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빅4’ 깜짝 지각변동…내년부터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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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업계, ‘빅4’ 깜짝 지각변동…내년부터가 ‘진짜’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11.15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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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화재, 3분기 당기순익 빅4 모두 제쳐
누적당기순익 기준 삼성화재 이어 2위 기록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 영향
메리츠화재發 빅4사 쟁탈전…KB손보 긴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손보업계 상위 보험사들의 2023년 3분기 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누적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삼성화재에 이어 메리츠화재가 업계 2위에 올랐다. 사진은 삼성화재(사진 위)와 메리츠금융타워 입구 모습. ⓒ사진제공 = 각사

손해보험업계 빅4(현대해상, 삼성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의 올 3분기 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기존 중형급 보험사로 평가받던 메리츠화재가 이들 모두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다만, 증권가와 손보업계에서는 올해 신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인한 요인도 반영된만큼 내년 실적부터가 상위 보험사 여부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5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정통적 손보업계 강자들인 빅4사를 상회하는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올 3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메리츠화재가 4963억원, 삼성화재 4295억원, DB손해보험 3699억원, 현대해상 2894억원, KB손해보험 1551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메리츠화재가 분기 기준 당기순익으로 빅4 모두를 제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누적 기준으로도 메리츠화재는 1조3353억원을 시현하며 1위인 삼성화재(1조6433억원)를 바짝 추격했다.

증권가에서는 보험사별 경영전략과 투자손익 격차 외에도 IFRS17 도입 및 적용이 이번 실적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보고 있다.

이들 보험사 중 가장 늦게 실적을 발표한 현대해상의 경우 다른 손보사보다 IFRS17 계리적가정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소급 적용하면서 지난 상반기 재무제표와 손익에 변경이 생겼다”면서 “2분기 CSM(보험계약마진)은 5376억원 감소, RA는 1222억원 증가했으며 자기자본은 1.3조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영향은 분명 타사보다 크지만, 당초 우려보다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현대해상 3분기 당기순이익은 2894억원으로 컨센서스를 13.1% 상회했다”고 평가하며 “다만 올해 상반기 계리적 가정 수정 소급법 영향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영향으로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규모는 811억원 축소됐다.

DB손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지마 증권가 예상보다는 제한적이었다. 오히려 해외지역 자연재해에 따른 보험손실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감독당국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라 CSM이 약 4000억원 감소했다”며 “DB손보의 경우 수정 소급법을 적용했으며 올 상반기 기준으로 기존 발표 수치 대비 순이이익이 256억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DB손보의 이번 3분기 실적에는 괌 태풍과 하와이 화재 영향으로 발생한 손실 규모 766억원이 비용으로 반영됐다.

이처럼 손보업계 빅4가 IFRS17 도입으로 실적에 크고작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가운데 메리츠화재는 오히려 실적 지표들이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화재 김중현 CFO는 지난 13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금융감독당국 권고와 회계기준 원칙에 따라 전진법으로 반영하면서 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보다 보수적으로 적용한 결과 기준 차이로 발생한 일시적 요인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김 CFO에 따르면 금융당국 실손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세전 기준 일시적 이익이 약 1000억원 가량 증가됐다.

비록 IFRS17 가이드라인 영향이 컸지만 메리츠화재가 빅4의 아성을 위협한 건 올해의 일만은 아니다. 꾸준한 이익성장세를 바탕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까지 나선 메리츠화재의 약진에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KB손해보험 대신 메리츠화재가 들어가는 빅4 세대교체, 기존 빅4에 메리츠화재가 추가되는 빅5 체제, 혹은 생보업계처럼 빅3 체제로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험업계와 증권가는 IFRS17 도입에 따른 이슈는 올 4분기부터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내년부터는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금융당국이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몇가지 가정에 대해 가이드라인 적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3년 상반기까지 보험사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은 크게 훼손됐다”고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2024년은 지금과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일단 2023년 3분기 IFRS17 계리적가정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재무적 불확실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금융지주·정무위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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