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제22대 총선.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습니다. 175석. 108석에 그친 국민의힘보다 67석이나 많은 의석수였습니다. 민주당은 총선 결과를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국민이 정부여당을 심판한 것이다.”
옳은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을까요. 정부여당이 심판받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삶이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변화. 어떻게든 국민이 덜 힘들게끔 성과를 내는 게 민주당의 임무입니다.
그런데 요즘 민주당은 좀 이상합니다. 최근 민주당은 ‘민생위기극복 특별조치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습니다. 각각 ‘25만 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법안들입니다.
국민에게 25만 원을 지원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법안. 얼핏 보면 민주당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조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도저히 국민을 위해 하는 행동으로 보이지가 않습니다.
대통령에겐 재의요구권이 있습니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사실상 ‘거부’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민주당이 아무리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해봐야, 정부여당이 반대하면 실현될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계속 이런 장면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정말로 법안을 통해 성과를 내고 싶다면, 그래서 국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여당과 협상을 해야 합니다. 지루하고 힘들더라도 상임위원회 단계에서부터 꾸준히 토론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꼭 하고 싶은 일인데도 설득이 안 되면 덜 중요한 법안을 양보해서라도 여당과 합의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통령의 거부권을 막을 수 있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안이 국민에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러지 않습니다. 야당 단독으로 처리하면 대통령이 거부할 게 뻔한데도 그저 밀어붙이기만 합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든 말든, 법안이 실제로 현실화되든 말든 상관없다는 태도입니다. 오히려 거부권 행사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민주당이 하는 건 ‘우리는 국민을 위해 일했다’는 자기만족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면 여당이 의심하는 것처럼 대통령의 거부권을 유도하는 정략일 겁니다. 어느 쪽이든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국민은 제22대 총선에서 ‘정권 심판’을 선택했습니다. 민주당에 의석수를 몰아주며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성과를 내야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 없이 ‘숫자’로 밀어붙이는 지금 방식으로는 어떤 일도 해낼 수가 없습니다. 그저 정부여당을 비난할 ‘명분 만들기’가 얻어낼 수 있는 전부죠.
정권은 국민의힘이 잡고 있지만, 국회 절대 다수석을 가진 민주당 역시 민생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앞으로 3년간 지금 같은 모습이 반복된다면 민주당도 다음 대선에서 ‘심판 대상’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제는 민주당도 ‘프레임 전쟁’에서 벗어나 ‘진정한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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