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 “YS, 눈앞의 위기서 ‘대의’ 놓지 않아”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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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YS, 눈앞의 위기서 ‘대의’ 놓지 않아” [현장에서]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6.17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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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김영삼도서관서 ‘MZ가 보는 한국 외교와 청년 김영삼의 교훈’ 강연
“YS, 청년 시절 일기부터 철학 엿보여…‘금융실명제’ 등 개혁 정책 바탕”
YS,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서 DJ에 깨끗한 승복 “김대중의 승리는 나의 승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가 15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김영삼도서관에서 ‘’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시사오늘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가 15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김영삼도서관에서 ‘MZ세대가 바라보는 한국 외교와 청년 김영삼의 교훈’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시사오늘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서거한 지 8년이 되어간다. 민주화 투쟁, 하나회 해체, 금융실명제 전면 실시 등. 야당 지도자로서, 대통령으로서 YS의 업적은 비교적 잘 알려진 편이지만, 그와 같은 개혁을 추진하기까지 YS가 젊은 시절부터 쌓아온 생각이 충분히 나타난 자료는 적다. 

1964년 4개월간의 해외여행 후 감상을 기록한 <우리가 기댈 언덕은 없다>, 1967년 신민당 국회의원을 지내며 낸 논평을 모은 <정치는 길고 정권은 짧다>, 1971년 그간 기고한 글을 묶어 낸 <40대 기수론>세 권의 책은 YS가 청년 시절 출간한 책이다. 그 중 첫 번째 책은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가 글을 매만져 지난 2월 <YS 세계를 보다>라는 책으로 재출간됐다. 

1988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동수 대표는 1928년 태어난 YS와 60년을 사이에 두고 있는 인물이다. 2023년 현재 30대 청년 정치인인 이 대표는 60여 년 전 청년 정치인의 생각에 현재 정치권에도 유효한 인사이트가 담겨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15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김영삼도서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MZ세대가 바라보는 한국 외교와 청년 김영삼의 교훈’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김영삼 대통령을 한 번도 본 적 없다. 1988년생인 데다, 서거한 2015년에 국회에서 일하기 시작했기에 직접 대면할 일도 없었다. 국회 앞에서 진행됐던 영결식에 참석한 대부분이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었다. 내 또래는 없었다. YS가 금융실명제, 하나회 척결 등 큰 업적을 이뤘음에도 IMF 외환위기로 너무 저평가됐다고 생각했다. 재평가 차원에서 과거 콘텐츠를 재발굴하게 됐다.”

YS가 퇴임한 뒤 회고록을 쓰는 과정에 참여한 바 있는 김동일 <미디어민> 출판사 대표도 젊은 청년 정치인 김염삼에 관한 말을 덧붙였다. 

김영삼은 1964년 해외여행과 관련해 일기를 기록해뒀다. 사진은 김영삼이 짓고 이동수가 편저한 책 YS 세계를 보다 240페이지. ⓒ 시사오늘
김영삼은 1964년 해외여행과 관련해 일기를 기록해뒀다. 사진은 김영삼이 짓고 이동수가 편저한 책 <YS 세계를 보다> 240페이지. ⓒ 시사오늘

“YS가 야당 대표 지도자가 된 이후에 굉장히 바빴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은 게 별로 없다. 그나마 있던 일기장 등도 박정희·전두환 정권에서 압수수색해 가져갔다고 하더라. <우리가 기댈 언덕이 없다>가 귀한 이유다. YS가 대통령이 되고 공직자 재산공개, 하나회 해체, 금융실명제를 실시했을 때 ‘깜짝쇼’라고 낮춰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누가 정책을 일러줬을 거다’ ‘YS는 책 읽는 사람이 아니다’ 등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30대 시절 기록을 보면 YS가 젊을 때부터 숙성해 온 생각들이 정책으로 드러났음을 알 수 있다. YS는 젊은 시절부터 일기를 썼다고 한다. 일제시대하에서 중학교에 다닐 때 러시아 문학 등 세계문학에 심취해서 작가가 되려 하던 때가 있었다. 해방 이후 미국을 보며 ‘새로운 나라’ ‘대의’ ‘대통령’을 꿈꾸는 것으로 꿈이 바뀌는 과정을 거쳤다. <YS 세계를 보다>에 YS가 젊은 시절부터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왔음을 알 수 있다.” 

