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교수 “ESG 기준, 유럽이 이끌어…韓, 위험 분석하고 대응 시스템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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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교수 “ESG 기준, 유럽이 이끌어…韓, 위험 분석하고 대응 시스템 마련해야”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4.05.09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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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회 동반성장포럼 이정환 한양대 교수 강연
“韓, 산업계 안팎 참여하는 전반적인 논의 필요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동반성장위원회
이정환 한양대학교 교수가 지난 8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동반성장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동반성장연구소

유럽이 글로벌 기업 대상 ESG(환경·사회공헌·지배구조) 규제의 ‘글로벌 스탠다드’ 지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선 이에 대한 보다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정환 한양대 교수는 지난 8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동반성장연구소 주최로 열린 제108회 동반성장포럼 ‘EU의 ESG 규제 동향과 한국 기업의 대응’에서 이처럼 말했다. 이 교수는 한양대 ESG 정책분석센터 부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날 이 교수는 “EU는 지금까지 ESG 규제와 관련해 굉장히 많은 연구를 했다. 리스크 평가 기반 하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규제가 자국 기업에 대해선) 손해가 아니라고 결론냈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는 따라가야 하는 입장인데 (리스크 평가 등) 분석이 잘 안 돼 있다. 시민단체나 협회 등에서 (규제에 따른) 위험 평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연에 따르면 세계 각 국, 특히 EU는 자국 유통 기업에 다양한 ESG 기준 충족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에 미치지 못 하는 기업은 자국 내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 투자업계도 움직이는 모습이다. 네덜란드연기금(APG)은 에어버스, 필립모리스 등 159개 기업을 무기 제조 등의 이유로 투자 대상에서 배제했다. 노르웨이은행투자운영회(NBIM)는 환경 파괴를 이유로 아보이티즈 파워, 듀크에너지 등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유럽 투자기관의 유동성 공급 대상이 ESG 기준 충족 기업으로 제한되면서 ESG 대응 수준은 기업의 글로벌 신용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 2019년 ESG 기반으로 전체 기업 33%의 신용등급을 조정했고, S&P글로벌은 개별 기업 신용등급 상·하향 사유에 ESG 영향을 공시하고 있다.

ESG 기준 충족 여부가 각 기업의 영업활동에 주요한 요소로 떠오르면서 ESG 평가 방법론도 더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투자회사 모건스탠리는 별도 ESG 평가 기준을 두고 MSCI(모건스탠리 운영 글로벌 주가지수)에 반영하고 있다. 환경에서 13개 주제(탄소배출, 생물다양성, 친환경 기술 등), 사회에서 16개 주제(노무 관리, 화학물질 안전 등), 지배구조에서 6개 주제(이사회, 보수 등) 등이다.

이 교수는 “(투자은행 등은) 자기만의 방법을 통해 결국 기업에 서면을 요청하거나 공시 자료를 활용해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ESG 점수가 좋은 기업들에 대해 ETF(지수추종펀드)를 만들어 투자수익을 늘린다든지 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국가수준의 규제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CBAM은 타국 기업이 철강, 시멘트 등 탄소발생량이 높은 품목을 EU에 수출할 경우 탄소 배출량만큼 탄소세를 매기는 제도다.

이처럼 규제를 통해 기업에 ESG 제고를 요구하는 흐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 자율에 맡겨서는 한계가 있어서다. 파타고니아 등 ESG 제고가 ‘착한 수요’를 이끄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ESG를 무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 대비 낮을 수 밖에 없단 것.

이 교수는 “(전통적인 기업 관점 대로) 기업이 주주를 위해서만 행동을 한다고 하면, 협력사의 단가를 깎고, 더 탄소를 많이 써서 싸게 만드는 등 ‘외부효과’가 발생한다. 이전까지는 ‘기업은 돈만 벌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 아래 이런 외부효과에 대한 고려가 별로 없었는데, 이걸 돌리려면 규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EU가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또 EU에선 우리 기업만 하겠다면 손해를 보게 되니 이런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물건을 안 사는 등 (수출 기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단) 관점이 굉장히 세지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규제 이후 애플,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잇따라 공급망을 포함한 ESG 제고 정책을 내놨다.

또, 유럽이 규제를 자국 내 디지털 산업 육성 기회로 삼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이 교수는 “디지털 전환도 (환경 문제의) 한 축이다. 이에 따라 유럽도 반도체법 등을 만들면서 돈을 어마어마하게 쏟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EU의 규제·타국 기업 배제책 등에 대응하는 것은 기업만의 노력으론 한계가 있단 주장이다. 규제 대응을 위해 각사가 ESG 정책을 제고하려 해도 어떤 자료를 어떤 식으로 조합해 정리하고 공시해야 하는지 기준을 각사 수준에서 분석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진행한 ‘2023년 ESG 현안’ 조사에 따르면, 가장 부담이 높은 것으로 조사된 항목은 ‘공급망 실사’(40.3%), ‘ESG 의무공시’(30.03%) 순이었다.

이 교수는 “ESG 의무공시는 우리 금융위원회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부담에 대해 기업들이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또, 공급망 실사는 지금 독일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실제로 (기업이) 조사를 하라는 얘기다. 대충 조사해 공시했다가는 매우 큰 소송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단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이에 기업들로선 실사 시스템 등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지금 금융위가 공시 제도 마련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녹색 규제나 공급망 실사, 데이터를 만들고 관리하는 등 이런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한 논의를 이제는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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