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총선 국민의힘 필승 전략
○尹정부 중간평가 구도를 바꿔라
○김기현 체제로는 안 되는 까닭
○원희룡·한동훈·나경원…‘주목’
○안철수·오세훈이 놓친 것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극렬한 내전 양상의 정치판. 어른의 부재가 아쉽다. 원로들의 목소리가 그리운 요즘이다.
평론계의 훈수 정치도 그립다.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고성국 정치학 박사는 보수 내 훈수 평론의 대가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 성공 여부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어떤 훈수를 전해줄 수 있을까.
고성국만의 2024 총선 전략 훈수. 인터뷰는 지난 27일 오전 마포사무실에 가졌다.
훈수 1.
“총선 승리? 김기현 체제로 안 돼”
최근 국민의힘을 이끄는 김기현호는 아쉬움을 남겼다. 대통령 해외 순방 기간 굳이 미국 일정을 사무총장과 함께 갔어야 했나? 국내에서는 폭우가 한창이었다. 또 오죽 여당이 야당을 방어하지 못하면 정부 인사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전면에 나서나. 여당이 여당답지 못하다, 정무 감각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존재감이 없다는 혹평마저 받아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대로 괜찮을까? 설왕설래다.
고 박사를 만나면서도 이 점부터 물었다.
-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김기현호, 이대로 괜찮다고 봅니까.
“안 괜찮죠.”
기다렸다는 듯 냉큼 단언했다.
“김기현 대표가 당무를 잘 보고 안 보고를 떠나 다른 차원의 문제로 이대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내년 총선을 이끌 범여권의 정치 지도자로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우리나라가 대통령중심제 아닙니까.”
- 네.
“우리 국민은 수십 년간 대통령제라는 권력 구조 안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대통령이 중심에 서거나 혹은 대권주자 정도가 총선에 나와야 관심을 가집니다.”
틀부터 짜고 설명하는 방식이다.
“야당은 차기 대권주자가 당대표를 맡고 있지 않습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근래 이낙연 전 대표와 만나 총선 승리를 도모했다.
“이재명 대표가 총선에 나선다면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선거를 치르게 되는 겁니다. 비록 민주당에서 공천한 후보가 마음에 안 들어도 이 사람이 떨어지면 이재명이 대통령 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지지자들이 모여 투표하게 돼 있거든요.”
반면에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 경우다.
“대통령은 선거에 개입할 수 없잖습니까? 때문에, 여당에서도 국민이 받아들일 만한 차기 대권주자가 선거를 지휘해야 하는 겁니다.”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대통령 권력에 누수가 생길까 걱정하지 않겠습니까.”
여당의 경우는 차기 대권주자로 총선을 치르게 되면 권력 중심이 미래 권력으로 옮겨진다는 우려가 있어왔다.
“사실은 그렇지가 않은데, 그런 걱정이 있기에 관리형 대표를 자꾸 내세우게 되는 거거든요.”
지난 3·9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대표가 된 것도 관리형 대표를 어필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민이 관리형 대표를 보고 찍지는 않는다는 거죠.”
-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러니까 뭐냐.”
본론으로 들어갔다.
“차기 대권주자로 선거를 치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침을 꿀꺽 삼켰다.
“선대위원장을 대권주자로 내세우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니면 수도권과 지방 등 권역별만큼은 차기 주자들로 앉히던가요. ‘유권자 여러분 저를 대통령으로 만들려면 국민의힘을 찍어주세요’ 이렇게라도 해야 하는 거죠.”
훈수 2.
“권역별 선대위원장은 차기 대권주자들로”
- 결국, 비대위나 조기 선대위로?
“네.”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이면 차기 주자들이 전면에 나서는 식의 비대위로 바꾸고 또 선대위도 그 연장선에서 꾸리는 게 국민이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겠지요.”
