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경쟁입찰 제주서 본격 ‘시동’…모의운영 3개월 평가는? [권현정의 이런E저런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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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경쟁입찰 제주서 본격 ‘시동’…모의운영 3개월 평가는? [권현정의 이런E저런E]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4.06.08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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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정산금, 출력제한 보조금 역할 기대했으나 부족
‘질권자 변경’ 조건도 부담…은행 설득 어려워 포기
‘예측역량’ 중요한데 역량 고도화 유인 ‘미비’ 지적도

에너지(Energy) 업계 내 ‘이 사람 저 사람’(이런 이 저런 이)의 ‘이러니저러니’ 하는 말들을 그러모아 한데 꿰어보려 합니다. 손에 안 잡히는 수치나 전문용어로 가득한 설명문보다는, 사람의 목소리로 전했을 때 더 선명하게 보이는 현장도 있지 않을까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지난해 9월 13일 영남대 소재 영농형 태양광 실증 농지 전.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지난해 9월 13일 영남대 소재 영농형 태양광 실증 농지 전경. 사진은 기사와 무관.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재생에너지의 기존 입찰제 전력시장 유입을 골자로 하는 개편안이 제주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모의운영 기간을 마치고, 이달 1일부터 실제 정산을 포함한 시범사업 이행에 나선 겁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중개사업자 등 업계는 새로운 시장 적응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다만, 일각에선 머뭇거리는 모습도 발견됩니다. 참여를 결정하기에는 유인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재생에너지도 가격경쟁…실시간 시장 신설·VPP 협업 등 문턱 낮춰


8일 업계에 따르면, 개편 전력시장의 골자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도입입니다. 

그간 재생에너지는 생산량 예측이 어려워 일정 생산량을 약속하고 이에 대한 가격을 제시해야 하는 입찰시장엔 진입하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현행 전력시장은 다음 날 필요 전력에 대한 입찰을 전날 마무리하는 방식이라 더더욱 문턱이 높았죠.

이번 시범사업에서 정부는 이 같은 과제를 실시간시장 도입과 VPP(가상발전소) 협업 허용으로 개선했습니다.

실시간시장은 당일 필요 전력에 대해 15분 단위로 입찰하는 시장입니다. 실시간으로 출력 예측량이 바뀌는 신재생에너지도 입찰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단시간 출력량 예측에도 어려움이 있는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경우 예측 및 입찰을 전담하는 VPP사와 손잡도록 했습니다.

VPP사는 여러 발전사업자의 생산량을 1MW(메가와트) 이상 규모로 모아 전력거래소의 발전량 요구에 대응합니다. 적정 가격을 기재해 입찰하고요. 전력거래소에서 받은 정산금을 일정 수수료를 떼고 발전사업자에 재정산하는 것도 VPP사의 몫입니다.

전력거래소는 이러한 개편 전력시장에 대한 모의운영을 지난 3월부터 5월 말까지 3개월간 진행했습니다.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구요.

희망 사업자 대상 모의운영이었지만, 제주지역 재생에너지의 52%(390MW)가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또, 모의운영 기간 출력제어 발생시간의 89%는 재생에너지 입찰제 참여 자원이 충당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예측하고 통제하겠다는 제도의 취지가 일정 부분 작동한 겁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우려가 나옵니다. 전력계통 안정화에 필요할 만큼의 사업자를 더 모으기엔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출력제한 보조금 기대했는데 ‘불충분’…SMP 줄어 ‘시장 이탈’ 우려도


신재생에너지 입찰시장 참여사에 돌아가는 정산금은 △에너지정산금 △용량정산금(CP) △부가정산금 △임밸런스 패널티 등 4종입니다.

특히, 참여 사업자들이 주목한 건 발전량과 상관없이 설비용량에 비례해 지급되는 용량정산금이었습니다. 그간 발전사업자는 대중없는 출력제한으로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며 출력제한 시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용량정산금이 해당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 것인데요, 기대와 달리 모의운영에서 발생한 용량정산금은 미미했단 게 업계 평입니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용량정산금은 단순 설비용량이 아니라 입찰량, 실효용량, 발전량 등 다양한 변수를 조합해 정산하는데, ESS를 보유하지 않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겐 불리한 계산식이었단 겁니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시장 입찰 시 최저 마이너스 가격까지 제시토록 하고 있어 발전량 정산금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업계에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사업자가 또 다른 선택지인 ‘시장 외 거래’로 이탈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 A씨의 말입니다.

