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 윌시 사무국장 “‘안전’은 항공 업계 최우선 과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편슬기 기자]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최근 잇따라 공개된 항공사들의 1분기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죠.
굳이 관련 자료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주요 역마다 열려 있는 환전소, 캐리어를 들고 바삐 오가는 외국인들, 근 몇 년 간 볼 수 없었던 광경은 일상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음을 실감케 합니다. 하늘길을 바삐 오가는 비행기들을 올려다보며 여행 업계, 항공 업계의 정상화가 가까워졌단 생각이 듭니다.
반가운 마음이 앞서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항공 관련 사고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특정 항공사의 소식이 유독 자주 들려오는 점은 불안을 가중시킵니다.
맞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이야기입니다. 열흘 전, 영국 히스로 공항에 안전 상의 문제로 인해 모든 승객의 짐을 두고 온 사건이 있었죠. 탑승객들은 수하물을 전부 빼지 않으면 비행기가 뜨지 못할 정도의 안전 문제가 있었음에도 운항을 강행한 것이냐며 비난을 쏟아 냈습니다.
별일 없이 무사히 귀국했으면 됐지 무엇이 불만이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만 본인들의 일이었다면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내가 탄 항공기가 안전상 문제가 있었다고 가정해보면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비행기가 기류 불안정으로 휘청 거리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데 애초에 비행기에 안전상의 결함이 있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별일 아닌 게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어찌 됐든 해당 사건은 영국에 하루 더 머물게 된 짐들을 탑승객들에게 다음날 일일이 배송해 주는 것으로 일단락됐습니다.
3일 전 제주공항에서도 사건이 하나 터집니다. 김포공항으로 향하려던 아시아나항공 OZ8900편이 이미 탑승을 완료한 승객 200여 명을 내리게 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탑승 과정에서 승객이 비상구 레버와 접촉했고, 비상구가 사용 불가 상태가 돼 운항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탑승객들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결항’이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모양입니다. 승객들의 원성을 살 수밖에 없었죠.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는 아니지만 기내식 관련 이슈도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최대 12일 지난 숯불갈비 맛소스, 크림치즈 등을 사용해 만든 기내식이 납품됐고, 유통기한이 수개월 이상 지난 1톤 이상의 버터로 기내식 구성품인 빵과 케이크 8만여 개가 납품된 사건입니다.
지난 11일에는 아시아나항공 탑승객이 기내식으로 나온 비빔밥을 먹다가 안에 들어 있던 커피잔 조각으로 치아 3개가 파절되는 황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특정 항공사에서만 벌어지는 잦은 문제들을 결코 가벼이 넘기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지금도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데, 항공편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엔 제대로 된 사고 대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국내 항공사들의 사고 소식은 잊을만하면 종종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번에 몇 번째 사고인지 한번 되뇌어보곤 합니다.
하인리히의 법칙 때문입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선행된다는 법칙입니다. 다른 말로는 1:29:300 법칙이라고도 하죠. 평균적으로 1건의 큰 대형 참사 이전에 29건의 작은 재해, 300번의 부상을 입을 뻔한 징후들이 확인된다고 합니다.
윌리 월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사무국장은 “비행의 위험이 매우 낮다고 해도 안전은 항공업계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모두가 들뜬 시기,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이때야말로 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작은 징후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자세야말로,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한 여행 업계의 열기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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