한때 여당 위기론이 커지면서 10월 비대위설이 들릴 때도 있었지만, 김기현 대표가 조기에 물러날 정도로 호락호락한 유형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비대위보다는 조기 선대위 체제가 현실적이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 권역별 선대위원장에 대권주자를 앉힌다면 누구누구를 생각할 수 있습니까.
“자기들끼리 대권주자로 생각하는 건 아무 의미 없어요. 국민이 볼 때 저 사람은 차기 주자야, 인정해야 하거든요.”
머릿속으로 여러 인물이 뒤죽박죽 지나갔다.
“우선 내각에는 원희룡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있겠죠.”
고개가 끄덕여졌다.
“당내에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있겠고요.”
순간, 물음표가 그려졌다.
“다만, 홍 시장은 징계까지 받은 데다 현직 시장들은 선거에 개입하면 안 되니 모두 논외. 그래서 나는 원희룡·한동훈·나경원 이 세 사람 정도가 선대위 위원장을 맡거나 진두지휘하지 않으면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고 봅니다.”
공동선대위 윤곽이 그려지는 듯했다.
훈수 3.
“차기 주자는 尹 성공을 제1원칙으로”
듣던 중 궁금한 점이 들었다.
- 안철수 선대위원장 기용 가능성 등은 생각 안 하는 건지요.
“안철수 의원도 차기 대권주자죠.”
긍정부터 했다.
“그런데 지금 이 분은 범여권의 선대위원장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나가버렸어요.”
- 어째서입니까.
“범여권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대통령과 정부를 성공시키겠다는 확고한 전제가 있어야 해요. 안 그러면 야당 해야죠. 안철수 의원은 인수위원장 할 때만 해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염두에 두며 움직였지요. 하지만 그 이후 정치 과정에서는 자유우파 지지자들에게 윤 정부를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제대로 각인시키지 못했어요. 차기 주자이기는 하나 총선거를 이끌 사람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안타까움이 스쳤다. 그는 지난 전당대회 당시 안 의원에 대해 호의적인 평론을 해왔다고 알고 있다.
훈수 4.
“원희룡·한동훈은 대통령 생각대로”
원희룡 장관은 차기 총리설도 들리고, 한동훈 장관은 총선 출마의 뜻을 접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에 고 박사는 이들이 총선에 등판해야 한다는 시각인 듯 보였다.
- 맞습니까.
“그것은 윤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고 봅니다.”
이 점부터 언급했다.
“대통령이 전체 정국 구도를 어떻게 짜나가는가에 의해 결정되는 거니까요.”
- 본인들 뜻도 있을 텐데요.
“평양감사도 지 싫으면 그만이라지만, 여권의 질서라는 게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대통령이 남은 4년 임기 동안 원희룡·한동훈 두 인물에 대해 어떤 쓰임새를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그분의 생각을 존중해 주는 게 마땅해요. 그게 싫으면 야당 해야지요. 여당 하면서 나는 따로 가겠어, 하면 분란이 일어나는 겁니다. 모두한테 좋지 않아요.”
대통령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견지했다.
그러면서 “어디까지나 원희룡·한동훈의 결정사항이 아니고 윤 대통령의 결정 사안”임을 강조.
“그렇다고 이것을 대통령이 대놓고 지시하거나 할 수 없어요. 그 순간 정치 개입, 선거개입의 공격을 받거든요. 실제 움직일 때는 원희룡의 결단, 한동훈의 결단 같은 형태로 나타나야 하겠죠.”
훈수 5.
“나경원 잠재력, 총선서 활용해야”
앞서 고 박사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선대위원장 적임자로 거론한 바 있다.
- 과연 검증이 됐다고 보는 겁니까.
“국민으로부터 선출 받은 국회의원을 네 번이나 했잖아요. 당내에서도 원내대표를 비롯해 주요 당직을 거쳤습니다. 그거 말고 어떤 정치적 검증이 또 필요합니까? 정치인은 선거를 통해 검증받는 겁니다.”
