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가 건물부문 탄소중립 주도해야”
건설사 “대비中”…설계변경 공사비 갈등 불씨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내년부터 탄소중립을 위한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가 민간 공동주택으로 확대된다. 주요 건설사들이 이에 맞춰 대비하고 있지만 의무화 시행을 전후로 일부 현장에선 공사비 갈등이 불거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내년부터 민간아파트도 ‘제로에너지'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건축부문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 제로에너지 건축등급기준을 충족하는 아파트를 짓기 위해 건설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1년 ‘국토교통부문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500㎡이상 모든 건축물에 제로에너지건축 기준 적용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지난해부터 30세대이상 공공분야 공동주택은 건축물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제로에너지 빌딩’ 기준 적용이 의무화됐다.
또 지난 4월 행정예고된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 건설기준’ 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 30세대이상 민간 공동주택은 제로에너지 건축이 의무화된다. 이에따라 내년부터 민간 공동주택을 짓기 위해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으려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여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예를들어 단위면적당 1차 에너지소요량(전력 생산·운반 과정에서 나타나는 손실을 감안해 계산한 에너지 소비 규모)은 지금의 설계기준 120kWh/㎡·yr에서 100kWh/㎡·yr로 강화된다. 또 현관문과 창호의 기밀성능(실내 공기가 밖으로 새는 것을 최소화하는 성능)은 무조건 1등급을 획득해야 한다.
시기는 당초 2021년 계획안대로라면 올초부터 민간 공동주택에 적용됐어야 하지만 1년 유예됐다. 공사비 인상과 부동산PF발 위기 등 예상하지 못한 악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5년에는 건설업계가 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1년 유예하고 기준도 일부 완화된 것으로 안다”며 “정부지침이 내려온 만큼 앞으로 친환경기준을 맞추기 위해 투입하는 설비 및 자재가 도급액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려는 목적은 건축부문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것인 만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건설사들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국내 건설기업의 성공적 탈탄소경영 추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산업이 전세계 온실가스의 약 25%를 배출한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7%가량이 건설산업에서 나온다.
이중 건축물 운영단계의 배출량이 65%내외를 차지한다. 건축물 자체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과제가 건축부문 탄소중립 목표 달성 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홍일 연구위원은 “종합건설사들이 건축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감축하는 방안을 내놓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사 “제로에너지 의무화 대비”…공사비 인상은?
건설업계는 정책이 오래전에 발표됐기 때문에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에 일찍부터 대비해 왔다고 강조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2021년 제로에너지 기준 의무화가 이미 발표돼 친환경등급 인증 기준을 설계와 공사비 등에 반영하려고 준비해 왔다”며 “자사는 이미 성과를 내온 친환경에너지사업 역량을 이용해 내부적으로 태양광 패널을 적용한 에너지 및 미관 시뮬레이션 같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국토부의 계획안 발표 당시 올해부터 30세대이상 민간 공동주택에 적용하기로 명시했기 때문에 지난해 이미 제로에너지 빌딩 등급 기준을 맞추기 위한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현대건설은 제로에너지 인증 의무화가 수년전에 발표된 만큼 기술연구원과 주택사업본부가 성능 강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제는 제로에너지 건축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공사비 문제가 이들의 발목을 잡을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지난 4월 기준을 발표하면서 사업자가 에너지 절약 계획서를 제출해 검토를 받아야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받을 수 있도록 했다. 주택사업계획승인 시점은 사실상 착공전 단계로 사업계획을 올해까지 승인받지 않은 공동주택은 제로에너지빌딩 기준을 충족해야만 사업계획 승인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에따라 사업계획 승인전, 다시말해 사실상 착공 전 단계에 있는 사업장에서는 설계 내용이 제로에너지 등급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설계를 보완해야 한다. 설계가 변경되면 투입하는 건자재 종류와 양이 달라지면서 공사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착공승인전 단계에서 제로에너지빌딩 기준을 충족하는지 심사를 받을 것이기 때문에 이미 나온 설계안이 관련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설계와 공사비 등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공사비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조합이 설계 등 대부분을 결정하는 구조인데 조합원들이 원치 않으면 제로에너지 빌딩 설계를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대신 관련제도가 의무화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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