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스캔들, 엄밀 조사하라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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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스캔들, 엄밀 조사하라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3.08.19 14:3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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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전반 시스템 점검해야
또 다른 정쟁의 시작인가
파행 원인 규명해 책임 물어야
나랏돈 1171억 어디에 썼는지부터 시작하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만금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만금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아직도 이 지경인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우여곡절 끝에 종료됐지만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잼버리는 믿기 힘든 개최지 여건과 대회운영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국격의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의 축제인 잼버리대회를 통해 케이팝 등 한국문화는 물론 경제발전상을 알려 국격을 제고하려 했던 목적과는 달리 국제적 망신을 당해 오히려 국격을 추락시킨 행사가 됐다. ‘G8’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시스템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결코 그냥 넘어가선 안 될 사고다.

사태의 책임은 잼버리를 유치한 전 정부와 개최한 현 정부, 예산을 집행한 전북도 모두에 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올림픽 등 국제행사를 수차례 성공적으로 개최,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이번 잼버리대회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쌓은 명성을 일시에 추락시키고 오명만 남긴 최악의 행사가 됐다. 기대했던 수조원 경제효과는커녕 추가로 막대한 세금만 투입됐다.

예산 용처부터 조사해야

예상대로 부패와 타락의 악취가 진동한다. 직접적으로는 전라북도와 부안군 등 지방자치단체와 조직위원회, 공사와 용역을 따낸 전북 지역 업체들, 나아가 여성가족부와 전·현(前現) 정부, 특별법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묻지 마 지원’ 길을 열어준 정치권 등이 얽히고설킨 복마전 실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감사원이 즉각 감사에 나서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엄청난 세금이 지난 6년 이들의 먹잇감이 됐다. 앞으로 국제공항과 항만 등 천문학적 예산이 더 투입되게 돼 있다. 이대론 안 된다. 성역 없이 비리를 발본색원해 처벌하는 것은 기본이고, 특별법으로 대못을 박아둔 인프라 공사도 타당성 조사를 거쳐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책임을 규명하는 작업이 진행되겠지만 또 다시 윗선은 다 빠져나가고 실무선에서만 책임을 지는 비정상적이고 부정의한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이후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책임을 정확히 묻고 공직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할 때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도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예산 용처부터 조사해야 한다. 총사업비 1171억 원 중 핵심인 야영장 조성비엔 단 11%(129억 원)만 편성됐다. 이로 인해 배수시설 미비로 진흙탕이 된 갯벌에 설치된 야영장은 허술한 천막 샤워장, 부족하고 더러운 화장실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폭염 속 사흘 만에 온열 환자가 1000명에 달했지만, 초기엔 다수가 방치되다시피 했다. 의약품 예산(3600만 원)이 1인당 1000원도 안 됐으니 당연한 결과다. 급기야 미국·영국이 철수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잼버리 개영 이후 뒷수습에만 310억 원을 써야 했다. 죄다 세금이다.

정쟁 소용돌이 우려

잘잘못을 따지며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것 같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어 ‘잼버리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정치권은 대회 중에도 그러더니 폐막하자마자 또 상대 탓을 하며 자신들의 책임 회피에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한심하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3일 “문재인정부 5년간의 준비 과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전 정부·전라북도 책임론을 재차 거론했다. 반면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 등 더불어민주당 측은 현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덕수 국무총리 사퇴,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며 공세에 나섰다. 여야 모두 진상을 규명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상대를 공격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치권과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간에 책임공방이 벌어졌지만 어느 기관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네탓' 공방에 열을 올렸다. 향후 감찰과 수사가 진행되겠지만 전 정권과 현 정권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전라북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역시 따져봐야 한다.

비상식적 상황

새만금 잼버리는 국민 마음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4만3000여명이 모이는 곳에 기초적인 위생시설인 화장실과 샤워실이 턱없이 부족하고 관리조차 되지 않은 후진적인 운영 실태는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들었다. 땡볕을 피할 그늘막도 없고, 생수·의료품 부족에 곰팡이 계란 등 음식 부실과 물 빠짐이 안된 웅덩이까지 비상식적인 상황은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일부 사업에 대해선 입찰 공고도 내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하다 보니 영세한 지역 업체나 더불어민주당과 연관이 있는 업체가 사업을 맡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북지역 민주당 지역위원회 직능위원장이 운영하는 회사가 온라인 홍보 등 총 8건(23억5900만 원)의 계약을 따낸 것도 의문이다. 조직위 사무국에도 전체 직원 115명 중 53명이 전북도와 전북 각지 시군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인데 이들이 대원들의 불만이 컸던 화장실·샤워장 관리, 상하수도 배수 등을 담당했다. 이런 부조리는 지자체와 조직위, 지역 토호 업체들의 유착 이외에는 설명하기 힘들다.

잼버리에 투입된 예산 1170억 원 중 무려 74%를 차지하는 869억 원이 조직위 운영비로 쓰이고 화장실, 샤워장 등 야영장 시설 조성에는 129억 원만 쓰였다고 한다. 참사는 예고된 거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공무원들은 그 돈으로 잼버리 견학이라며 해외관광을 즐겼다. 기초 시설을 갖추는 데 들어가야 할 돈이 엉뚱한 데 쓰인 건 아닌지 모두 꼼꼼이 따져봐야 한다.