- 보수 내 여성 정치리더가 부재한 상황이긴 합니다. 나 전 원내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건지요.
“당연하죠.”
순간, 나 전 원내대표의 킹메이커로 나서려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지난번 당 대표 출마했을 때 초반부터 당원의 지지가 압도적으로 모였던 겁니다.”
개의치 않고 말해나갔다.
“이전 전당대회에서 이준석과 경선했을 때도 보세요. 막판 여론조사에서 역전당했지만, 당원 투표에서는 압도적이었습니다. 여론조사 또한 좌파들의 낙선 운동에 의한 역선택의 결과였다고 봅니다. 국민의힘 당원들과 자유우파 시민으로부터 이미 검증받은 사람이다, 그렇게 평가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 나 전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가. 이 점 또한 의문입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그리는 그림에 안 맞았던 거지 ‘나경원’과 안 맞았던 것은 아닙니다.”
무슨 질문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좀 껄끄러운 부분이 있었다고 해서 이 사람 되고, 저 사람 안 되고 할 이유는 전혀 없어요. 정치적 행보가 중요한 거죠.”
전대 당시 윤심은 김기현에 있다는 설이 파다했다. 관건은 나 전 원내대표의 출마 여부였다. 이윽고 저출산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나 등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반윤 행보하지 말라며 대통령실과 일부 친윤계의 공세가 가해졌다. 흡사 불출마 압박과도 같았다. 숙고 끝에 출마를 접은 그는 김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
“윤 대통령의 뜻과 정면으로 맞서는 행보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잖습니까.”
반문하며 환기했다.
“총선이라는 판의 새로운 그림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나경원이 가진 잠재력이야말로 얼마든지 다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훈수6.
“여당 물갈이는 대통령 의지에 달려”
- 지난 방송(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서 ‘야당은 물갈이가 어렵지만, 여당은 쉽다’라고 한 바 있습니다. 왜 그런 겁니까.
“왜 여당 내 물갈이가 더 쉽냐면, 대통령 의지가 강력하게 작동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야당은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권력이 없잖아요. 아무리 직전 대선주자였다고 해도 원오브뎀입니다. 차기 대권주자로 유력해도 이재명은 이재명일 뿐이에요. 이낙연이가 이재명 말 듣겠어요? 비명·반명계가 이재명 말 듣고서 ‘예. 알았습니다. 저희 좀 쉬겠습니다’ 하지 않는단 말이에요. 물갈이를 대대적으로 하기도 어렵고 하려 해도 엄청난 저항에 부닥치게 돼 있어요. 제압할 방법이 별로 없는 거죠.”
여당은 그에 반해 “대통령 의지가 분명하다면 공천 혁명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김영삼(YS)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돼 성공한 1996년 신한국당 공천개혁을 들 수 있다.
“당시 현역 의원이 42%나 교체됐어요. 역대 물갈이 중 교체율이 제일 높아요. YS가 공천 혁명을 통해 신진을 발굴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으니….”
공천혁명이라고 명명한 점이 귀를 감아왔다.
“그랬으니 현역 중 42%나 공천에서 탈락시킬 수 있던 거예요. 신인들이 대거 공천을 받을 수가 있던 시기였죠. 당시 발탁된 인물들이 누구냐. 홍준표·김무성·김문수·맹형규·정의화·권철현 등이거든요. 이들이 초선이 된 다음부터 지금까지 한국 정치의 중심을 이뤄왔잖아요. 자유우파 진영에도 역할을 하고 있고 말이죠. 이 모든 게 YS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즉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훈수7
“김종인·유승민·이준석계 공천 배제해야”
정통 보수층 일각에서는 김종인계와 유승민계, 이준석계를 안고 가야 한다 vs 아니다로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한다.
- 둘 중 어떤 견해입니까.
