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 유행에 ‘중고 재킷’이 100만 원…서울 빈티지숍 가보니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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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복’ 유행에 ‘중고 재킷’이 100만 원…서울 빈티지숍 가보니 [르포]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3.19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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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 바버 워크웨어 기반 ‘논왁스 재킷’, 전년 대비 매출 50% 성장
누리꾼 “사용감 있을수록 가치 높아”…“2만 원이 60만 원 됐다”
구제숍 운영자들 “최근 2개월 새 큰 인기 체감…20대 남성 중심”
“작년 5만 원, 지금은 50만 원 이상…100만 원 이상도 팔린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LF가 수입, 판매하는 ‘바버’의 ‘헤리티지 셀렉트’ 컬렉션. 워크웨어에 기반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LF

“왜 이렇게 빈티지 워크재킷 붐이 일어났는지. 아주 난리, 난리네요.”

최근 패션 커뮤니티에선 ‘워크웨어(WorkWear)’ 키워드가 뜨겁다. 문자 그대로 ‘일하면서 입는 옷’을 뜻하는 이 스타일은 마치 공장 작업복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워크웨어’는 1910년대 미국의 광부와 노동자들이 편하게 입는 스타일을 토대로 자리잡았다.

LF의 ‘바버’는 이런 트렌드에 올라타 매출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바버는 대표적인 워크웨어 스타일의 브랜드다. LF 관계자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젊은 층 위주로 인기가 높다”면서 “스타필드 수원점에선 오픈 2주 만에 2억 원 매출을 달성했는데, 특히 워크재킷의 일종인 ‘논왁스 재킷’이 전년 대비 50%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패션 트렌드를 공유하는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워크재킷’이 제목으로 들어간 게시물이 최근 3개월 동안(2023년 12월 1일~2024년 3월 19일) 약 80건에 이르는데, 이는 전년 동기간 대비 57% 증가한 수치다. ‘9년짜리 묵은지 꺼내야 하나’, ‘이런 걸 보면 옷을 함부로 처분하면 안 된다는 걸 느낀다’라는 댓글들도 눈에 띈다.

이들 누리꾼에 의하면 워크재킷은 빈티지 제품일수록 가치가 높다. 세월의 흔적, 즉 사용감이 느껴질수록 더 귀하다는 얘기다. ‘동묘에 가서 워크재킷을 득템(좋은 물건을 얻음)했다’는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낡은 듯한’ 워크재킷을 사기 위해 웃돈을 주더라도 중고 제품을 찾는 것이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우후죽순 올라온 칼하트 디트로이트 재킷. 20만~30만 원대부터 70만~80만 원대도 적지 않게 보인다. ⓒ후루츠패밀리 홈페이지 캡처

인기를 증명하듯 가격 또한 크게 뛰어 올랐다. 한 온라인 중고 플랫폼에 ‘워크재킷’을 검색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제품들이 매물로 올라온 것을 볼 수 있는데, 가격이 대체로 60만~80만 원대에 형성돼 있다.

워크재킷 중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칼하트’의 ‘디트로이트’와 ‘산타페’로 알려졌다. 오래된 것은 나온 지 십수년도 더 된 제품이지만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 중고 의류를 판매하는 A 씨는 칼하트 워크재킷의 높은 가격에 대해 “빈티지가 아니면 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원래 디트로이트 재킷은 10만~15만 원이면 산다”며 “디트로이트 재킷 중에서도 J97 등 특히 비싼 모델들이 따로 있는데, 이들은 이미 단종된 상품이라서 가격이 더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년만 해도 몇만 원이면 샀는데 지금은 80만 원 이상으로 올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한 누리꾼 역시 “옛날에 2만 원에 구입한 빈티지 워크재킷이 지금은 50만~60만 원에 판매되고 있어 행복하다”며 “적당히 입고 팔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익대학교 앞 빈티지숍 입구. ⓒ시사오늘 김나영 기자

기자는 워크재킷의 인기를 직접 느끼기 위해 18~19일 서울 내 구제의류 매장들을 찾았다.

먼저, 지난 18일 기자는 젊은 층이 많이 찾는다는 홍익대학교 앞 빈티지숍을 들렀다. 이곳은 입구 앞에서부터 워크재킷이 진열돼 있었다. 매장이 있는 지하 1층으로 들어서자 개성 있는 옷가지들이 공간에 빼곡했다. 그중에서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엔 워크재킷이 있었다. 기자가 10분 남짓 짧게 머문 시간 동안, 손님들이 문을 엶과 동시에 워크재킷이 있는 곳으로 가장 먼저 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 빈티지숍에서 한 젊은 커플이 워크재킷을 구경하고 있다. ⓒ시사오늘 김나영 기자

숍 운영자인 B 씨는 최근 불어닥친 ‘워크재킷’ 열풍을 체감하고 있었다. 그는 “최근 2개월 사이 워크재킷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고 있는데, 옷을 올리자마자 바로 동이 나 그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주로 20대 남성에게 인기”라며 “워크재킷 유행 때문에 전체적으로 가격도 많이 오른 상태”라고 했다.

이튿날인 19일, 기자는 서울 종로구의 광장시장으로 향했다. ‘구제의 성지’라 불리는 이곳 2층엔 다양한 브랜드의 수입 구제 의류가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흐린 날씨의 이른 오전 시간대였지만, ‘보물찾기’를 하기 위해 시장을 찾은 젊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구제 의류 매장들. ⓒ시사오늘 김나영 기자

그곳에서 구제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C 씨를 만났다. C 씨는 ‘워크재킷을 볼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곧바로 여러 재킷을 소개했다.

그는 “2개월 전부터 갑작스레 워크재킷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20대 위주로 인기”라고 하면서 “온라인에서는 더 장난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판매 내역을 보자 대부분이 이미 ‘품절’이었다. 그는 “작년만 해도 5만 원 정도에 팔리던 것들이 지금은 10배가 올랐다”며 “지금은 50만 원이 넘어도 빠르게 팔린다”고 했다.

사용감이 느껴질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게 사실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렇다”면서 “제일 비싼 건 1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워크재킷 중 가장 비싼 건 단연 칼하트 제품이었다. 그는 “칼하트의 디트로이트 재킷, 특히 ‘모스그린’ 색상에 105 사이즈 이상이면 가격이 높아진다”고 귀띔했다.

C 씨는 치솟는 워크재킷 인기에 상품을 해외에서 직접 들여온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제품들이 일본에 많다”며 “일본도 한국처럼 워크재킷이 유행”이라고 했다.

C 씨가 워크재킷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칼하트’의 ‘모스그린 색상 디트로이트 재킷’을 소개하고 있다. ⓒ시사오늘 김나영 기자

워크재킷의 인기 이유로는 ‘밴드웨건 효과’를 꼽았다. 밴드웨건 효과란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을 의미한다.

그는 “우리나라는 특히 유행에 민감해서 그런 것 같다”며 “최근 국내외 유명인들이 워크웨어를 많이 입기 시작했는데, 이를 보고 따라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세로 떠오른 워크웨어를 두고 ‘패션의 민주화’라고 평가한다. 부와 지위와는 상관없는 ‘평등한’ 패션이라는 것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성별과 나이, 부를 초월하고 꾸준히 사랑받는 청바지도 워크웨어의 일종”이라며 ‘작업복 유행’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올 봄여름 시즌엔 기능적으로 활용되던 워크재킷이 강세”라며 “옷의 본질에 집중한 실용적이고 캐주얼한 룩의 워크웨어 유행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의약, 편의점, 홈쇼핑, 패션, 뷰티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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