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와우’ 요금 인상…2년 전과 다른 여론, 이유는 [안지예의 줌-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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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와우’ 요금 인상…2년 전과 다른 여론, 이유는 [안지예의 줌-아웃]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4.04.17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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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려…C커머스 맞서 시장 장악 고삐
2년 전 적자 때와 달리 흑자 구간 진입…“납득 어려워” 여론 ‘싸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 트렌드 속 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발 빠르게 경영 전략을 세우고 있다. 기업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생존 날갯짓이 되는 가운데, 오늘 그들의 선택이 현재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내일의 모습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줌-아웃] 코너에서 분석해본다. 때로는 멀리서 보아야 잘 보이는 만큼, 나무가 아닌 숲으로 시각을 넓혀 업계의 ‘큰 그림’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쿠팡 앱을 사용하는 고객 모습 ⓒ쿠팡

쿠팡이 유료 회원제 ‘와우 멤버십’ 요금을 2년여 만에 다시 올렸다. 첫 번째 인상 당시와 마찬가지로 두 자릿수 인상률을 유지했는데, 그때와는 달리 소비자 반응이 다소 싸늘하다. 쿠팡은 더 늘어난 회원 혜택과 향후 투자 확대를 위해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을 장악한 현 상황에서 결국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짙어지고 있다.

 

유료 멤버십 회비 왜 올렸나?


쿠팡은 최근 와우 멤버십 요금을 월 7890원으로 종전(4990원) 대비 58% 인상했다. ‘더 많은 투자로 소비자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와우 멤버십 혜택인 무료 배송, 무료 반품, 무제한 OTT 시청, 무료 음식배달 등의 혜택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전국 무료 배송을 위한 물류 인프라 확장과 첨단 기술,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에 대한 투자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2년여 전 첫 인상 당시에도 표면적인 명분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쿠팡은 지난 2021년 12월 30일 와우 멤버십 월 이용 가격을 기존 2900원에서 4990원으로 72% 가량 올렸다. 당시 쿠팡 측은 “회원 혜택을 위해 수조 원을 투자했으며, 무제한 무료 배송과 무료 반품, 다양한 OTT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이번 인상을 두고 중국 이커머스의 공습에 대비한 ‘총알 장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알리와 테무 등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이른바 ‘C커머스’들이 국내 시장 침투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초저가 마케팅을 연일 펼치고 있다. 쿠팡 입장에서도 중국 이커머스에 시장을 내주지 않기 위해선 그만큼의 투자가 뒤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쿠팡은 지난 8일 “차이나 커머스에 맞서 대한민국 물가를 지키겠다”면서 국내 ‘물가지킴이’를 자처했다. 주요 식료품과 생활필수품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고, 가성비 높은 장바구니 제품을 늘리겠다는 다짐이었다. 또한 향후 3년간 물류 인프라 확충에 3조 원 이상의 대규모 신규 투자도 집행할 계획이다.

 

앞선 인상 당시와 달라진 여론


이번 와우 멤버십 요금 인상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2년여 전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요금 인상이 발표되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너무 비싸진다’, ‘인상 폭이 크다’, ‘물가도 오르는데 멤버십 요금까지 오르니 걱정이다’, ‘기존 회원 가격이 유지되는 8월 이전까지만 사용해야겠다’, ‘이제 해지할 때가 된 것 같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주로 나왔다. 

물론 여전히 쿠팡 충성 고객들 사이에선 멤버십 혜택이 가성비가 높다는 반응도 있지만 첫 인상 당시와 비교해 보면 여론이 악화된 것은 확연하다.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올랐을 때엔 “이 정도 가격이면 혜택을 다 누리고도 남는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쿠팡은 요금이 인상됐어도 멤버십 가성비가 여전히 높다는 입장이다. 무료 배송·배달·직구, 무료 반품과 무료 OTT 등 고물가 시대 고객 부담을 줄여준 ‘5무(無)’ 혜택이 가능하며, 특히 지난달부터 와우 혜택에 쿠팡이츠 ‘무제한 무료 배달’이 추가됐다는 이유에서다. 한 달에 3번만 로켓배송을 주문(3000원X3회=9000원)해도 월 요금 이상의 이득을 본다고도 강조했다.

타사와의 비교도 거침없다. 쿠팡 측은 “와우 멤버십은 국내 주요 OTT 멤버십 서비스들의 월 요금과 비교해 ‘반값’ 이하에 이용 가능하다”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만 제공하는데도 일부 OTT 멤버십의 월 요금은 최대 1만7000원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와우 멤버십은 하나의 멤버십으로 쇼핑부터 엔터테인먼트, 음식 배달까지 모두 무료 혜택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현존하는 멤버십 중 ‘압도적인 가성비’를 갖췄다는 얘기다.

 

소비자 반응 왜 싸늘해졌나


여론이 첫 요금 인상 때와 달라진 데에는 우선 최근 고물가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는 가운데, 앞서 타 OTT들도 구독료 인상·계정 공유 금지 등에 나서면서 가계 부담이 높아진 상황이다.

인상 시점도 곱게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매년 수억 원대의 적자를 냈던 쿠팡은 지난해 201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2년여 전 쿠팡이 멤버십 요금을 인상할 때는 수익성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많았으며, 투자 강화라는 명분도 소비자들 입장에서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요금 인상을 두고는 본격적인 흑자 궤도에 오른 쿠팡이 이제 수익성 확보에 보다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시선이 짙다. 사실상 중국 커머스와의 출혈경쟁 부담을 충성고객에게 부담시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번 요금 인상이 와우 멤버십 회원 이탈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쿠팡은 몇 년간 멤버십을 통해 충성고객을 묶어뒀다. 회원 수만 약 1400만 명이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 역시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를 묻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공언해온 바 있다. 

또한 설사 일부 회원 이탈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쿠팡 입장에선 요금 인상이 수익성 확대에 더욱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초기 20% 회원 이탈을 가정해도 회비 수익만 222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탈이 없을 경우 회비 수익은 현재의 8380억 원에서 1조3000억 원으로 크게 증가, 회비 인상은 궁극적으로 쿠팡의 기업가치에 플러스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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