“진작에 버렸어야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공천에서 배제한다면 이에 반발해 3지대 신당파와 손잡게 된다면요? (현재 3지대에서는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이 각각 신당을 준비하고 있다. 연일 윤 정부에 날을 세우는 유승민 전 의원도 신당 추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안에서 계속 분탕 치고 분열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바깥에서 놀게 하는 것이 더 좋아요.”
장담했다.
- 3지대가 성공할 경우 오히려 여당이 더 수세에 몰리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에서 3지대 정당이 성공했던 경우는 딱 두 번 있습니다.”
김종필(JP)의 자민련, 또 한번은 안철수의 국민의당.
“안철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당시 패권적으로 당을 운영한 문재인 세력으로부터 정말 핍박받아서 3지대로 나가 당을 만든 거거든요. 김종필도 마찬가지고요.”
JP는 3당합당 후 주류파와의 갈등을 겪다 탈당해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당을 창당했다.
“김종인이나 유승민이나 이준석은 핍박받은 게 아니잖습니까. 오히려 이 자들이 대통령을 계속 공격했잖아요. 이준석이가 대통령에 공세를 가하고 고생시켰지 대통령이 핍박한 게 아니잖아요. 유승민이도 마찬가지예요. 지난 대통령 경선에 나가서 진 다음 하나도 안 도와줬잖아요. 유승민이가 윤 대통령을 고생시켰지. 윤 대통령이 단 한마디 한 적이 있습니까? 김종인도 마찬가지예요. 자기가 총괄 상임선대위원장 아니면 안 하겠다고 몽니를 부려서 결국은 했잖아요. 그런데도 자꾸 시비를 거는 바람에 대통령이 고생을 했지. 대통령이 어디 싫은 소리 한마디 한 적 있습니까?”
화가 치미는지 금세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자들은 공천서 배제되면 뭐라고 설명할지 몰라도 핍박받아서라는 명분을 세울 수가 없어요. 이들 중에 대권주자가 누가 있습니까? 없잖아요.”
순간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대선주자 여론조사상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도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중이다. 하지만 고 박사에겐 예외 없는 듯.
“아까도 말했지만, 대권주자라는 건 ‘내가 대통령 하고 싶어요’ 선언하는 것만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사람들이 보기에 당선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어야 대권주자인 거예요. 안철수가 19대 대선 때 대통령 후보에 나왔잖습니까. 홍준표랑 비슷하게 20%대 득표했습니다. 그 당시 유승민은 얼마 했습니까.”
- 6%대 득표했던 것으로 압니다.
“한 자릿수밖에 안 되는 자가 주관적으로 ‘나 대권주자입니다’ 떠들고 다닐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국민이 인정합니까.”
또 핏대를 세웠다.
“김종인·유승민·이준석이나, 혹은 금태섭이나 다들 모인다고 해도 국민이 인정할 만한 대권주자도 없잖습니까. 핍박받아 쫓겨났다는 식으로 동정표를 끌어모을 정도의 명분도 세우기 어렵고 말입니다.”
- 이들이 모일 경우 여권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고는 안 봅니까.
“그자들이 다 모여서 제3지대에서 뭔가를 만든다고 칩시다.”
가정을 들어 설명해나갔다.
“여권표가 아닌 오히려 저쪽 이재명네 표를 잠식할지 또 모르는 거예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 그렇습니까.
“네. 그래요. 지금 느낌으로는 야권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 왜 그렇습니까.
“민주당 진영 중에서도 이재명은 도저히 지지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러니 “안에서 분열과 분탕을 칠 바에 나가서 따로 하라. 그렇게 정리하는 것이 국민의힘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 좋다, 이 말입니다” 목청을 높였다.
훈수 8.
“오세훈, 유승민계와 손잡은 것 득보다 실”
이야기는 차기 대권주자 행보와 연동해 나아갔다.
