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사건과 ‘루머’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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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사건과 ‘루머’ [기자수첩]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3.07.30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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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침해, 수년 전부터 보도 정치권 ‘미온’…‘정쟁’이 아닌 ‘해결’에 초점 두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서이초등학교 대문에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붙어있다.ⓒ시사오늘 박지훈 기자
서이초등학교 대문에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붙어있다.ⓒ시사오늘 박지훈 기자

지난 18일, 강남구에 소재한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교사들이 처한 열악한 근무환경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현장에는 화환행렬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숨진 채 발견된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 시내에는 교사 수천 명이 모였습니다. 검은 옷을 입고 모인 교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학생들과 학부모의 만행이 언론에 공개됐으나, 바꿔진 건 없었다며 미온적인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교사의 생존권’을 주장한 것이죠.

역설적이게도 이번 사태가 주목을 받은 것은 사건의 본질을 벗어나 악성 학부모가 정치권과 관련돼있다는 ‘루머’ 때문이었습니다. 지역 맘카페 댓글에서 시작된 루머는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3선 국회의원이 사건을 덮으려 한다’는 근거도 불충분한 얘기들이 언론과 누리꾼들로 하여금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누리꾼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며 해당 루머가 가리키는 정치인들을 특정해냈고, 의심을 받는 당사자들은 결백을 주장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기자는 이번 일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심정이 들었습니다. 교권 침해로 인해 교사들이 고통을 호소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사회에서 빈번히 일어났던 문제지만 정작 사건에 대한 문제의식 보다는 정치인이 연루됐다는 루머로 인해 문제의 본질이 ‘덩달아’ 조명을 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문제해결 보다는 정쟁이 펼쳐졌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일부 정치인은 사건의 원인으로 ‘진보교육감’과 ‘학생인권조례안’이 교육현장의 문제를 촉발시켰다고 주장했고 이에 정의당과 민주당은 “교권 보호와 학생 인권보호는 별개의 문제다”며 받아쳤습니다.

교사는 그저 학생들에게 학문을 전달하는 직업이 아닙니다. 미래를 빚는 직업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교사들에게 미래를 책임지라고 하기엔 그들이 처한 환경이 도리어 미래를 밀어내는 듯합니다. 우리사회가 사건의 본질을 지금이라도 파악하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학생과 교사 모두를 위해서 말이죠.

 

담당업무 : 정경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확실하고 공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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