“전력거래소에서 제도를 만들 때, 시장 외 거래에서 발생하는 REC(신재생에너지 인증서)가 고려되지 않은 거예요. 지금 (시장 내 거래에선) 낙찰을 받았는데 적게 받거나 못 받으면 발전량을 반드시 제어해야 하잖아요. 태양광 발전 100만큼 할 수 있어서 입찰했는데 낙찰 못 받으면 100만큼 제어해야 하는 거죠. 이걸 안 하고 그러니까 실시간 시장에 참여하거나 급전 지시에 대응하거나 하지 않고 (생산 가능량 만큼) 발전하면 REC를 받는데, 이게 수익이 더 높은 상황이에요. 그런데 전력거래소에선 시장 감시 조치하면서 5번 이상 (급전지시 대응이 안 되면)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등의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답답하죠).”

금융 지원 부족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시장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발전소 신설을 위한 대출을 받을 때 전력거래소소와의 관계에서 질권을 설정합니다.

질권은 채무자가 제공하는 재산(권) 등의 목적물을 통해 채권자가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여기선 전력거래소가 해당 발전소에 정산해줘야 할 전력대금 등이 질권 목적물에 해당합니다.

현재 전력거래소는 재생에너지 발전사가 VPP사를 통해 입찰시장에 참여할 경우, 질권자를 기존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정산사인 VPP사로 변경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은행에서 이를 꺼려 발전사의 시장 참여에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단 전언입니다. A씨의 말입니다.

“은행 중에 전력거래소가 어떤 곳인지 아는 곳부터가 별로 없어요. 시장 내용도 잘 모르고, 그러다보니 은행은 굳이 변경해줄 필요를 못 느끼고. 그런데 권리제한 대상(질권설정자)을 변경하는 건 은행 몫이고, 이걸 사업주가 풀 수는 없거든요. 전력거래소에선 은행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겠다는데, 아직 진전은 없고요. 지금 권리제한 이슈(질권 설정 이슈)가 있는 발전소가 진짜 많아요. 자기 돈 100%로 발전소 세우는 곳은 별로 없으니까. 기재부든 국무조정실이든 은행권에 공문을 보내거나 해야 해결될 걸로 봅니다.”

발전사업자의 참여도가 낮아지면 VPP사 역시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단 설명입니다. VPP사인 브이피피랩 관계자의 말입니다.

“(VPP) 업체마다 계약 방식은 다른데, 어떤 업체는 발전사업자 수익 일부를 서비스 수수료 차원으로 가져가고, 어떤 업체는 입찰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러닝 개런티 형식으로 받아가기도 해요. 어쨌거나 사업자가 기존(거래)보단 수익이 나와야 가져가는 게 생기는 건데, 지금 제주 시범사업에서는 참여 자원(재생에너지 발전소) 자체가 적고, 참여한 사업자 수익성이 좀 안 나오는 상황이거든요.”

 

예측역량 선별 어려운 점도 지적…전력거래소 “추가 소통 문제 없어”


제도가 사업자의 예측 역량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제도 취지대로 발전량을 중앙이 통제하려면 각 사업자의 예측역량이 중요한데, 제도 설계 시 이 점이 빠졌다는 겁니다.

과잉발전량에 대해 부과되는 벌칙인 임밸런스 패널티가 예측능력과 연계되긴 하지만, 아직은 한계가 있단 주장입니다. VPP업계 관계자 B씨의 말입니다.

“예측하고 입찰하는 역량이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제대로 조절하는 것과 연결되는 거거든요. 근데 지금 제도론 (사업자의 예측 역량을) 선별하기 어려워 보여요. 예컨대, 임밸런스 페널티도 마이너스만 있는 게 아니고 플러스도 생기고, 그래서 예측 부문에 가중치가 생기고 하면 기술력 강화를 유도할 수 있을 걸로 봅니다.”

전력거래소는 시범사업 기간 설명회 등 소통 과정을 충분히 거쳐 업계의 우려를 해소한다는 계획입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의 말입니다.

“시행 전까지도 간담회를 여는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습니다. 모의운영이 끝난 후 최근까지도 사업자 대상 설명회를 진행했고요. 제도 취지 자체가 사업자 입장에서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은 있다고 알고 있고, 필요하면 또 (설명회 등을) 추가로 진행하는 건 언제든 문제가 없습니다.”

한편, 그간 운영되던 소규모 전력중개 시장 내 예측인센티브 제도는 차례로 종료될 전망입니다. 제주에선 시범사업 시행 후 1년 뒤인 내년 6월 일몰이 예정돼 있고, 그외 지역 사업에선 육지로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확대된 후 사라집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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