오세훈 서울시장 경우 이준석 전 대표나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유승민계와 가깝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
- 오 시장이 유승민계와 손잡은 것처럼 비치는 것이 그의 대권 행보로 볼 때 득일지 실일지요.
“별로 좋지 않죠.”
득보단 실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그 자체로 중도 확장성이 좀 있는 사람입니다. 성향도 그렇고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아닙니까? 이미 스스로가 김종인·유승민이나 이준석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중도확장성을 발휘할 수가 있습니다. 또 그자들(김종인·유승민·이준석)은 중도확장성도 있지를 않아요.”
손사래를 쳤다.
“어쨌거나 오세훈한테 부족한 게 뭐냐. 집권세력인 자유우파의 신뢰입니다. ‘저 사람 제대로 못하네’ ‘자꾸 왔다갔다 하네’ 의구심이 있는 겁니다. 대권주자로 나서려면 원래 자기가 갖고 있는 중도확장성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자유우파인 주류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노력을 더 해야 하는 겁니다. 작전이 잘못된 거예요.”
- 오 시장에게 필요한 조언일 수 있겠습니다.
“여러 번 얘기했는데 잘 못 알아듣는 것 같아요.”
- 왜 그럴까요.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들이 있어서 그렇겠죠.”
시큰둥했다.
훈수 9.
“정치는 매 순간이 승부, 안철수 험지로 가야”
- 안철수 의원은 그러면 어떻습니까. 아까 공동선대위원장 하기도 어려운 처지라고 했는데 말이죠.
“안 의원도 오 시장과 똑같은데, 문제는 오세훈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는 겁니다.”
잘라 말했다.
“오세훈보다 안철수가 중도 확장성이 더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역으로 물어왔다.
- 네.
“당장 저쪽(새정치민주연합 당시)에서 한 5년간 활동을 했으니까 중도확장성도 더 있는 거지요. 그만큼 자유우파 주류에서 갖는 의심의 정도도 더 높은 겁니다.”
일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안 의원이 해야 할 일이 뭡니까? 의심을 해소해야지 않겠습니까. 대권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했는데 자꾸 거꾸로 갔잖아요. 오세훈보다 더 불리한 행보를 해왔다는 겁니다.”
- 하지만, 안 의원 자체가 중도확장성이 많다고 보면, 총선서의 역할론 역시 고려해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글쎄요.”
표정을 지었다.
“표에 제일 민감한 후보들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매일 지역을 다니면서 유권자를 만나는 사람들 아닙니까. 누가 유세 지원을 해주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인지 동물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거 홍준표가 당 대표이던 시절 어땠습니까.”
자유한국당 시절이다.
“전국 유세할 테니 일정 잡으라고 했는데 각 지역 후보마다 표 떨어지니 제발 오지 말라고 사정해서 결국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습니까.”
2018년 지방선거 때였다.
“자, 그렇듯 후보들이 누구보다 민감한 겁니다. 원희룡·한동훈·나경원은 누구나 한번은 와줬으면 하고, 부르고 싶은 사람들이에요. 그들이 갖고 있는 여러 요소들이 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유승민이나 이준석이가 따로 살림을 차리지 않고 안에 있다고 치면 이들한테 도와주세요 할 사람은 천하람 정도밖에 없겠죠. 이게 정치 현실입니다. 그 점에서만 보면 안철수는 유승민이나 이준석보다는 역할이 더 있긴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디서 그를 부르겠습니까. 경기도 일부 정도나 되겠지요. 원희룡·한동훈·나경원은 전국에서 부를 텐데 말입니다. 이미 급이 그만큼 달라졌다는 거예요.”
냉엄한 현실을 피력했다. 십 년 전 여론조사에서 대선 지지율 50%는 거뜬하던 때도 있었건만 돌이킬 수 없는 옛날이 됐나 싶게 씁쓸함이 감돌았다.
- 보수 주류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안철수 의원이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봅니까. 예컨대 총선서 험지 vs 분당 출마 중 고려한다면요.
