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건설업체들이 죄근의 경기불황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등으로 사업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동안 감소했던 미분양 규모가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폐업하는 업체수도 늘어나면서 특단의 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19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발표한 '매출 500대 건설기업 자금사정 조사' 결과 건설사의 38.3%가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특히 지금의 한국은행 기준금리 3.50% 수준에서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76.4%를 차지했다.

기준금리는 건설사의 자금 사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자금조달 방식이 금융기관 차입이라고 건설사의 72.5%가 답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조달의 최대 애로사항으로 높은 대출금리와 수수료를 꼽은 비중이 75.5%나 됐다.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고민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 16일 발표된 미국의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0.3% 상승했다. 앞서 지난 13일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도 3.1% 상승해 미국의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미뤄지면 올 하반기 주택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건설업계의 기대감도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금리가 인하돼야 건설업계의 자금 조달이 쉬워지고 이자비용이 낮아지면서 분양 등 매매도 살아날 수 있어서다.

실제로 건설업계의 자금조달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상위 13개 건설사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까지 10조원을 돌파해 EBITDA(이자비용과 세금, 감가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전 이익 규모) 대비 3배를 넘었다.

이에반해 주택시장의 먹거리는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내놓은 건설경기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수주 규모는 65조9137억원으로 전년대비 30.4% 감소했다.

건설업계의 녹록지 않은 사업환경은 개폐업 신고 건수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종합건설사의 폐업건수는 418건으로 전년대비 60.2% 증가한 반면 신규 등록업체는 1307곳으로 74.6%나 줄었다. 

이에따라 앞으로 건설업계가 정상 상태로 회복하려면 건설사들이 착공을 결심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이 만들어지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간 30%가량 상승한 건설자재비가 안정되거나 하락하고 금리인하로 공급과 수요 모두 자금조달이 비교적 쉬워져야 사업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경협의 설문조사에서 건설사들은 안정적 자금관리를 위한 정책과제로 △금리부담 및 수수료 수준 완화(39.2%) △공급망 관리를 통한 원자재 가격 안정화(16.7%)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