지방시대 흔들어선 안돼

감사원이 이르면 이번주 감사에 착수한다고 한다. 애초 안정화된 매립지를 두고 부적합 곳을 부지로 선정한 이유부터 예산 집행 과정과 조직위 운영 등 살펴봐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차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전북도의 무능 행정이 지방시대 정책 자체를 흔드는 구실이 되어선 안 된다. 전북도 못지 않게 정부 컨트롤타워 부재가 지적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지금까지 지자체 주관으로 열린 국제행사가 모두 전북도처럼 실패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지방시대를 앞당겨야 할 이유가 될 뿐이다.

지금 지방은 거의 소멸 직전이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주는데 청년들은 빠져나가 도심이 공동화하는 현상은 수도권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가 공통적으로 겪는다.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 글로컬대학에 올인하고, 대기업 유치에 목 매고, 메가이벤트를 통한 반등 모색에 안간힘이다. 그런 지자체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언사는 정치권에서 자제해야 한다.

성역없는 진상규명 집중을

어느 한 곳에 파행의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유치 단계부터 부지 선정, 관련 인프라 구축, 대회 진행에 이르는 전 과정을 복기해 파행의 원인을 밝히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은 남 탓을 하거나 희생양 만들기에 급급하지 말고 진상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핵심은 ‘잼버리 사태의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으며 누구 탓인가’에 방점이 찍힌다. 오랜 기간 대회를 준비해온 문재인 정부·조직위원회·전북도와 대회를 앞두고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흠집내기로 흐를 공산이 크다. 공격과 방어를 해야 하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거친 대결이 대기 중이다. 대회가 자칭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사안은 분명 아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때 책임지는 고위공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 폭우로 인한 오송 지하 참사에도 역시 책임지는 인사가 없다. 이러한 연장에서 새만금 잼버리대회 역시 조직위원회에 현 정부의 장관 세 명이 공동위원장이면서 누구 하나 대회를 점검하고 책임의식을 느끼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행정 허점 투성이

이번 행사는 곳곳에 허점이 드러난다. 세계에서 화장실 문화가 가장 발달해 외국에서 견학까지 올 정도인데, 행사장에 설치된 화장실은 아프리카 최빈국의 화장실보다도 지저분했다. 샤워시설도 엉망이고 식사는 왜 그리 부실한가. 시리아와 예멘에서는 대원들도 오지 않았는데,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숙소와 음식 제공을 요청한 조직위는 도대체 무슨 행정을 했는지 의문이다. ‘카눈’ 태풍을 핑계로 야영장에서 철수하지 않고 새만금에서 행사를 계속했더라면 과연 또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까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영국, 미국 등 일부 참가국 대원들은 초반에 철수했고 150여 다른 참가국 대원들도 태풍으로 인해 야영지에서 전원 철수하는 바람에 세계적인 청소년 야영축제란 대회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잔뜩 기대를 품고 찾아온 세계 각국 청소년들에게 실망을 안겨줬고 국제적 망신을 산 것은 물론이고 여러 국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온 우리 국민의 자부심에도 커다란 생채기를 남겼다.

153개국 4만3000여명 대원 대부분의 이번 대회 참가소감이 당초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뀐 것은 지극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개막 직후에는 대회 유치 이후 6년 동안 그 많은 예산을 들여 도대체 뭘 준비했는지, 정상적으로 작동될 만한 매뉴얼이 존재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엄중한 문제의식 가져야

잼버리 사태를 정쟁화해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사태의 진상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교훈을 얻으라는 국민의 요구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 등의 기민한 대응 끝에 가까스로 무사히 잼버리 행사를 마쳤으나 부실한 준비 전반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와 수사 등을 통해 원인과 책임 소재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 국가 이미지에 먹칠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반복돼선 안 된다.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적대적 행위들에서 정치는 물론이고, 사회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엄중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번 대회의 난맥과 최근의 비정상적 상황들을 계기로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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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E 2023-08-20 13:33:11
대통령이 진짜 가장 고통스럽게 책임을 지는 유일한 길은 문정부와 전북의 잼버리 및 관련 SOC 스터럭처에 기생한 무능과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포하고 부패가 있다면 유래가 없을 정도의 강력한 엄벌에 처하고 정비해 재발을 막는일이다. 활주로에 고추말림을 벤치마킹 한것인가? 헛짓거리 프로젝트를 계속 끌고 가는것은 내돈이 아닌 꽁돈이란 도적놈 심보와 부정부패가 엮여 있기때문이라 생각된다. 공부하다가 돌 몆개 던지고 좋은자리 꽤 차고 있으니 의사결정 역량과 현실감각이 매우 부족하다ㅠ이들은 이미 사회 문제다.

장정태 2023-08-20 10:07:21
나라예산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예측가능하게 해주는 명필이십니다

장정태 2023-08-20 10:07:21
나라예산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예측가능하게 해주는 명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