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운 교수 “원전·방폐물 계획 함께 고민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N번째 고준위특별법, 인센티브 있었지만…주민수용성 확보 ‘좌초’ ①에서 이어집니다.
요컨대, 지금까지 고준위 여부를 떠나 방폐장이 지역 지원을 이유로 환영받았던 사례는 거의 없었다.
그럼 이제는 달라졌을까?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준비해 왔고, 가동 원전 수는 더 적고, 땅은 더 넓은 국가들도 아직 원전 연계 최종 방폐장 부지 선정 및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단 것.
프랑스는 1991년 고준위 방폐장 처리 논의를 위한 법(바타유법) 제정 후 지하실험실 부지 선정, 지하 실험실 건설 등의 절차를 거쳐 지난해에야 처분시설 설치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2025년 온칼로 고준위 방폐장 가동을 예정 중인 핀란드는 지난해 4월 기준 가동 원자로가 5대에 그친다.
박 교수는 “핵폐기물 처분을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본 측면이 있다. 부지 선정은 어려운 일인데, 발전소 계획은 계획대로 두고 폐기물에 대해선 쉬쉬했다”며 “법은 일하는 근거일 뿐이다. 이행은 다른 문제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주민수용성 확보 측면에서 우리나라 상황이 이전보다 더 쉬워졌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란 목소리가 들린다.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전후로 경주에서는 인접 지역 간 인센티브 갈등, 방폐장 인근지역과 시내 주민 간 한수원 본사 이전 지역구를 둔 갈등 등 크고 작은 분쟁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이 문제들에 손을 놓고 있었단 비판을 받았다. 매일신문은 2006년 12월 27일자 ‘경주 한수원 사태 어떻게 푸나’를 꼭지로 진행한 연속 기사에서 이 같은 상황을 전하고 있다.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에 따른 인센티브의 하나인 한수원 본사 이전 문제로 경주의 민심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도심권 주민들은 경제적 파급 효과 극대화를 위해, 방폐장이 들어설 경주 양북면과 인근 양남면, 감포읍(이하 동경주 지역) 주민들은 방폐장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각기 자신들이 주장하는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6년 12월 27일자 <매일신문> “①동경주 주민들 ‘폭발’ 배경은”
한수원 본사 이전지 선정을 놓고 한수원과 경주시는 물론, 산업자원부 등 중앙정부도 조정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선정 후의 주민 반발과 후유증을 우려해 책임을 미뤄 결국 갈등만 키운 것이다.
2006년 12월 27일자 <매일신문> “②어물쩡한 당국, 조정기회 놓쳤다”
이후 10여 년이 지난 2017년 8월 7일자 파이낸셜투데이 ‘월성원전 40년, 찢겨진 경주’ 제하 기사에서도 갈등 봉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풍경이 확인된다.
경주시에 원전관련 시설이 몰빵(?)된 것은 시민들의 합의라는 명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나 원전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 중에는 당시 주민투표에 찬성한 사람은 없었다. 방폐장 근처에 거주하는 50대 이모씨는 “대부분 도시 사람들이 찬성을 했지. 여기는 아마 찬성한 사람은 없을 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17년 8월 7일자 <파이낸셜투데이> ‘월성원전 40년, 찢겨진 경주’
이 와중에 정부의 원전 계획은 방폐장 건설 계획과 불협화음을 냈다는 지적이다.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및 방폐장 건설엔 37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부지 선정 절차 시작 전이다.
동시에 원전 계획은 탈원전에서 계속운전·신설 사이로 옮겨갔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한빛원전부터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용량이 차례로 포화된다. 지난 2020년 제9차 전기본에 기반해 계산한 것보다 최초 포화 원전 발생 시점이 1년 당겨진 상황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2030년 운영을 목표로 한빛, 한울, 고리본부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전했다. 지역 내 갈등이 또 예고돼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 교수는 “법 통과가 되고 아니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원자력 로드맵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