“험지로 가야죠. 그나마.”
- 격전지 종로 등을 말합니까.
“종로보다 훨씬 어려운 데가 많습니다.”
- 분당도 쉬운 곳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자유우파 시민이 볼 때 분당은 되게 쉬운 곳이라고 봐요.”
말도 꺼내지 말라는 시늉을 보였다.
“원래 후보들은 다 자기 지역구는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들이 주관적으로 주장하는 것과 별도로 국민이 생각하기에 어려운 곳으로 가야 험지죠. 누가 공천받아도 당선 가능성이 큰 곳은 험지가 아니죠. 험지가 아닌 데로 공천받아서 배지 한 번 더 달면 그게 본인한테 무슨 도움이 됩니까? 국회의원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면 경험이나 한다고 치죠.”
혀를 찼다.
- 분당을 고수하는 길로 간다면 대권은 사실상 포기하는 거로 보는 건지요.
“사실상 포기하는 것으로 봅니다.”
냉정하게 말했다.
“정치인은 매 순간이 승부예요. 매 순간이.”
음미하기 좋은 발언이었다. 추켜세우자, “그럼 이제 끝내도 돼요?” “아니요. 몇 개 남았습니다.” “웃음.”
훈수 10.
“尹정부 중간평가, 구도와 판을 바꿔라”
내년 총선은 뭐니 뭐니해도 윤석열 대통령의 중간평가 시간이다.
- 중간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조언해주고 싶습니까.
“평가받고 심판받는 선거는 어려울 수밖에 없잖아요.”
- 네.
“수비하다가 끝나는 거죠. 제일 좋은 전략은 평가받지 않고 평가하는 선거로 구도를 바꾸는 거예요.”
- 그게 가능합니까.
“내년 총선에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자신만만한 표정.
“현재 입법 권력은 완전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한테 있잖습니까. 대통령 중심의 권력 구조라고 해도 국회의 압도적 다수파인 민주당이 가로막으면 법은커녕 예산 하나 제대로 처리하기가 어려워요.”
180석 가까운 범야권을 생각하면 사사건건 어려운 고비였다고 술회된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이 무슨 수로 국정 운영을 합니까? 지난 1년간 윤석열 대통령 하고 싶은 대로 했던 게 단 하나라도 있었나요?”
이리 물으며 가파르게 “없어요”자문자답했다.
“심지어 별 이견도 없는 우주항공청까지도 민주당이 안건 조정위에 집어넣어 90일 동안 늦출 수 있게 만들어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심판하자고 나서겠지만 국민의힘은 심판받을 건 윤 정부가 아니라 입법 독재, 입법 폭주로 국정을 마비시킨 민주당입니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잖아요.”
윤석열 정부 심판론 vs 민주당 심판론. 이 두 개가 격돌하는 양상이 그려졌다.
“지난 1년간의 정치 상황을 국민에게 정확하게만 전달하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윤 대통령이 뭣 좀 하려고 해도 국회에서 하나도 협조를 안 해줬으니 정부 심판할 거리가 별로 없네. 민주당을 심판해야지 이렇게 구도가 바뀔 수가 있는 겁니다.”
다시 말해 “심판받는 선거를 심판하는 선거로 바꾸는 것이 선거 전략에서는 중요하다”며 거듭 방점을 찍었다. “또 그걸 대통령이 앞장서서 하면 선거개입, 정치 개입이 되니 국민의힘이 해야 한다”며 다시금 지도부를 정조준했다.
“지금의 국민의힘 지도부가 하는 방식으로는 선거의 구도를 바꿀 수가 없어요. 더 크게 판을 바꿔 버려야 되거든. 전략적 상상력과 지도력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
다시 공은 당 지도부로 넘어온 듯 보였다.
