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비용 재생에너지, 100% 활용은 기업·소비자에 부담”
RE100 정책 한계…CF방식 접근해야 기업부담 축소 가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정양석 국민의힘 전사무총장이 RE100 한계성을 지적하면서 재생에너지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RE100은 앞서 대선 후보자간 토론회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관련 질문을 하면서 알려진 재생에너지정책 용어다.
정 전 사무총장은 지난 7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서 ‘기후 변화와 대응’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정 전 사무총장은 지난해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대통령특사단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강연에 앞서 “전직 사무총장 자격이 아니라 COP27 특사단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기후변화에 정부와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강연 주제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정 전 사무총장은 “RE100 정책은 전력소비가 많은 제조업 참여는 저조하다”며 “재계의 경우 기업과 수출경쟁력을 감안해 탄소발생 억제만 고려하면 RE100보다 CF100을 더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RE100은 재생에너지 공급인정서 구매를 강요하지만 CF100은 탄소없는 원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정 전 사무총장에 따르면 RE100에는 지난해 58개 세계기업이 가입했지만 올해는 27곳만 가입하면서 증가세가 둔화됐다.
한국의 경우 2020년 SK그룹 6개사를 시작으로 삼성, 현대차, LG, 롯데그룹이 가입했고 올해는 7개 기업이 가입한 상태다.
정 전 사무총장은 일본의 소니 사례를 들며 RE100이 기업에 주는 부담을 설명했다. 그는 “소니는 2020년 일본 정부에 재생에너지가 너무 비싸 떠나겠다고 지원을 요청했었다”면서 CF100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국내기업 영업환경과 글로벌 경제상황상 RE100보다 CF100이 더 유리하고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으로 낙인 찍힌 한국과 국내기업의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필요하지만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정 전 사무총장의 의견이다.
CF100은 앞서 윤석열대통령이 UN연설에서 CF연합 결성제안을 하면서 새로운 재생에너지 전략으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의 당시 연설 내용을 요약하면 ‘대한민국 주도의 CFE 이니셔티브’다.
발전비용이 낮은 최고 수준의 원전이용 확대로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한국의 강점을 살려 소형모듈원전, 수소에너지 등 에너지 신산업을 창출하자는 복안이다.
RE100은 재생에너지만을 한정해 국가·지역간 상이한 여행여건과 기업별로 다양한 전력사용 패턴을 충분하게 고려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반면 CF(무탄소에너지, Carbon Free energy)는 재생에너지에 원자력, 청정수소, 탄소포집활용저장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재생에너지 여건이 불리한 나라의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큰 특정 에너지원을 지정하는 대신 기술중립적 관점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하자는 취지다.
올해 5월 CFE포럼이 민간차원의 논의 기구로 출범하고 10월 CFE연합이 비영리사단법인으로 구성되면서 법적 실체를 가진 실행기구 역할이 기대된다.
정 전 사무총장은 향후 기후정책 방향성에 대해 “RE100을 위해 재생에너지는 산업단지에 우선 공급하고 원전 등 에너지는 소비자 전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문재인정부와 달리 윤석열정부 들어 에너지별 비중에 조정이 있었다.
문재인정부 당시 재생에너지 비중은 30.3%였지만 윤석열정부에서는 21.6%로 내려간 반면 원전 비중은 같은기간 27.4%에서 32.4%로 오히려 늘었다.
재생에너지는 글로벌기업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자산운용사와 ESG부문에도 변화를 갖고 왔다. 이는 국내 금융사와 공기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에 투자하는 블랙록(BlackRocks)의 경우 화석연료로 25%이상 매출을 올리는 기업은 투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내용을 KB금융 등에 서한으로 보내기도 했다. AGP 역시 한전이 해외석탄산업에 투자하자 투자액 6000만 유로를 매각했고 그 결과 한전은 신규사업을 전면 철회했다.
삼척블루파워의 경우 반(反)ESG 기업으로 분류되는데 7% 회사채로 2250억원 규모로 조달을 시도했으나 80억원에 그쳤다.
재생에너지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선진국의 규제도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낮은 에너지 비용이 오히려 수출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으로 펼쳐졌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2.8%로 1차 소비량은 세계 10위권이다. 반면 전기요금은 OECD 평균보다 저렴한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한국의 전기료를 보조금으로 보고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에 대해 1.1%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에너지 복지는 (가격을) 싸게 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 바우처나 주택 단열보강과 효율적인 난방시설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재생에너지가 지닌 한계도 설명했다. 유럽의 경우 풍력발전 허가와 착공에 6개월 정도 소요되는 반면 한국은 7년 가까이 걸려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가격이 비싼 편이다. 한국은 1kwh당 태양광이 100~138원 수준, 육삭풍력은 144원에 달하지만 유럽은 절반 이하다. 유럽의 경우 태양광은 53원, 육상풍력은 55원 정도다.
이밖에 정 전 사무총장은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현황과 대응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사업장 사용전략이 3만GW에 달하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이는 2021 경영보고서상 수치다.
SK그룹은 ‘CES 2022’에서 2030년 기준 전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2억톤)를 줄이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또한 2027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내 첫 반도체 공장을 준공하고 2030년부터 100%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그는 SK그룹의 경우 다각적으로 전략을 구사하면서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2022년 탄소중립 선언을 통해 2045년까지 전세계 사업장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현대차는 2021년 내연기관 연구개발을 중단했으며 같은해 12월에는 내연기관 개발조직을 폐쇄했다. 현재는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를 주력으로 생산중이다. 자동차 전동화 모델비중은 2030년 30%에서 2040년 8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SK와 현대차그룹이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로 함에 따라 비용증가 압박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사무총장에 따르면 정권 교체때마다 바뀌는 관련 정책도 기업의 부담요소중 하나로 꼽힌다. 카페내 플라스틱빨대 사용금지로 관련 중소기업이 매출 하락 등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환경부는 최근 종이빨대 대신 플라스틱빨대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 적용을 무기한 유예하기도 했다.
기업 애로사항과 별개로 소비자 부담이나 불편을 가중시킬 우려도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인 재생 플라스틱 이용 의무화가 소비자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문제다. 또한 수소에너지를 활용하는 수소자동차의 경우 부족한 수소충전소가 문제로 거론된다. 결국 수소충전소 확대 등 관련 인프라의 충분한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현재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중소기업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가 미미한 상황이다.
2021년 10월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온실가스·에너지목표 관리업체 350개중 탄소중립 대응 계획수립을 완료한 곳은 전체 조사대상중 3.2%에 불과하다. 계획수립중인 기업은 67.4% 정도지만 계획이 없다는 기업도 29.4%에 달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RE100이 문제가 아니라 탄소중립이 핵심”이라며 “CF방식으로 다양하게 협상을 진행해야 기업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 전 총장은 기후변화 향후 과제와 관련해 “화석연료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면서 향후 전력수요 2배 증가가 예상돼 전력부분의 온실가스 감축문제가 필연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원전 추가 건설도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어 국가에서 고민할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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