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레짐작 오판의 위험, ‘항공기 사고’ 불러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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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레짐작 오판의 위험, ‘항공기 사고’ 불러 [특별기고]
  • 진성현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서비스학과 교수
  • 승인 2023.10.18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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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레짐작의 오판이 부르는 ‘참사’…성급한 판단·결론 피해야
개인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지레짐작의 오판’ 계속돼 왔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진성현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서비스학과 교수]

“지레짐작은 오판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2012년 3월, 미국에서 “후드티를 입은 흑인 소년이 수상해 보였다”며 자율방범대원 조지 짐머먼이 무고한 17세의 흑인 소년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흑인 범죄자들이 주로 후드티를 입고 다닌다는 인종차별적인 편견과 지레짐작이 부른 사고였다. 

우리는 지레짐작으로 야기되는 불상사를 어디서나 마주치는 현실에 살고 있다. 지레짐작은 자신도 모르게,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행하고 마는 오류 또는 실수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보면 어떤 일을 앞두고 마음이 조급해지면 지레짐작으로 성급하고 조심성 없이 행동하기가 쉽다. 누군가와의 대화에서는 자신의 지식과 정보가 우월하다고 자신할 때 상대방의 말을 지레짐작으로 듣고 중간에 끊는 결례를 저지른다. 어떤 과제를 수행할 때는 과거의 경험으로 지레짐작해 일을 그르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특히 지레짐작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안전 영역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위험요인 중 하나다.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항공기 운항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지레짐작’이 부른 사고의 대표적인 예를 살펴보자. 1979년 3월 테네리페 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다. 당시 네덜란드 KLM 항공기와 미국 팬암 항공기가 활주로상에서 충돌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두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 583명이 영문도 모른 채 사망하는 참극이 빚어졌다.

사고 직전 상황은 하나밖에 없는 활주로를 2대의 항공기가 동시에 사용하고 있었다. 활주로에는 안개가 껴 시야마저 흐려져 항공기끼리 잘 보이지가 않았다.

앞서던 KLM 항공기가 활주로 이륙 지점에 도달했다. 이때 뒤따르던 팬암 항공기는 아직 활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KLM 기장은 관제사에게 이륙 허가를 요청했다.

그러자 관제사가 응답했다. “오케이, 이륙 대기하라. 다시 알려주겠다.” KLM 기장은 관제사의 ’오케이‘ 라는 말만 듣고 이륙해도 된다고 지레짐작한 것이다. 이것이 팬암 항공기와 충돌하는 대참사의 결정적 화근이 됐다. 빨리 이륙하고 싶은 마음이 급했던 KLM 기장은 관제사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말았다.

자신도 모르게 지레짐작을 하는 심리적 발동기제들은 선입견, 편견, 확증편향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레짐작을 예방할 수 있을까.

먼저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보려고 하면서 공감과 경청의 마음 챙김을 연습한다. 두 번째는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다. 결론을 서두르지 말고 충분한 정보와 주위 사람들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과거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던 선입견과 편견에 대한 경험을 교훈 삼아 고쳐나가는 것이다. 

스페인 속담에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대야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라는 말이 있다.

상황이나 사건이 완전히 전개되기 전에 성급한 판단이나 결론을 내리지 말라는 의미다. 한 개인에서 국가에 이르기까지 지레짐작의 오판은 시대를 불문하고 불행의 역사를 장식하고 있다. 이러다가 인명은 재천이 아니라 지레짐작에 있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진성현 교수

-(전)대한항공 객실 안전팀장
-(전)대한항공 수석 사무장
-(전)가톨릭관동대학교 학생처장
-(전)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대학 초대학장

-(현)항공운항서비스학과 학과장
-(현)한국항공보안학회 학술이사
-(현)한국교통안전공단 항공안전 분석위원
-(현)한국교통안전공단 항공안전 분석위원
-(현)한국교통안전공단 항공안전 분석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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