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상승’ 다는 아냐”…인기가 과잉 소비 불러
전문가 “넘볼 수 없을 만큼 가격 오르면 수요 줄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올해도 오르겠죠?”
여름이 오기 전 호텔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당시 확답은 하지 않으면서도 ‘아무래도 물가도 많이 오르고, 원가도 많이 올랐다’며 가격 인상을 암시했습니다. 그러고 몇 주 뒤 보란 듯이(?) “(가격이) 또 올랐다”는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네, 맞습니다. ‘빙수’ 얘깁니다.
호텔빙수 가격이 오르는 걸 보면 ‘헉’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럭셔리 ‘망빙(망고빙수)’ 유행의 원조격인 호텔신라를 예로 들어볼까요. 2019년 ‘애플망고 빙수’는 5만4000원이었는데요. 5년이 지난 지금, 두배 수준인 10만2000원으로 뛰었습니다.
호텔신라뿐 아닙니다. 포시즌스 호텔 ‘제주 애플망고 파블로바 빙수’는 12만6000원입니다. 포시즌스 빙수 역시 2021년 6만8000원에서 두 배 가까이 가격이 오른 모습입니다.
최고봉은 시그니엘입니다. 롯데 시그니엘서울의 ‘시그니처 제주 애플망고 빙수’는 무려 13만원입니다. 2022년 8만8000원에 출시했는데 2년만에 50% 상승했네요.
이들 호텔 측은 인건비와 물가 상승률을 고려, 적정하게 책정한 금액이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산 망고는 수입산과 다르게 가격이 높아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수준’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조사한 국산 망고 가격을 확인해봤습니다. 지난해 8월15일 국산망고 평균가(3kg, 특등급 기준)는 13만원, 올해 같은 날 가격은 11만원 수준으로 다소 하락했습니다. 5년전인 2019년도를 살펴봤더니 8만원입니다. 5년만에 두 배로 뛸 만큼은 아닙니다.
소비자 물가지수도 비교해봤습니다. 2019년부터 가장 최근인 2024년 7월까지 소비자 물가지수는 99.5(2020년=100)에서 114.13로 약 14% 상승했습니다.
과일값과 물가 등락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도 빙수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느낌인데요. 기분 탓만은 아닌 듯 합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천정부지로 솟는 빙수가격을 두고 ‘원가 상승만으론 설명이 안된다’고 지적합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무리 재룟값이 올랐대도 현재 호텔빙수는 과하게 비싸다”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호텔빙수 가격 상승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에 따르면 다름 아닌 ‘인기’입니다.
이미 여름 성수기엔 1~3시간은 기다려야 호텔 빙수를 먹을 수 있단 건 공공연한 사실인데요. 최근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한 여대생이 호텔 망고빙수를 먹을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죠. 모르는 사람과 ‘n빵’을 해서라도 호텔빙수를 먹겠단 겁니다.
이 교수는 바로 이런 인기가 빙수 가격을 견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호텔은 본래 ‘프리미엄’을 앞세우는 만큼 ‘아무나 올 수 없도록’ 그 문턱을 높이는 거란 거죠.
이 교수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호텔 입장에선 마냥 반갑진 않을 것”이라며 “한 시간이 넘는 대기줄이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건 기존 고급화, 차별화 이미지와 상반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동반 상승하는 건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며 “사치재는 가격을 올리면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회망관계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과시적 소비’로 인정 욕구를 충족하는 사람이 늘었고 그에 따라 호텔빙수에도 베블런 효과가 나타났단 겁니다.
아이러니합니다. 호텔은 ‘차별화를 위해’ 가격을 올리지만 가격이 오름으로써 대중의 수요는 되레 더 커지니 말입니다.
이 교수는 ‘넘볼 수 없을 만큼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되레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쯤 되니 내년 여름이 벌써 궁금해집니다. 내년에도 호텔은 ‘차별화를 위해’ 빙수 가격을 올리려나요.
그리고 여러분은 어떤가요. 호텔빙수, 지금보다 좀 더 비싸져도 사 드시겠습니까?

좌우명 : Enivrez-vo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