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금융위원장 “이번 결정은 투자자 신뢰 회복 위한 것”
제20대 총선 전에도 공매도 금지…당시 여당 대승 거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기존에 코스피 상위 200개, 코스닥 상위 150개 외 종목에만 적용되던 공매도 금지 제도가 6일부터 전 종목으로 확대됐다. 지난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공매도 금지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본인의 견해와 반대되는 결정을 한 셈이라 그 이유에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는 2024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금지하고, 이 기간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불법 공매도 등에 대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 2024년 7월에 공매도를 바로 재개할지에 대해서는 상황을 고려한 뒤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는 물론 추가적인 불법 정황도 발견되고 있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자 공매도 제도 전반에 걸쳐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팔고난 뒤 해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는 투자기법이다. 예를 들어 A가 B로부터 주식을 빌려 판 뒤 해당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들여 B에게 갚음으로써 떨어진 주가만큼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증시 변동성을 줄이고 특정 종목의 거품을 거둬낸다는 순기능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왔다. 외국인과 기관이 약 99%의 공매도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 개인투자자들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홍콩에 위치한 글로벌 IB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관행적으로 불법공매도를 행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이 가운데 지난 10월 3일 ‘증권시장의 안정성과 공정성 유지를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국민청원은 5만 명이 넘는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받기도 했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공매도는 자연스레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당초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11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당시 그는 “외국인 투자가 중요한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관련 복잡하고 어려운 시스템을 만들면 외국인 자본 이탈을 불러 올 수 있다”며 “나아가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정책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김 위원장은 공매도 금지에 찬성,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여당의 입김이 금융당국의 이번 결정에 주효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1400만 명의 개인투자자들의 숙원을 이뤄줌으로써 이들의 표심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공매도 금지는 처음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난 2008년 10월 처음 금지됐으며,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해 2011년 8월에도 금지된 바 있다.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총선을 약 한 달 앞둔 2020년 3월부터 1년간 공매도가 금지됐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공매도 금지를 적극 추진, 그 결과 개인투자자들의 민심을 사로 잡는 데 성공했다. 그 해 4월 치러진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63석을 차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당시 84석)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한편, 이날부터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국내 증시는 급등했다. 2300대에 머물던 코스피는 이날 장 마감 기준 전 거래일 대비 5.66% 오르면서 2500선으로 올라섰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 거래일 대비 7.34%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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