“김기현 지도부한테는 그걸 기대할 수 없기에 비대위가 들어서든지 아니면 선대위를 조기에 출범시켜서라도 심판받는 선거를 심판하는 선거로 바꿔내야 한다, 이 말입니다.”
한번 말을 쏟아내면 일장 강의가 되는 인터뷰였다.
- 결국, 구도가 중요하네요.
“선거에서는 구도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다음에는 인물, 이슈는 그다음.”
다시 연설이 시작될까, 재빨리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다.
- 그 점에서 내년 총선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지요.
“그렇습니다.”
- 최근 용산 관저 선정 당시 자문해 화제가 됐던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교수 또한 내년 총선이 윤 대통령한테 유리하다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야당에서는 백 교수를 상대로 무속 공세를 펼치기도 했는데요. 어찌 보면 풍수지리학이 엄연한 학문인데도 동양 학문에 대한 경시 풍조가 드러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떻게 봅니까.
“주역이나 풍수지리학은 우리 동양의 수천 년간에 걸친 삶의 지혜가 농축된 거예요. 점쟁이들 또는 신내림 받는 것하고 차원이 다릅니다. 유학자들도 주역을 최고의 경서로 공부를 하잖습니까. 풍수지리도 마찬가지죠. 학문의 영역으로 수천 년간 내려온 것 아닙니까? 이것을 주술로 비하하는 것은 대부분은 무식해서고 그중 극히 일부는 아주 사악한 정략적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표명하는 거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주역이나 풍수지리학 하는 분들에게 부탁하건대 정치적 발언은 나 같은 평론가들에게 좀 양보해 주면 좋겠다 싶습니다(웃음).”
- 만약 국민의힘에서 총선을 앞두고 어떤 역할을 제의한다면 응할 용의가 있습니까.
“미리 고민할 일이 아니죠. 오기도 전에 고민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죠.”
너털 웃었다.
“아마도 그게 어떤 것이든 고성국TV 활동에 부담을 주거나 방해를 하는 일이라면 거절하게 될 겁니다.”
가두리를 쳤다.
훈수 11.
“공적 영역 정치, 선거 통해 옥석 가려내야”
마무리할 때가 다다르면서는 정치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특히나 더더욱 극심한 내전 양상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과연 정치적 작동이 가능한지 회의감이 들 때였다.
“정치라는 것은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돌보는 공적 영역의 활동입니다.”
뜻부터 내렸다.
“고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정치는 4류고 행정은 3류고 기업이 2류다’라고 얘기했다가 정치적으로 아주 혼이 난 적이 있습니다. 나는 그 말이 정치적인 것을 떠나서 원론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보거든요.”
- 왜입니까.
“이건희 회장 말대로 공적 룰을 결정하는 정치가 4류면 그 결정에 구속받아서 활동하는 행정과 기업이 어떻게 3류, 2류가 될 수 있습니까.”
논리상 말이 안 된다는 거였다.
- 그렇네요.
“정치는 그런 겁니다. 민생, 외교안보, 재해대책이든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공적 영역의 모든 결정을 하는 것이 정치라는 겁니다. 그래서 실력이 있고 능력이 뛰어나고 도덕적으로도 깨끗하고 통찰력이 있는 사람들이 공적 결정을 하는 장에서 활동해야 하는 거예요.”
정치인의 자격 조건을 말했다.
“비록 지금 활동하고 있는 정치인들 수준이 천박하니까 우리가 비판할 수밖에 없지만, 정치 자체는 이 사회의 가장 고양된 수준들이 모여 있는 곳이어야 된다는 거죠.”
하지만 잘 안 되고 있다.
“그래서 4년에 한 번은 우리 국민이 일종의 권리가 아닌 의무로서 끊임없이 옥석을 가려내는 일을 해야 하는 거예요. 어영부영 정치권에 들어가 기생하고 있는 자들을 4년간의 검증 과정을 통해 걸러내자. 이런 여과장치로서의 활동을 국민이 해야 한다고 봅니다.”
