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학습지 업계는 ‘위탁계약제’라는 이름의 사업부제 제도까지 도입해 교사들의 피를 말리고 있다. 90년에 들어서면서 학습지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업계가 정규직 직원들을 ‘위탁계약제’로 전환한 것이다.
위탁계약제란, 학습지 회원을 교사에 위탁해 계약하는 형태로 결국 교사를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된다.
전환 시기는 대교가 88년으로 가장 빨랐고, 재능교육 89년, 구몬 92년이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교사의 60%이상이 기혼여성이고, 학습지 방문 시간이 오후인 점 등을 들었지만, 노동계는 △실적에 따른 수당 지급을 미끼로 한 학습지 보급 확대 △증가하는 교사들에 대한 효율적 관리 △교사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노조에 대응을 이유로 보고 있다.
노동계는 또, 학습지 업체들이 교사들을 ‘위탁계약’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노동비용 절감 효과도 봤다고 주장한다.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학습지 교사들의 1인당 월평균 사회 보험 비용을 10만 원으로 가정해도 한해 평균 100억 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퇴직금과 시간 외 수당, 유급휴가 비용까지 더하면 위탁계약제 전환을 통한 학습지 업계의 수익은 이보다 훨씬 증가한다. 이는 결국 학습지 업계가 재벌로 성장하는 데 한몫한 셈이 된다.
대교는 또, 사실상의 구조조정인 아카데미교육(업무성적 부진자 교육), 임금피크제, 직급정년제 등을 실행해 직원들의 고용 불안까지 조장하고 나섰다. 부당 금액 징수를 강요하고 있다는 직원들의 주장도 있어 학습지 업계에 대란이 예상된다.
지난달 5일 학습지 노조는 대교가 정규직 눈높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퇴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원 해고에 서류상 기록과 자료가 남는 것을 피하기 위해 수료 불가능한 아카데미 교육을 실시해 해고를 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동 퇴직 제도인 직급정년제와 임금피크제를 악용해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사실까지 알려져 학습지 교사와 직원은 ‘최악의 직업’으로 분류될 판이다.
직원들은 아카데미 교육이 엄청난 분량과 냉혹한 평가로 수료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다고 호소한다. 대교가 이를 이용해 대기발령과 무급 휴직을 일삼고, 하나 둘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진광 대교노조위원장은 “아카데미교육으로 임금 50%삭감, 임금피크제로 또 50% 삭감 당해 20년 근무했지만 급여는 대졸 초임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의 대가로 연봉을 줄이는 것을 말하고, 직급정년제는 일정 기간 상위 직급에 오르지 못한 경우 자동 퇴직하는 것을 말한다.
대교는 정상적 임금피크제와 직급정년제를 변용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교가 인사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정년은 직급에 따라 만 50세에서 57세다. 그러나 인사규정 시행세칙은 일정기간 승급하지 못한 직원에 직급정년을 적용한다. 직급정년을 받은 노동자들은 또 다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된다.
첫해 30%, 2년차에 40%, 3년차 이후는 50%의 급여 삭감이 이뤄진다. 대교의 이런 악행에 현재까지 정규직 학습지 교사 중 정년퇴임자는 한 명도 없다.
결국 대교의 정규직 학습지 교사수는 겨우 300여 명으로 전체의 3%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서도 대교 측은 “2009년 노사 협의 하에 도입된 제도”라며 “당시 95%가 동의했고, 상생을 위한 것이지 구조조정과는 상관 없는 일이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강종숙 위원장은 “교사들에게 들어갈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회사 뜻대로 돈을 벌어다 주니 회사 입장에서는 학습지 교사가 꿈의 노동자인 셈”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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