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식품·글로벌 사업 등 미래 전략 수립 나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식품업계의 오너 3세들이 경영 무대에 등장하면서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현재 회사를 이끄는 오너 경영자들은 후계자에게 미래먹거리가 될 신사업을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발판을 놔주고 있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의 3세 경영인들이 본격적으로 현장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전인장 삼양식품 전 회장의 아들인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CSO)은 지난 14일 열린 삼양라운드스퀘어 비전 선포식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전 본부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날은 그룹의 새 정체성을 발표하는 자리였던 만큼 업계에선 향후 3세 경영 보폭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 본부장은 이날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의 기조연설 이후 연단에 올라 20여 분간 그룹 전반의 신사업 발표를 이끌었다. 비전 선포식이 끝난 뒤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도 참여해 답변을 주도했다.
전 본부장은 향후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주요 신사업인 식물성 식품 사업과 플랫폼 확장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 그룹의 콘텐츠·커머스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인 삼양애니 대표를 겸직 중이다. 전 본부장은 “과학 기술과 문화 예술, 두 축을 바탕으로 새로운 식품 패러다임을 열어 소비자 삶을 더 건강하고 즐겁게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100년 전엔 햄버거가 없었고 30년 전엔 에너지음료가 없었고, 70년 전엔 라면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면서 “앞으로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해 새로운 개념의 식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1994년생인 전 본부장은 삼양식품 창업주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손자다. 지난 2019년 전인장 전 회장이 공금횡령 혐의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공백을 메우고자 해외사업본부 소속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듬해 6월 입사 1년 만에 경영관리부문 이사로 승진, 이후 전략운영본부장과 계열사 삼양애니 대표를 겸직하며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CJ그룹도 3세 경영이 빨라지고 있다. 이재현 CJ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경영리더는 현재 CJ제일제당에서 식품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1990년생인 이선호 경영리더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이후 2017년 바이오사업팀 부장으로 승진했고, 식품사업 부문의 식품 전략기획 1부장 등을 맡았다. 2022년 정기 인사에서 실장급인 식품 전략기획 1담당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 경영리더는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식품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CJ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식물성 식품 브랜드 ‘비비고 플랜테이블’도 이 경영리더가 이끌고 있다. 이 경영리더는 플랜테이블의 글로벌 공략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해외 시장 동향을 공유하는 등 사업 전반에 참여해 전략 수립과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의 경우에도 오너 3세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의 대외 행보가 부쩍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신 상무는 오는 22일로 예정된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그랜드 오픈식에 참석한다. 지난 3월에는 한국을 찾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총괄회장을 신 회장과 함께 맞았다. 최근에는 롯데홈쇼핑 등 유통 계열사 사업장을 찾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롯데의 3세 경영 수업이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986년생인 신 상무는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이다. 현재 한국 롯데케미칼 상무와 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와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농심에선 신상열 상무의 경영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신 상무는 현재 라면사업의 핵심 보직인 원재료 구매담당 임원으로, 원자재 수급과 협력업체 관리 등을 주도하고 있다. 신 상무는 당분간 경영 수업을 받으며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은 건강기능식품, 식물성 식품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인 신 상무는 1993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뒤 지난 2019년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2022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가 오너 3세들이 본격적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며 “일선 2세 경영자들이 아직 한창 기업을 이끌고 있어 승계를 언급하기엔 시기상조지만 신사업을 중심으로 세대교체에 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좌우명 : 편견없이 바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