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윤혁 기자]
N번방 사건은 2019년 2월경에 불거진 일로 텔레그램에 개설된 단체 채팅방을 통해 불법 음란물을 생성하고 거래·유포한 디지털 성범죄를 말한다.
최근 84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국내 최대 여성 커뮤니티인 ‘여성시대’에서 미성년자와 주한미군 등 외국인을 비롯한 일반인 남성들의 나체 사진과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여성판 N번방 사건’이다.
이어 일주일 간격으로 비슷한 사건인 ‘서울대 N번방’ 사건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 사건 역시 합성사진 유포 사건으로, 가해자들은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서울대 동문 12명 등 수십 명의 사진으로 음란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간 우리 사회는 심한 젠더 갈등을 앓았다. 그럴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여성이 가담한 사건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비슷한 사안의 성범죄인데도 다른 잣대로 판단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인지한 듯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달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백한 ‘제2의 N번방’ 사건이다. N번방 가해자들과 동일한 잣대의 엄벌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 역시 지난달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매우 중대한 성범죄다. 이 사건으로 주한미군 남성들이 큰 상처와 실망을 갖게 되진 않을지 걱정”이라며 “대한민국 남성을 상대로 자행된 같은 수법의 범죄도 엄정하게 단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성의 성 인권 침해를 방지하고, 가해 행위에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대안과 해결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정치권이 변화의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이번 사태를 두고 언론계는 여전히 다른 잣대를 보이고 있다. 근거는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과 달리 남성이 피해자인 사건은 현저하게 보도량이 적거나 기삿거리로도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언론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 빅데이터 업체 <빅카인즈>에 따르면 지난달 13~20일 사이 ‘서울대 N번방 사건’에는 166건의 기사가 보도된 반면 ‘여성판 N번방 사건’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4건의 기사만이 보도됐다.
언론인 스스로 제정한 <신문윤리강령> 제2조에 따르면 ‘언론인은 언론이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믿는다. 이에 다양한 여론을 형성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신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고 되어 있다.
결국 언론인은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로 달라지는 기자 개인의 ‘주관적 가치판단’이 아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언론인의 사명과 직업윤리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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