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이대로 망하나…정산·환불 못해 ‘사기꾼’ 취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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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이대로 망하나…정산·환불 못해 ‘사기꾼’ 취급까지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7.24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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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인터파크·AK몰 등 ‘무리한 인수’가 ‘자충수’ 됐나
누적 적자에 ‘완전자본잠식’ 돌입…나스닥 상장도 못해
“업계선 ‘파산’ 예상…2주 전부터 ‘현금깡’ 시도로 예고”
큐텐 측 “정산 오류 문제일 뿐…새 시스템 도입할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티몬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 ‘정산금 지연’이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빚으면서 지난 몇 주간 이어온 ‘티몬 파산설’에 불을 지폈다. 티몬은 정산 지연 사태를 빠르게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재무상태를 해결할 뾰족한 수는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티몬의 파산을 거의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티몬·위메프에 입점한 유통 관계사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손절’을 택하고 있다.

 

대금 정산 불능…티몬 입점사 ‘줄이탈’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가 대금 정산을 하지 못해 현대홈쇼핑, 롯데쇼핑, 신세계, CJ ENM 등 다수 유통 협력사들이 줄줄이 거래를 끊고 있다.

지난 19일경 정산 지연 사태가 처음 퍼진 당시를 전후해 모회사의 큐텐이 직접 운영 중인 AK몰을 제외하면 대부분 판매자가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여기에 신용카드 결제를 대행하는 PG사까지 티몬에서 발을 빼면서 사실상 거의 모든 거래가 불가능해진 상태라는 전언이다.

일부 여행사 등 정산일을 아직 앞두고 있는 기업들도 초조한 마음은 마찬가지다. 오는 25일 정산 예정인 하나투어 관계자는 “아직 정산 예정일이 도래하지 않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작년부터 상황이 안좋은 걸 지켜 본 기업들은 미리 ‘티몬캐시’를 빼는 등 일찍이 손절했다”며 “모기업이 싱가폴에 있어 소송도 쉽지 않은 상태”라고 언급했다. 

제보자 A 씨가 네이버페이에 티몬 내 판매 상품에 대한 환불을 요구했다. 사진은 네이버페이가 내놓은 답변 일부을 발췌했다. ⓒ시사오늘 김나영 기자

 

“사기 당한 느낌”…판매자도 고객도 ‘피해 속출’


판매자들은 티몬 대신 피해 보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여행업계는 비상사태다. 휴가철을 맞아 국내 호텔이나 항공권을 티몬에서 구입한 고객들이 일방적으로 취소를 당한 경우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유통기업들은 자사가 아닌 티몬에서 상품을 구매했다 피해를 본 고객에게 보상을 지원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티몬에서 특히 피해를 입은 분야는 국내 호텔 상품과 항공권이다. 당장 내일 떠나야 하는데 항공권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상품을 티몬에서 구입한 고객들에게 피해가 최대한 가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업체에도 불똥이 튀었다. 티몬 상품을 네이버페이로 결제한 소비자들이 네이버페이 측에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가 는 것이다. 네이버페이 측은 “네이버페이는 결제수단만 제공할 뿐 환불 권한은 없다”면서 선을 긋고 있다.

고객 피해도 막심하다. 판매자 대금 정산뿐 아니라 고객 환불도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티몬에서 최근 키보드를 구매한 이정한(가명, 26) 씨는 “사기 당했다”며 “상품을 판매한 사람이 환불도 안 된다고 한다. 돈 날렸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티몬·위메프 결제 추정액을 감안했을 때, 그 환불 지연 규모가 1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몸집 키우다 빚더미…‘완전자본잠식’ 상태


티몬·위메프는 왜 대금을 갚지 못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없어서다. 티몬의 2022년 유동부채는 7193억 원으로, 유동자산 1309억 원보다 약 5배 가량 많다. 쉽게 말해 갖고 있는 돈보다 빚이 5배 많단 얘기다. 위메프도 지난해 말 기준 유동자산이 617억 원인데 비해 유동부채는 3098억 원으로 약 5배 차이가 난다.

이들이 빚더미에 앉게 된 사태 근원엔 모회사 큐텐의 나스닥 상장 그림이 깔려 있다. 큐텐은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지난 2010년 싱가포르에 세운 이커머스 기업이다. 구 대표는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티몬, 인터파크, 위메프, AK몰 등을 차례로 흡수하며 몸집을 불려 왔다. 

하지만 인수 후 적자가 지속 누적됐고, 결국 티몬·위메프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무리한 인수합병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티몬 “정산 오류일 뿐”…업계는 파산 우려


반면 티몬 측은 대금 정산 지연이 단순 전산 오류라며 위기설을 일축하고 있다. 지난 23일 티몬·위메프는 다음 달 중 새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며 “정산 지연 사태를 빠르게 해결하고 판매자, 고객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큐텐그룹도 지난 17일 10% 지연 이자, 수수료 3% 감면 등 대금 지연에 따른 보상안을 내놨다.

다만 악화일로를 걷는 재무상태에 대한 해결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어 판매·구매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파산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약 2주 전 티몬이 ‘상품권 할인 딜’ 등 이른바 ‘현금깡’을 시도하면서 파산설이 돌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관계자들 사이에선 파산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라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예전엔 쿠팡 버금가는 회사였는데, 안타까울 뿐”이라고 탄식했다.

한편, 구 대표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고강도 구조조정 등 ‘중대 발표’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담당업무 : 의약, 편의점, 홈쇼핑, 패션, 뷰티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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