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 속 ‘안정과 변화’…전우종·정준호 대표에 달린 ‘SK증권’의 미래 [CEO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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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 속 ‘안정과 변화’…전우종·정준호 대표에 달린 ‘SK증권’의 미래 [CEO 오늘]
  • 박준우 기자
  • 승인 2024.07.16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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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 올해 3월 말 전우종·정준호 각자대표 체제로 새 출발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자기자본…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여전
6년 만의 첫 IPO 주관사 쾌거…환경경영 시스템 고도화 방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전우종 대표(왼쪽)과 정준호 대표. ⓒ사진제공 = SK증권
SK증권 전우종 대표(왼쪽)와 정준호 대표. ⓒ 사진제공=SK증권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증권가엔 수장 교체라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일신상의 사유부터 리스크관리 실패, 실적 악화 책임 등 변화의 바람을 맞게 된 이유도 가지각색이었다. SK증권도 오랜 기간 회사를 이끌어 온 김신 대표와 작별하고, 전우종·정준호 각자대표 체제로의 새 출발을 알렸다.

올 3월 말 이사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한 전우종 대표는 2000년 SK증권에 합류해 리서치센터장과 경영지원부문장 등 주요 직무를 수행해 왔다. 앞서 2년의 기간 김신 전 대표와 회사를 이끌어 왔던 만큼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 속에 SK증권의 사업 역량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정준호 대표는 NH투자증권 IB 사업부를 거쳐 대신증권에서 IB 1본부 팀장을 지냈다. 이후 SK증권에 입사해 전략기획실장을 맡은 후 대표직을 맡기 직전까지 SK SIA(홍콩 법인) 디렉터와 리스크관리본부장(CRO)을 역임했다. 부동산 PF 이슈 등 리스크는 물론 내부통제 부문에서 뛰어난 역량을 펼칠 것이란 평가다.

표면적으로 볼 때 SK증권은 변화와 안정을 모두 꾀한 셈이다. 앞서 SK증권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단연 김 전 대표였다. 10년간 SK증권을 대표했던 그를 대신해 SK증권을 이끌어가게 된 두 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법하다. 실제 이들 두 대표 앞에는 풀어가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우선 증권사의 핵심이 되는 자기자본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SK증권의 자기자본은 6114억 원으로, 2014년(3926억 원)보다 약 2000억 원 늘었다. 다만, 올해 1분기 자기자본은 5982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되레 줄었다.

증권 본연의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자기자본이 뒷받침돼야 한다. 자기자본의 상승을 이끄는 건 실적이며, 증권사의 실적은 사업 범위와 밀접한 관계다. 결국 자기자본이 높을수록 보다 많은 수익원 확보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자기자본 3조)와 초대형 IB(자기자본 4조)에 목매는 건 이 때문이다.

SK증권을 포함한 중소형 증권사들의 주 수익원으로는 부동산 PF를 꼽을 수 있다. 현재 SK증권에 있어 가장 큰 우려사항이기도 하다. 부동산 PF 부실과 이에 따른 충당금 적립 부담 때문이다. 앞서 SK증권은 비교적 적은 거래잔액(139억 원) 덕에 지난해 발생한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로 인한 충당금 적립 이슈에선 비교적 자유로웠다. 하지만, 부동산 PF 문제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SK증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약 2900억 원(자기자본의 49.5%)이다. 익스포저 내 중·후순위 비중이 높고, 지역적 분포도 비수도권 비중이 약 60%를 차지한다. 질적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SK증권은 올 1분기에만 234억 원의 대손준비금을 쌓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87억 원 대비 169% 많은 액수다. 자본으로 인식되는 대손준비금과 달리 이익을 깎아먹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는 대손비용(부동산 PF 대출채권 관련)으로는 지난해 391억 원에 이어 올 1분기 170억 원이 인식됐다. 이 탓에 SK증권은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말까지 모든 부실 사업장 평가 및 정리가 마무리되고 난 뒤 부실우려 등급으로 분류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대출액의 75%(기존 악화우려 사업장의 경우 3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기존보다 쌓아야 할 충당금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공산이 커 하반기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전 대표와 정 대표, 각자대표 체제에서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첫 번째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두 대표 모두 리스크관리부문장을 거쳤던 만큼 적절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들 두 대표는 향후 SK증권의 실적 상승도 이끌어 내야 한다. 2021년을 기점으로 SK증권의 실적이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이라서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SK증권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30억 원, 32억 원으로 2021년(영업이익 508억 원, 순이익 414억 원)에 비해 대폭 줄었다. 올 1분기에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적자전환에 이르렀다.

다만,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SK증권의 상황이 마냥 비관적이진 않다. SK증권은 최근 로킷헬스케어의 IPO 대표주관사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앞서 SK그룹에서 계열분리된 SK증권은 J&W파트너스 품에 안긴 이후 대출과 회사채 발행 등 부채자본시장(DCM)에 집중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바이오팜 등 SK 그룹사 IPO에 인수회사로 참여하기는 했지만, 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적은 없었다. 전 대표와 정 대표의 각자대표 체제에서 6년 만에 ‘IPO 주관 0건’이라는 사슬을 끊어낸 것이다. 자연스레 SK증권의 IB 부문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솟는다.

ESG 경영에서도 빛을 봤다. 저탄소 경제 전환에 기여하는 금융을 위해 환경경영을 꾸준히 실천해 온 결과 ‘ISO 14001’ 인증을 획득, 그간의 환경경영 추진 성과를 인정받았다. 향후 SK증권은 오는 2026년까지 환경경영시스템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ISO 14001 인증 획득으로 SK증권의 환경경영시스템이 국제 규격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구축됐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면서 ”앞으로도 친환경을 중심에 둔 ESG 경영 고도화를 통해 금융기관으로서의 책임경영을 실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증권·핀테크·자산운용·가상자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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