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 식품 시장 노리는 이유는 [안지예의 줌-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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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 식품 시장 노리는 이유는 [안지예의 줌-아웃]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4.03.13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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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신선식품 취급 시작…몸집 키우기 본격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 트렌드 속 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발 빠르게 경영 전략을 세우고 있다. 기업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생존 날갯짓이 되는 가운데, 오늘 그들의 선택이 현재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내일의 모습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줌-아웃] 코너에서 분석해본다. 때로는 멀리서 보아야 잘 보이는 만큼, 나무가 아닌 숲으로 시각을 넓혀 업계의 ‘큰 그림’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알리익스프레스 K-베뉴에서 판매 중인 식품 ⓒ화면 캡처

중국계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가 취급 영역을 식품까지 확대하며 전방위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온라인 식품 시장은 현재 이커머스업계 내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 중 하나인데, 알리익스프레스의 진출로 또 한 번의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카테고리 확장 필수…이미지 제고는 덤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 잠식을 시작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이제 카테고리 확대라는 다음 스텝을 밟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3월 약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후 값싼 중국산 제품을 중심으로 빠르게 덩치를 키우면서 소비자층을 확보했다. 특히 지난해 △풍부한 상품 △극가성비 △5일 무료 배송 직구 서비스를 소개하면서 많은 한국 소비자들이 생겼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주로 판매 중인 공산품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취급 품목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알리익스프레스가 점찍은 카테고리는 바로 식품이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이커머스들이 온라인 식품 시장 성장세를 주목하고, 식품 배송에 나서고 있다.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에서 주로 소비됐던 식품이 이제는 온라인 시장에서도 충분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분야는 아직까지 절대적인 강자가 없어 누구든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다.

알리익스프레스로서는 식품 취급을 통해 이미지 제고도 가능하다. 신선식품류의 경우 아직까지는 눈으로 직접 보고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만큼, 플랫폼에 대한 신뢰 없이는 구매가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가품 논란에 시달려온 알리익스프레스가 성공적으로 식품류를 판매해 소비자 신뢰를 얻는다면, 그간의 부정적인 인식이 조금은 희석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선식품류는 충성고객 확보에 효과적이다. 공산품과 달리 주기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상품인 만큼, 특정 플랫폼에서 만족스러운 고객 경험을 얻는다면 지속적으로 해당 플랫폼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식품 제조사와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에는 국내 주요 식품 제조사들이 속속 입점하고 있다. 최근 CJ제일제당이 우선 입점했고, 곧 삼양식품과 동원F&B도 알리익스프레스 내 한국상품 판매 카테고리인 ‘K베뉴’에 상품을 선보일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입점을 검토 중인 기업들도 있어 향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는 한국 제품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유통 채널을 확보하게 되는 만큼 조건만 맞는다면 입점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특히 많은 식품기업들이 이커머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사몰을 키우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이커머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CJ의 경우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보다 공고한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배송 담당 업체는 CJ대한통운이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 배송에 공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었던 데는 전국적인 물류 인프라를 보유한 CJ대한통운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물류에 이어 최근 상품 협력까지 본격화되면서 양 사의 연합전선이 구축되고 있다. 실제 CJ제일제당은 현재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대표 제품인 ‘비비고’ 만두와 ‘햇반’ 등을 자사몰 가격보다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쿠팡과 거래를 끊은 CJ로서는 알리익스프레스라는 신흥 강자와 손을 잡고 새로운 판로를 열게 됐다. CJ는 지난 2022년부터 쿠팡과 입점 수수료를 놓고 갈등이 발생했고 결국 쿠팡 ‘로켓배송’ 서비스 상품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이후 쿠팡을 제외한 다양한 이커머스 업체들과 각종 협업에 나서기도 했다.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국내 식품시장 1위인 CJ제일제당의 입점이 반갑다. 큰 성장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의 즉석밥 ‘햇반’은 지난해 국내외 전체 매출 8503억 원(소비자가 환산 기준)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썼다. 또한 향후 한국시장을 공략하려면 쿠팡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데, CJ의 지원 사격이 있다면 쿠팡을 빠르게 추격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는 쿠팡의 뒤를 쫓으면서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지난달 기준 국내 사용자 수는 818만 명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1번가(736만 명)를 제치고 국내 쇼핑 앱 이용자 수 2위에 올라서면서 1위 쿠팡(3010만 명)의 경쟁 업체로 떠올랐다.

 

후발주자 한계와 ‘중국산’ 이미지 숙제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갈 길은 멀다. 이미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은 치열한 상황이다. 가격 공세로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지만, 후발주자로서의 한계도 분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신선식품 시장은 ‘로켓프레시’를 앞세운 쿠팡과 ‘샛별배송’을 운영 중인 마켓컬리 등 선두 주자들이 포진해 있다. 쿠팡과 마켓컬리는 주문 다음 날 새벽 소비자에게 신선식품을 문 앞에 배송해 준다. 이들 기업의 충성 고객들은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경험한 뒤로는 편리함에 빠져 쭉 이용하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 쌓인 고객 경험은 경쟁사들의 가장 큰 자산이다.

중국 유통사라는 이미지도 다소 불리하다. 특히 그동안에는 ‘중국 플랫폼은 싼 맛에 이용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공산품 이외 카테고리가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물론 저렴한 가격에 식품류까지 구매할 수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당분간 알리익스프레스의 상품 확대는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알리익스프레스는 단순 직구 판매 채널을 넘어 글로벌 크로스보더 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특히 가격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이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해 왔다. 

관련업계에서는 중국 직구 플랫폼들의 오픈마켓 변신이 이커머스시장 경쟁 격화의 불씨를 댕길 것으로 보고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중요한 것은 중국 직구 플랫폼들의 전략 변화 여부”라며 “중국 플랫폼이 국내에서 오픈마켓 사업을 함으로써 플랫폼 경쟁이 심화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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