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규모 지원책 쏟아져…차별화 포인트도 고심
카드업계 일각선 속도전 경쟁양상에 우려의 목소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우리카드가 쏘아올린 ‘상생금융 정책’이 카드업계 전반으로 번져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발표 시기와 규모를 두고 경쟁마저 붙으면서 후발주자 카드사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현대카드, 롯데카드, 신한카드가 ‘상생규모 지원안’을 잇따라 발표한 가운데 다른 카드사들 역시 지원 규모와 방식 등을 두고 내부적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카드업계의 상생금융 지원안은 우리카드가 시발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올해 3월 말 박완식 신임대표 체제가 시작된 후 이렇다 할 대외적 홍보활동을 하지 않다가 지난 6월 말 카드업계 최초로 상생금융 지원책을 발표했다.
카드업계 상위 카드사가 아닌 우리카드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까지 초청해 기념행사까지 개최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우리카드가 칼을 갈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완식 사장이 취임 후 우리은행장 후보군에 오르면서 오롯이 우리카드 경영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상황을 단번에 해소하기 위해 준비한 ‘큰 한 방’이라는 평가다.
물론,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의 전폭적인 서포트도 있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200억 원에 달하는 지원책을 우리카드 독단으로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카드 정책 발표 후 만난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상생금융 지원책 발표 전까지 다른 카드사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업부서에서 부랴부랴 지원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현대카드가 우리카드 다음으로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면서 카드업계 안팎이 뒤숭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우리카드의 경우 발표 후에는 업계 안에서도 ‘(우리카드면)그럴 수도 있겠다’는 반응이었다면, 현대카드는 진짜 대관(對官) 부서 측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현대카드의 상생정책 발표가 이뤄진 지난 7일 이후 롯데카드(7월 14일), 신한카드(7월 17일)가 잇따라 상생금융 정책을 발표했다. 우리카드의 첫 상생금융 정책이 6월 28일 발표된 것을 감안하면 다른 카드사들의 동참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진 것이다. 이는 카드사들이 받는 압박이 한층 더 강해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 가운데 상생금융 정책간 비교가 이뤄지면서 지원 규모에서 차별화 전략으로 점차 경쟁 구도가 변화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현재까지 발표된 상생금융 지원 규모는 우리카드 2200억 원, 현대카드(현대커머셜 포함) 6000억 원, 롯데카드 3100억 원, 신한카드 4000억 원 규모다.
이처럼 이미 수천억 원 규모의 상생금융 정책이 발표되면서 카드사 현업부서의 고민 방향은 ‘차별화’로 옮겨지는 모양새다. 신한카드 역시 같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신한카드가 발표한 정책을 보면 기존 카드사들이 발표한 상생금융 정책에 데이터 기반 사업을 접목한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신한카드는 ‘신한카드 MySHOP Together 소상공인 함께, 성장 솔루션(이하 소상공인 함께, 성장 솔루션)’ 서비스도 같은날 론칭했다.
신한카드는 국내 최고 수준의 빅데이터 업력을 기반으로 ‘소상공인 함께, 성장 솔루션’을 론칭해 창업정보, 상권분석, 마케팅플랫폼, 개인사업자 대출에 이르는 소상공인 토탈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원 규모에 이어 다른 정책과 차별화 지점을 찾아야하는 후발카드사들의 고심은 한층 더 깊어질 전망이다.
다만, 카드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상생금융 지원책’ 발표가 너무 경쟁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충분한 내부적 리스크 검토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사업전략 수정이 필요한 정책임에도 속도전 양상을 보이는 것에 대한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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