든다. 지방소멸이 불가피한 구조다.
이걸 보정하는 게 비례대표제다. ‘머릿수’에서 밀리는 지역·직종·계층 등을 배려하자는 게 비례대표제 취지다. 그러나 현재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에 불과하다. 소외된 지역·직종·계층 등을 다 챙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단순다수대표제로 뽑는 것. 비례대표제 취지가 몰각된 것. 이것이 지방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정치권이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당장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선거제 개편이다. 단순다수대표제를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거나, 비례대표제를 수정·보완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회가 전원위원회를 통해 선거제 개편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여전히 비관적 시선이 더 많다. 국회의원 선출 방식을 바꾸면 현역 의원들에게 변수가 생긴다. 선거제도에 따라 정당의 유불리도 달라진다. 모두가 만족하는 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현행 유지 혹은 미세한 조정 수준에서 논의가 끝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마저 변화에 실패한다면 더 이상은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지방소멸, 인구소멸은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고 했다. 부디 이번만은 눈앞의 유불리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시라. 알량한 기득권을 지키자고 역사에 정치꾼으로 이름을 남길 텐가.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