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오만” “야당 전체주의 우려” “밥그릇 싸움뿐”
“尹 대통령 내로남불, 잘못 인정해야” “짜고친 각본 같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총선을 두 달 남겨둔 가운데, 설 민심이 주목된다. 지난해 말 한동훈 비대위 출범으로 변화를 꾀한 국민의힘은 ‘86 운동권 청산론’을 내걸었다.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맞서 ‘정권 심판’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이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둘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편 언론과의 소통을 피해 왔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한 방송사와 90여 분간 대담을 가졌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 야당과의 관계 설정 등 민감한 사안에 관한 대화가 오갔다.
<시사오늘>은 설 민심 이슈로 두 가지를 택했다. △ ‘86 청산론 vs 정권심판론’ 무엇이 우세할까 △ 윤석열 대통령 대담에 대한 평가다. 지난 8일부터 설 연휴 기간 시민들의 민심을 들어봤다. 20·30세대→40·50세대→60대 이상 순으로 전해본다.
국민의힘 ‘86 운동권 청산론’ vs 민주당 ‘정권심판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첫날인 지난해 12월 26일 수락 연설에서 “386이 486, 586, 686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 세력과 개딸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월 3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의 독단과 무능으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의 잃어버린 비전을 되찾는 날’이라고 말했다.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 독재”라는 말도 덧붙였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 구도가 ‘86 청산론’ 대 ‘정권 심판론’으로 나뉘고 있는 셈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8일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 문제도 있지만 우선 ‘86 운동권 청산’이 시급하다. 민주당 주류가 된 86 운동권이 정치를 해온 지 20년이 넘고, 21대 총선에선 180석이라는 초유의 승리를 이뤄냈다. 하지만 그 힘을 잘 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도 표심이 관건일 텐데, 특히나 중도 진보 성향이 민주당으로부터 돌아설 확률이 높다”고 진단했다.
<시사오늘>이 만난 2030세대 유권자들은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냈다.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29세 남성 박모 씨는 ‘정권 심판론’ 필요성에 공감했다. “86세대 정치 과점이 사실이긴 하지만 민주당 내 세대교체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시급한 것은 정권 심판”이라는 주장이다.
인천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는 “지금 민주당 행태가 자신들이 비판하는 정부 여당과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인다. 지금도 야당 의석이 많은데, 민주당이 이긴다면 전체주의가 더 활개 치지 않을까”라며 86 청산론에 동조했다. A씨는 또한 “현시대, 특히 젊은 층은 하나의 이념을 강조하기보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문화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27세 여성 정모 씨는 “운동권이 우리나라를 썩게 만들고 있다”며 운동권 청산에 공감했다.
두 의견 모두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31세 남성 고모 씨는 “여론을 보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커서 민주당이 이기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86 청산이니 정권 심판이니 하는 것은 대중과 거리가 먼 자기들만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인다. 실제 시민들이 체감하는 고통은 높은 물가 등 어려운 민생”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33세 남성 박모 씨는 “모두 공감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로 “일반 시민 입장에서 국회의원, 정치인 특권의식이 너무 많다. 무슨 론은 선거용 프레임 작업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어느 손도 들어줄 필요성을 잘 못 느끼겠다”고 이야기했다.
인천 미추홀구에 거주하는 26세 여성 김모 씨는 “한 달 사이에 마음이 백번이고 바뀔 수 있다. 이재명 대표 둘러싼 범죄 혐의 불거질 때 그걸 방어해 주는 민주당을 보면 운동권 특유의 연대 의식에 거부감이 들었다가도 윤석열 정부가 멋대로 오만하게 권력 휘두를 때는 이것도 아니다 싶다”라고 전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23세 남성 김모 씨는 “정부 임기 3년 넘게 남았는데 레임덕 이야기 나온다. 민주당이 또 의석 확보하면 얼마나 많이 싸우겠나. 86 교체에 힘 실어야 국정 운영이 원만하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B씨는 “둘 다 공감된다. 86 청산, 정권심판 모두 시대적 과제를 반영하고 있다”며 중간자 입장을 취했다.
윤석열 대통령 신년 대담 평가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초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을 진행했지만 반년여 만인 2022년 11월 이를 중단했다.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이전 이유 중 하나로 국민과의 소통증진을 말했던 만큼 ‘대통령 기자회견’ 실시 요구가 높았지만, 특정 언론사 외에 인터뷰를 갖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때문에 지난 7일 KBS에서 방영된 대통령과의 신년 대담에 정치권의 주목이 쏠렸다. 윤 대통령은 민생 경제, 외교, 북한 문제 등 국정과제부터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야당 대표와의 관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설 등에 대해 답변했으나, 내용·형식 면에서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사오늘>이 만난 다수 2030 유권자도 대통령 신년 대담에 부정적 평가를 했다. 대담이 있는지도 몰랐다거나, 기사로 일부 내용만 살펴봤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보다가 껐다. 대통령에게 불리한 논쟁거리를 회피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여당이 비판하는 내로남불을 본인이 자행하고 있었다.” (29세 남성 박모 씨)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답변이 잘못됐다고 본다. 잘못은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의도를 갖고 접근했어도 영부인이 디올백을 받아서 생긴 문제다.” (30대 남성·A씨)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확실한 해명이 없는 것을 보니 사실인가 보다 생각됐다. 그런데 다른 정치인 비리도 얼마나 많은데, 최대로 비판할 거리가 명품백이라면 오히려 작은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27세·여·정모 씨)
“기대감 자체가 없었다. 현 KBS 사장 취임 과정에서 정부 입김이 있어 논란 된 것으로 아는데, 질문도 짜고 칠 수 있는 것 아니었나. 본인 생각인지 보좌진 생각인지도 알 수 없으니 진실성에 의문이 드는 것.” (31세·남·고모 씨)
“대담했다는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안 하느니만 못한 듯한 내용이라 아쉽다. 앵커의 질문부터 날카롭지 못해 보였다. 그러다 보니 속 시원하다 싶은 답변도 나오지 않은 게 아닐까.” (33세·남·박모 씨)
“한때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검사 윤석열은 사라지고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유권자 입장에서 이런 대담 방송을 본다면 과연 답변에 수긍했을까. 검사 윤석열은 그러지 않았을 거로 본다. 다만 국정 운영 성과 등은 일절 부각되지 않는데 부인 일로 이렇게까지 곤욕을 치른 것에 대해선 억울함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됐다.” (26세·여·김모 씨)
“형식부터 윤 대통령이 녹화하며 준비된 멘트나 프롬프터 없이 현장에서 직접 답변했다고 하는데, 그 자체가 이미 ‘짜고 친 각본’ 의심을 받는 거다. 생방송 기자회견 방식으로 진행했으면 누가 형식에 아쉬움을 표했겠나.” (23세·남·김모 씨)
“먹고 사는데 바빠 신년 대담은 보지 못했다.”(20대·남·B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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