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의 그린수소 행보에 박수를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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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의 그린수소 행보에 박수를 [기자수첩]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3.31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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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지난 21일 윤석열 정부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을 발표하고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들을 공개했다.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이라는 목표는 유지됐으나 세부 항목이 바뀌었다. 대표적으로 기존 14.5%였던 산업부문 감축률을 11.4%로 축소시켰다. 또한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부문이 맡을 온실가스 흡수·제거량을 확대하고, 수소 부문의 감축률을 늘려 '블루수소'에 힘을 싣는 모양새를 보였다. 블루수소는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로부터 얻는 '그레이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를 대기로 방출하지 않고 포집·저장하며 만드는 수소다.

이는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급격하게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건 부담스럽다는 기업들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로 여겨진다. 특히 화석연료 기반 블루수소에 집중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안을 제시함으로써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 흐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산업계의 숨통을 틔워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얻은 전력을 물에 가해 생산하는 '그린수소'에 비해 블루수소는 생산단가가 저렴하고, 설비 효율도 높다. 이윤 창출이 목적인 기업 입장에선 그린수소보다 블루수소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신재생에너지 생산 시설도 부족하고, 수전해 기술의 한계도 아직까지 명확한 실정이다. 당장 그린수소로 전환했다간 국내 제조업 공장 대부분이 문을 닫을 것이다. 하지만 친환경적인 관점에서 볼 때 블루수소는 분명히 계륵(鷄肋)이다. 코넬·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 온실가스 배출량의 9~12% 정도밖에 저감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정부와 재계는 블루수소를 '청정 에너지'라고 적극 홍보한다. 비용과 현실 때문에.

다만, 국내에도 이 같은 비용·현실 문제를 모두 극복해낼 자본과 그린수소로의 전환 의지를 모두 갖춘 업체가 하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지주사격인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2022년 7월 '2050 탄소중립 전략'을 공개하고 오는 2030년까지 전력 사용량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고, 2050년까지 순배출량 제로(Zero, 0) 달성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여느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블루수소 관련 내용이 포함됐으나, 삼성물산의 행보를 보면 무게 중심은 신재생에너지, 그린수소에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은 포스코·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공공투자기금과 그린수소 사업 협력 강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한국전력·한국서부발전 등과 아랍에미리트 키자드 그린수소·암모니아 사업 공동 개발 협약을 맺었다. 또한 올해 2월엔 호주 인피니트 그린에너지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호주 노섬 지역에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플랜트를 개발키로 했다. 이어 지난 30일 삼성물산은 일본 치요다화공건설과 수소 사업 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액상유기수소운반체 방식의 그린수소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생산부터 저장, 운송까지 그린수소 관련 사업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삼성물산 측은 "그린수소의 생산·운송, 저장·공급 전체 과정에 역량을 확보했다. 치요다와 수소 변환·추출 플랜트 건설 협력을 통해 수소 운반·저장 분야에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앞서 거론했듯 그린수소는 아직까지 경제적·기술적으로 한계가 명확하다. 그린수소가 파생된 탄소중립 어젠다 자체가 미국, 유럽 등 서방 국가의 대(對)중국 견제 장치라는 평가도 있다. 땅이 비좁고,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에게도 불리한 세계적 흐름이다. 그럼에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인류가 가야만 하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인 건 분명하다. 그리고 국내에서 그 길의 인도자가 되기 충분한 물적·인적자원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대기업은 현 시점에서 삼성이 유일해 보인다. 블루수소 등 청정의 탈을 쓴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에 눈을 돌리지 말고 삼성물산이 그린수소의 길을 올곧이 걷길 바란다. 이는 '관리의 삼성'이라는 다소 언짢은 기업 이미지를 '환경의 삼성'으로 쇄신하는 계기로 작용할 지도 모를 일이다. 삼성물산의 그린수소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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