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수사단장 해임 사건, 어떻게 볼까 [주간필담]
스크롤 이동 상태바
해병대 수사단장 해임 사건, 어떻게 볼까 [주간필담]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3.08.19 1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념이냐 vs 규율이냐, 당신의 선택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시사오늘(그래픽=정세연기자)
정의를 지키고자 하는 신념과 조직을 안정시키는 규율 중 무엇이 우선돼야 할까요.ⓒ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신념’과 사회 내 조직을 다스리기 위한 ‘규율’. 이 두 가지는 현대사회에서 구성원을 위한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상충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도 합니다.

해당 사례는 해병대 수사단장과 국방부의 대립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신념을 지킬 것인가, 조직의 일원으로서 상명하복할 것인지 갈등이 표출된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신념과 조직 규율의 대립으로도 볼 수 있으며 항명 여부에 대한 진실공방, 나아가 외압 의혹과 위법인지 적법한지를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사건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지난 7월 19일, 경상북도 예천군에서 집중호우에 의한 실종자 수색 작전을 펼치던 중 해병대 제1사단 포병여단 제7포병대대 소속 채수근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시간 만에 사망한 채로 발견됐습니다.

해병대는 수사단을 꾸려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시작했습니다. 수사단은 해당 부대 사단장부터 시작해 부사관까지 모두 조사한 뒤 해당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은 △호우피해 복구 작전 주요 임무가 실종자 수색임에도 당일 뒤늦게 다른 관계자(해병 7여단장)에게 임무 전파 △임무 수행에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여건 보장하지 않음 △대원들의 외적 자세 등에만 지적하고 호우지역 수색 필수 장비 구비 등 안전대책에 관한 세부 지침이 빠져 있음을 이유로 해병대 제1사단장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경찰에 해당 사건을 이첩시키겠다고 상부에 보고를 올렸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최초 보고 내용을 결제했으나 취소시키고 1사단장을 혐의에서 제외하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박 대령은 지시를 어기고 경북경찰청에 수사 결과를 이첩시켰다는 것이 국방부 입장인데요. 관련해 지난 8일 박 대령이 지시를 어겼다며 보직해임하고 그를 집단항명수괴로 입건했습니다.

지난 7일 국방부 대변인은 “특정인에 대한 혐의 특정을 하지 말고 사실관계, 수사에 대한 사실관계 자료들만 넘기는 것이 타당하겠다”며 특정인을 빼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다음날에는 “수사대상 거의 반수가 하급 간부 또는 초급 간부들이다. 그런 측면에서 장관이 법무 검토를 해보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초급 간부들이 처벌되는 걸 막기 위해 수사 기록을 회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지난 9일 “해병대 사령관이 수사단장에게 정당하게 내린 지시를 불응해서 그것에 따라 보직 해임이 이뤄졌다”고 밝혔는데요. 박 대령측은 국방부 장관이 직접 수사 내용에 대해 서명했으니, 법무관리관과 국방차관이 혐의를 빼거나 이첩을 늦추라고 한 추가 구두지시는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장관의 본래 명령을 수정하기 위해선 서면으로 내려야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지적인데요. 국방부는 모든 명령은 형태를 가리지 않고 효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 대령은 자신은 항명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억울하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문을 통해 “국방부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이첩 시까지 저는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 다만 법무관리관의 개인의견과 차관의 문자내용만 전달 받았을 뿐”이라며 “대한민국 해병대는 충성과 정의를 목숨처럼 생각하고 있다. 저는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를 수사함에 있어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하고 그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사건발생 초기 윤석열 대통령께서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지시를 적극 수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어떻게 결론 날지, 어떤 후폭풍으로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국가원수인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처럼 엄정하고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과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서 오히려 제2, 제3의 피해자가 또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것일 겁니다. 만약 또다시 억울한 희생자가 나온다면 그것이야말로 채 상병의 순직에 안타까워하는 많은 국민들에 대한 기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항명이냐, 외압이냐 등 진실공방을 둘러싼 주요 쟁점을 차치하고서라도 기자는 사실, 이 점을 환기해보고 싶었습니다. 

박정훈 수사단장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은 2개로 나뉘지 않을까 합니다. 군인으로서 직분상의 신념을 지켰다며 옹호하는 시각과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체계를 흔들었다고 비판하는 시각입니다. 양쪽 모두 납득이 가는 주장입니다. 직분의 본령인 정의를 지키고자 하는 신념과 조직을 안정시키는 규율 중 무엇이 우선돼야 할까요. 

선택이 궁금합니다. 
 

담당업무 : 정경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확실하고 공정하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