- 지금 같은 내전 양상에서도 그게 가능하다는 말인지요.
“옥석을 가려내야 내전 상태도 치유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설파하듯 응시해왔다.
훈수 12.
“정치는 사랑”
사전질문지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50여 분간의 거침없는 즉답이 술술 흘러나온 시간이었다.
1958년생 대구에서 태어났다. 경기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와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은 정치학 박사다. 정치평론가로서 KBS <추적 60분>, MBN <뉴스광장>, TV조선 <고성국 라이브쇼>, 연합뉴스TV <고성국의 담담타타>, TVN <고성국의 빨간의자> 등을 진행했다. 요즘도 종편 방송 등에 얼굴을 보이긴 하지만 종횡무진했던 때에 비하면 예전만큼은 아니다. 주요 활동처가 유튜브가 된 듯.
- 옮겨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나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요. 스스로 지상파·종편·라디오를 그만둔 게 아니고 문재인 정부 때 쫓겨났으니까.”
당시 방송가 블랙리스트 대상이었다고 했다.
“평생 정치 평론만 하고 살았는데, 자유우파 시민들한테 전해주는 게 내 존재의 의미잖아요. 근데 쫓겨났으니 다른 전달 수단을 찾을 수밖에 없었죠. 그때 마침 유튜브라는 수단을 후배들이 가르쳐줘서 여기서라도 국민과 소통하자며 시작하게 된 겁니다.”
그렇게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둥지를 만들어오면서 그에게는 구독자 80여 만의 ‘아미고’라는 든든한 지지자 모임도 생겨났다. 군대의 아미와 고성국의 고를 붙여 고성국 군대라는 뜻이 담긴 듯했다. 방송 시청에 대한 팬들의 충성심도 두텁고 서로간 소통도 활발하며 고 박사에 대한 존경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함께 긴 터널을 거쳐오면서 무수한 동병상련과 희로애락을 느꼈을 터였다.
정국 평론을 하는 동안 화를 삭이는 일 또한 많았을 것이다. 전 정부 때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할 때가 많았는데 윤 정부 들어서면서는 화색이 좋아졌다는 어느 시청자의 평도 생각났다. 실제 고 박사는 이날 화색이 좋아 뵀다.
갈무리하면서는 평소 즐겨 사용하는 말이나 정치 소신을 들려달라고 했다.
“팬들이 사인을 요청하면 써주는 글귀가 있습니다.”
- 뭔가요.
“‘정치는 사랑입니다.’ 이게 내 정치 평론의 신조입니다.”
그 말에 또 한 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도 정치는 사랑이라는 소신을 늘 전해온 것으로 안다. 반가움을 느끼며 다시금 귀를 기울였다.
“이를테면 정말 아이를 사랑하지만, 매를 들어야 할 때도 있잖습니까. 그럴 때도 본질은 여전히 사랑이거든요. 정치 평론하면서 시시비비를 엄격하게 가리려고 하는데요. 상당 부분은 야당한테 향해 있지만 그렇다고 여당의 잘못에 눈감은 적도 없습니다. 또 그러한 정론일침과 시시비비 맨 밑바닥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내 정치 평론의 모토는 ‘정치는 사랑’이라는 것을 구현하는 겁니다. 고성국TV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정치가 사랑이라면 그 안에는 화해와 이해도 있을 것이다. 고 박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 탄핵파에 대한 질타를 여러 번 제기해온 바 있다. 개중 한 인물은 다른 이들과 달리 자신의 짐을 십자가처럼 지고 온 경우다. 때론 총선 불출마를 통해 보수대통합에 헌신했고 구국의 심정으로 윤 정부 출범을 낳은 야권 단일화에 자신을 갈아 넣었다. 정치는 사랑이라고 했다. 이제 그때가 필요하지 않을까?
좌우명 : 꿈은 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