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신성장동력’ 중심 사업 재편 선언…전지소재 등 투자
단기 시황 아직 캄캄하지만…신성장 투자 계획 ‘변동 없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최근 몇 년간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은 석유화학 기업을 꼽으라면 LG화학을 빼놓을 수 없겠다.
LG화학은 지난 2021년 전지소재 등 ‘3대 신성장동력’으로의 사업 전환을 선언하면서 지속가능한 미래 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나서 왔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미국 양극재 공장을 설립하고, 고부가 제품군의 활약으로 석유화학부문 실적 하락을 방어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건져낼 수 있었다.
업계는 그 배경으로 4년째 LG화학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부회장)의 ‘혁신’ 행보를 꼽는다.
‘비주력’ 석화 정리하고 ‘지속가능’ 신사업 키우고…사업 재편 ‘속도’
신학철 부회장은 3M 한국지사에 평사원으로 입사, 미국 3M 수석부회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난 2019년 LG화학 부회장으로의 첫 번째 임기를 시작한 그는 당시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후 ‘1호’ 영입인사 중 한 명으로, 또 LG화학 출범 이래 ‘첫’ 외부 영입 대표이사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기업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로서의 LG화학 부회장으로 낙점된 만큼, 신 부회장은 취임 이후 조직 및 사업 개편에 공을 들였다.
우선, LG화학은 지난해 SM(스티렌모노머) 공장을 철거하고, 올해 IT 소재 사업부 필름 사업 중 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을 매각하는 등 전통적인 석유화학사업 중 비주력 사업을 정리했다.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동률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하는 결단도 있었다.
올해 3분기 LG화학의 석유화학공장의 가동률은 75.3%로, 전년 동기(84.0%)보다 약 10%p 떨어졌다. 여수 NCC(납사 분해 시설) 2공장은 올해 6개월 가량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석유화학사업의 빈자리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사업으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신 부회장은 △친환경 지속가능 사업 △전지소재 △글로벌 혁신 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5월에는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사업 대비 3대 신성장 동력의 매출 비중을 2022년 21%(6조6000억 원)에서 2030년 57%(40조 원)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실제 성과도 속속 나오는 모습이다.
올해 3분기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은 영업이익 37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시황은 부진했으나 태양광 패널용 POE, 탄소나노튜브(CNT) 등 고부가 제품군이 견조한 판매 실적을 기록하면서 실적 하락을 방어했다는 분석이다.
전지소재인 양극재 시장에서도 2021년 삼원계 배터리 기준, 글로벌 생산량에서 에코프로비엠(7만5000톤)에 이어 2위(6만1000톤)를 차지하는 등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더해 LG화학은 현재 미국 테네시주에서 연산 12만 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신사업 중심 사업 재편에 속도가 붙으면서, 신 부회장의 LG화학 내 리더십도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신 부회장은 지난 2022년 재임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는 중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신 부회장은 지난 2019년 임기 시작부터 2022년 8월까지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에도 시총을 20조8000억 원 가량 성장시켰다. 당시 리더스인덱스는 재임 기간 시총을 가장 많이 끌어올린 CEO로 신 부회장을 선정했다.
단기 불황에도 투자 계속…신 부회장 “모든 것이 가능한 기회의 순간”
다만, 올해 들어 신 부회장의 사업 전환 계획에 일부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사업, 특히 전지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 하락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3분기 실적을 보면, LG화학 첨단소재부문의 영업이익은 1290억 원으로, 전년 동기(4260억 원) 대비 69.7% 감소했다.
양극재 부문 판매 물량은 비슷하게 유지됐지만, 메탈 가격 하락으로 인한 판가 하락 영향을 피하지 못 했다.
다가오는 2024년 시황도 녹록지 않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배터리 기업의 양극재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 등 국내 양극재 기업이 강점을 가진 삼원계 배터리용 양극재에 대항해 LFP(리튬인산철) 등 이원계 양극재의 성장세도 심상치 않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LG화학이 올해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LG화학은 2022년 경영실적 발표에서, 2023년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매출 목표로 32조2000억 원을 설정한 바 있다.
올해 3분기까지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제외 직접 사업 누적 매출은 20조8000억 원 수준으로, 목표 금액 대비 11조4000억 원 가량이 부족한 수준이다.
다만, 신 부회장은 되레 신사업 투자에 더 박차를 가하면서 기회를 노리는 모습이다.
지난 9월 LG화학은 중국 화유그룹과 손잡고 모로코 소재 LFP 양극재 공장 설립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 항암제 개발 미국 기업 아베오(AVEO)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혁신 신약 개발 부문 시장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배터리 소재 부문은) 단기적으로 수요 둔화가 예측되지만, 보수적으로 투자 계획을 잡고 캐파 계획과 운영을 해왔기 때문에 투자 계획을 크게 변경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못박기도 했다.
신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 부회장은 지난 8월 미국 현지 R&D 인재를 찾는 행사 ‘BC 투어’에서 “누군가는 위기와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하겠지만, 오히려 모든 것이 가능한 기회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신사업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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