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칼 빼든 정부…증권·건설 ‘연착륙’ 가능할까 [하반기 한국경제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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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칼 빼든 정부…증권·건설 ‘연착륙’ 가능할까 [하반기 한국경제④]
  • 박준우 기자
  • 승인 2024.06.02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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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사업성 평가 기준…부실우려 사업장 올해 말까지 정리해야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 높아진 증권업계…2분기 실적 변수로 작용
건설업계, 운전자금 조달 어려움 겪을 듯…현금흐름 악화도 부담

국내외에서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수출 개선세가 지속되고 내수도 어느정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최근 한국은행은 2024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습니다. 석 달 전인 2월에 내놓은 2.1%보다 0.4%p, 꽤 크게 올렸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종전 2.2%였던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무디스는 2.0%에서 2.5%로 높였고,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글로벌 IB들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 안팎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다만,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기저효과, 즉 작년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올해가 좋아보이는 것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여전하고,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는 더욱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고금리, 고물가 부담은 물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려 또한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낙관과 비관이 공존하는 올 하반기 한국경제. 그 방향타가 어디로 향할지 짚어봅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 13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 13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정부가 내민 이번 대책은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을 솎아낸다는 점에서 유동성 지원에 집중했던 기존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과 궤를 달리한다. 

올해 말까지 부실 사업장 평가 및 정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 증권업계와 건설업계는 당장 2분기부터 실적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추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는 부담과 이로 인한 자금경색이 우려돼서다. 다만, 정부는 금융권이 100조 원 가량의 충당금을 쌓아둔 만큼 충격이 시장의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상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중소금융업권은 브릿지론, 토지담보대출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이번 평가 기준 개선에 따른 부담이 있을 순 있으나, 그간 PF 부실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했기에 감내 가능한 수준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에서 눈에 띄는 건 평가등급이다. 정부는 사업장 평가등급을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나눠, 현행(양호·보통·악화우려)보다 세분화했다.

현행 평가 기준보다 세분화했다는 데서 부실 사업장을 도려내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기존 PF 사업성 평가 결과 유의 등급으로 분류된 사업장은 재구조화나 자율매각을 추진하면 됐다. 그러나 부실우려 등급을 받게 된 경우 경·공매를 통해 올해 말까지 사업장을 매각해야 한다. 사실상 올해 안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을 정리하라는 엄포나 다름없다.

지금껏 악화 우려(평가기준 개선 전)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경·공매를 하지 않아도 됐었던 이유는 정부가 ‘시장 안정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업장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구조조정이란 카드를 꺼내들면서 건설사와 증권사는 갑작스레 큰 부담을 떠안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현재 정부가 유의 또는 부실우려 등급으로 분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사업장은 총 3000곳 중 5~10%며, 부실 우려 등급의 경우 2~3%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2024년 하반기 한국경제의 향방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시사오늘 DB
2024년 하반기 한국경제의 향방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시사오늘 DB

올해 말까지 약 6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의 평가기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금융사는 사업장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를 진행한 뒤 부실 사업장 정리에 나서야 한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추가 충당금 적립으로 인한 실적 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기존 악화우려 등급을 받은 사업장에 대출을 해준 금융사는 대출액의 30%를 충당금으로 쌓으면 됐다. 그러나 새로운 평가등급에 따라 부실우려 등급으로 분류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대출액의 75%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기존보다 적립해야 할 충당금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사실상 손실로 인식돼야 하는 금액이 커지게 된 셈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업계의 부동산 PF 추가 손실은 3조1000억~4조 원, 올해 내 쌓아야 하는 충당금은 1조1000억~1조9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가 충당금 적립은 당장 2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 1분기 증권사들의 실적은 충당금 적립 수준으로 갈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2000억 원이 넘는 충당금을 적립한 덕에 올해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았고, 그 결과 올 1분기 분기 최대 규모 실적을 냈다. 반면,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1분기에 365억 원의 충당금을 적립한 탓에 49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사업장 정리를 마냥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향후 부실 사업장이 정리되고 나면 해당 사업장으로 들어갔던 돈이 정상적인 사업장이나 신규 사업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등 원활한 자금조달 구조가 갖춰지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장 2분기 이후 올 하반기다. 건설사들 입장에서 금융사들이 2분기부터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리스크관리에 돌입하게 될 경우, 운전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대부분의 부실 사업장은 본 PF로 넘어가기 전 단계인 브릿지론(토지담보대출 포함) 사업장이다. 사업성 평가가 이달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보니 당장 정부의 이 같은 예상이 들어맞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정부의 예상대로 부실 사업장 대부분이 브릿지론 사업장이라면 건설사들의 부담은 사실상 적다고 봐도 무방하다.

브릿지론 단계의 부실은 금융사(저축은행 등)와 시행사의 부담이 크고, 건설사가 채무를 인수하는 약정을 맺었더라도 담보매각 등을 통해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다만, 지금과 같은 고금리 시기에 현금흐름이 악화되면 상황은 반전될 여지가 있다. 현금흐름 악화는 기존 사업장이나 신규 사업장으로 흘러들어가야 할 현금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시공능력이 50위권에 속하는 건설사들의 올 1분기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다. 대표적으로 시공능력 2위인 현대건설과 3위의 대우건설의 별도기준 올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각각 -8747억 원, -2839억 원이다. 32위의 신세계건설 또한 -855억 원의 현금흐름을 기록했다. 돈을 벌어들이기는커녕 해당 금액만큼의 유출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금융사들의 리스크관리로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못 한 상황에서 미분양 흐름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시 건설사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분기, 나아가 올해 말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쪼그라든다면 최악의 경우 경영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정부의 대책으로 증권업계와 건설업계는 올 하반기 실적 악화를 겪게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증권·핀테크·자산운용·가상자산 담당)
좌우명 : 닫힌 생각은 나를 피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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