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도시정비사업 ‘반토막’…건설사들, ‘선별수주’로 불황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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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도시정비사업 ‘반토막’…건설사들, ‘선별수주’로 불황 뚫는다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3.11.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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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대 건설사 도정 11조6000억 원 수주…지난해 절반 못 미쳐
선별수주 나선 건설사들…포스코이앤씨, 리모델링 앞세워 수주전 ‘독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건설사들이 재개발과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예 리모델링 수직증축으로 수주 실적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주택 시장이 녹록지 않아 지난해보다는 실적이 부진하다. 무리한 확장 대신 선별수주 전략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전경 ⓒ 연합뉴스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전경 ⓒ 연합뉴스

 

올해 10대 건설사 도정 실적 11조6000억원…리모델링 증축도 한몫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3년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는 올해 10월까지 총 11조6000억 원 규모의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이 가운데 수주액이 1조 원을 넘긴 곳은 포스코이앤씨와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SK에코플랜트 등 7곳이다.

가장 많은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낸 회사는 포스코이앤씨로, 총 15건에서 4조3158억 원어치 일감을 따냈다. 특히 재개발·건축과 리모델링 비중이 약 55대 45로 리모델링사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까지 리모델링 기술을 고안해 왔다. 이달 2일 포스코이앤씨는 ‘리모델링 전용 수직증축 구조시스템’을 개발해 과거 아파트에 보편적으로 쓰인 내력벽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평면을 다양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는 리모델링 증축 사업이 주목받기 전부터 이를 준비해 왔고, 리모델링 증축 기술을 꾸준히 고민했다”고 전했다.

리모델링 증축 개념이 주민들에게 친근하지 않아 설득이 필요했다는 점도 수주전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조합원에게 시공사 선정 단계 전 사업방식 결정 때부터 리모델링 수직증축안을 제안하고 설득했다”며 “설득 노력이 시공사로 선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각각 수주 건수가 5건과 3건으로 많지 않지만, 공사금액이 큰 사업을 따내며 1조8829억 원, 1조4130억 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울산 중구 도심지에 있는 B-04구역 재개발 사업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절반씩 맡기로 결정했다. 해당 공사의 규모는 3885세대, 7710억 원이다.

단독 수주는 현대건설의 3423억 원 규모 경기도 일산 강선마을14단지 리모델링 사업과 삼성물산의 3753억 원짜리 서울시 가락상아2차 리모델링 사업이 있다.

이렇게 건설사별 실적 차이는 회사별로 선별수주 전략을 편 결과로 볼 수 있다. 수주에 공을 들이기로 결정한 사업의 조합으로부터 선택받는 절차가 짧지 않아 수주 성과가 늦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비 문제로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건설사가 손을 놓기도 한다. 10대 건설사 중 한 곳의 관계자는 “올해 자재비 등 공사원가가 올라 건설사 입장에선 (재개발·재건축 조합 측에) 공사비를 높여 부르게 된다”면서 “조합 쪽이 높은 공사비를 부담스러워해 협상이 잘 안 되면 사업을 안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가 포스코의 특수강건재를 활용해 고안한 ‘리모델링 전용 수직증축 久阻시스템’ 개념도. ⓒ 포스코이앤씨
포스코이앤씨가 포스코의 특수강건재를 활용해 고안한 ‘리모델링 전용 수직증축 久阻시스템’ 개념도. ⓒ 포스코이앤씨

 

건설시장 침체·원가 인상 영향…“손해 보며 제안해도 수주 어려워”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규모는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10대 건설사는 약 40조5000억 원의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이는 주택시장 전반의 침체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재 건설업계의 매출은 견고하지만, 수주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통계청이 지난 3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올해 3분기 주택 건설수주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51.6%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째 하향세다.

공사원가가 올라 공사에 착수하기 어려운 환경도 수주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는 2021~2022년에 걸쳐 전년동월 대비 월별로 10% 넘게 상승해 올해 1월 150선을 넘긴 뒤 지금까지 하락 기조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수도권과 지방의 분양 양극화가 나타났다. 도시정비사업 중 수도권 물량이 약 8조6000억 원으로 74%를 차지했다. 현재 지방 미분양 주택물량이 5만4000여 호로 전국의 85%를 차지하고 있어 재건축 수요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가 최상위에 들지 않는 경우에도 수주의 어려움이 나타난다. 올해 국토부 시공능력평가에서 50위 안에 든 건설사의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 입장에선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며 가격을 제시한다”며 “조합원들은 상위 브랜드 아파트로 지어지길 원해 가격을 낮춰 불러도 (조합원 설득이) 쉽지 않다”고 했다.

최근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시가 ‘신속통합계획’ 정책을 추진하면서 재개발·건축이 비교적 수월해진 면이 있다. 다만,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설계사무소가 시청이 제시한 설계 요건을 지키지 않거나 신탁회사가 시공사 입찰 절차를 어기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 시청은 재검토를 요구하며 제동을 걸고 있다.

앞으로 선별수주 전략이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계속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의 높아진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국민 전반의 소득이 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내년에도 재개발·건축 사업의 선별적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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