35세 나이에 이미 3선 의원을 지낸 김영삼은 미국 국무부 초청을 받아 1964년 6월부터 4개월간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등지의 자유 진영 13개 국가를 방문한다. 

YS가 미국에 도착했을 때는 1964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전당대회를 실시하던 때다. 민주당의 린든 존슨은 재선을 시도했고, 공화당에서는 배리 골드워터가 나왔다. YS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골드워터에 패배한 윌리엄 스크랜튼이 보여준 행동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을 엿봤다. 

“그들은 아무리 치열한 경쟁을 치르더라도 일단 승패가 판가름 나면 반드시 결과를 따라야 한다는 자세가 투철했다. 감정을 컨트롤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며칠 동안 계속된 공화당 전당대회가 골드워터의 승리로 막을 내린 뒤 패배자 스크랜튼이 보여준 행동은 정말 신사다웠다. 스크랜튼은 침착하게 연단에 올라가 골드워터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중략) 

1964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골드워터는 개표 도중 패색이 짙어지자 패배를 인정하고 존슨에게 축전을 보냈다. 이런 페어플레이 전통만큼은 우리가 확실히 배워야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 김영삼 지음·이동수 편저, <YS 세계를 보다> 53~54p.

이 대표는 1971년 대선을 앞두고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김영삼이 김대중에게 패하고 깨끗이 승복한 뒤 그의 지지 유세를 도운 태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YS는 1940년에 40대 기수론을 들고나왔다. 박정희의 3선 시도가 표면화되고 있었고, 당 원로들은 독재에 아무 소리도 못 하고 있었다. 김영삼은 독재를 막아야 하는데 당 어르신들은 그 역할을 못 할 거라고 봤다. YS는 ‘패배감과 무기력에 젖어 있는 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며 40대 기수론을 주창했다. 김대중과 이철승이 여기 동참하며 바람을 일으켰다. 이철승이 막판에 김대중 지지로 선회하면서, 김영삼은 패하게 된다.

김영삼은 투표가 끝나고 단상에 올라 “김대중 씨의 승리는 우리들의 승리이며 나의 승리입니다”라며 승복하고 지지를 약속했다. 그는 후에 회고록 <민주주의를 위한 나의 투쟁>에서도 “‘비록 표결에서는 패배했으나 나의 주장은 승리했다. 내가 제창한 40대 기수론은 승리했고, 이제 신민당은 박정희에 맞설 기회를 잡은 셈이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YS가 당시 경선 결과에 승복한 것에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패배한 스크랜튼의 태도를 보고 느낀 점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김영삼이 안타깝게 졌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질 것 같아서 밤마다 호텔에서 울면서도, 낮에는 김대중 후보 유세장에서 지지를 호소했다는 후일담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렇듯 패배에 승복할 줄 아는 자세가 있었기 때문에 훗날 YS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고 본다. 이런 자세 없이 ‘부정선거다’ ‘억울하게 졌으니, 무효다’라는 식으로 나오는 사람이었다면 나중에 대통령이 못 되지 않았을까. 

김영삼은 고비마다 이런 태도를 보여준다. 1979년 YH사건,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로 유신 정권의 심기를 거슬러 의원직에서 제명되기 이를 때,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한 번만 양보해라. 제명까지는 가지 않겠다’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때 YS는 ‘잠시 죽지만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이것이 부마항쟁, 유신 종말로 이어졌다. 제명이 두려워서 뜻을 굽혔다면 뒤에 일들은 벌어질 수 없었을 거다. 

앞에 있는 작은 위기를 넘기기 위해 대의를 저버리면 그 사람은 크게 못 되는 것 같다. 반대로 당장 지는 일이 있더라도 대의를 포기하지 않으면 크게 되는 사람, 그 대표적인 경우가 김영삼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강연 말미에 “YS와 DJ는 정치권에 오래 몸담으며 경험을 쌓고 전문성을 키우고,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현재는 정치인을 키워서 그간 쌓아온 실력, 비전을 발현할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선거마다 인재 영입을 통해 이미지 정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급작스레 정치권에 들어온 이들이 쌓은 전문성이나 네트워크가 얼마나 되겠는가. 오랜 시간 정치 경험을 축적하고 가치를 적립할 기회를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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