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정치권의 무책임한 의혹제기로 한 대형건설사가 벼랑 끝에 몰렸다.
지난 26일 <시사 오늘>확인 결과 쌍용건설이 북한산 콘도 공사에 손을 떼며 도산 위기에 처한 건 '아니면 말고 식'의 인허가 특혜 의혹을 던진 서울시의회와 서울시 책임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의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쌍용 건설은 비리 의혹에 시달린 더파인트리앤스파 콘도(이하 파인트리) 시공사로 참여한 죄(?)로 약 1500억 원 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이는 쌍용건설 총 부도액 4500억 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결국 파인트리 문제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관측이다.
시행사인 ‘더파인트리’가 개발이 지연되면서 파산됐고, 책임시행사를 대신해 1500억 원 가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지급보증을 서 준 쌍용 건설이 이에 따른 부채를 모두 떠안게 되면서 휘청거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공익 목적 수용했건만…
2000억 규모의 파인트리는 북한산자락에 자리 잡은 고급 휴양 콘도미니엄 콘셉트로 지난 2009년 강북구가 건축허가를 내주면서 2010년 3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대지면적 24,218 용지에 건설되는 이 콘도는 지하 3층, 지상 5~7층 높이, 건물 14동(객실198~502㎡ 332개)규모로 북한산 조망 아래 와인바, 야외 수영장, 골프 연습장 등의 문화 시설까지 즐길 수 있는 고급 휴양지 개념이다.
시행사 측은 구와 시가 내건 조건에 따라 강북구민과 일반 관광객들을 위해 산악박물관, 대규모 컨벤션 센터 등도 지을 예정이었다. 또 일부 콘도는 유스호스텔 식으로 전환해 공익적 목적을 더하려고 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 아래에서 건설을 시작한 파인트리는 이후 박원순 시장 체제로 넘겨지면서 일대 위기를 겪게 된다.
박원순 체제 '공사 중단'
사태의 발단은 민주통합당 소속 김 모 서울시의원이 ‘북한산 콘도개발 비리의혹 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비롯됐다.
김 모 의원은 파인트리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대책위와 함께 (오세훈 시장 당시의)서울시와 강북구가 고도제한 완화, 산을 깎는 진입도로 허용 등의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대책위는 파인트리와 쌍용건설을 상대로 사전 분양 의혹 관련 검찰조사, 사업계획 집행정지 및 사업계획 승인 무효 확인 소송, 서울시 관련 공무원 수사 의뢰 등 여러 소송도 진행했다.
박원순 시장 역시 민주통합당 시의원이 던지는 '의혹 대열'에 합류, 지난해 1월 건설 현장을 방문해 “인허가 특혜 규명”을 직접 주문하기에 이른다.
서울시의 전면 재조사를 받게 된 파인트리는 공정률 45%에 그친 채 무기한 중단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일찌감치 인허가를 받고 공사에 착수했지만, 이후 정치권이 던진 의혹에 휘말리면서 손발이 묶인 것이다. 원래 2011년 9월경 분양을 시작해 2012년 7월 완공을 목표로 잡은 계획도 좌초되고 말았다.
숱한 의혹 제기…결과는 무혐의
문제는 김 모 의원 측이 벌여온 소송이 모두 무혐의 판결로 끝났다는 점이다. 그 사이 '더파인트리'는 분양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자금난으로 문을 닫았다. 쌍용건설도 ‘더파인트리’가 남긴 빚을 몽땅 떠안으며 도산 위기에 처했다.
앞서 쌍용건설은 파인트리 공사에 들어가면서 2000억 프로젝트 기준 100억(5%)의 수익을 기대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중단된 공사로 인해 이익은커녕 받기로 한 돈의 15배에 달하는 1500억 규모의 부채를 감당하게 된 거다.
결국 파인트리 프로젝트가 표류된 데에는 정치권의 정쟁에 따른 '표적 조사'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한 건설업계 종사자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의혹이 한 민간업체의 파산과 잇따른 도산을 불러왔다“며 ”그나마 살아나려던 건설사의 숨을 죽였다"고 꼬집었다.
또 "애초에 야권에서 파인트리 의혹을 제기한 게(오세훈 시장 공격 등)불순한 의도로 시작한 건 아닌지 묻고 싶다"며 “적어도 이번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니면 됐고~식?
그럼에도 해당 정치권은 여전히 위풍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간 파인트리 의혹을 제기해왔던 김 모 의원은 "법원 기각은 중요치 않다. 우리는 골리앗에게 진 것과 다름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자신은 ‘행정적인 접근’으로 바라 본 거라고 거듭 강조하며 "파인트리 관련, 행정절차상의 문제가 드러나 관계자 33명이 징계를 받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김 모 의원은 그러면서 "북한산 콘도 자리는 5층 이상은 지을 수 없다. 그런데 어째서 7층 이상의 허가를 받은 거냐"는 의혹만을 변함없이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시 등에 알아본 결과 김 모 의원의 말은 대체적으로 사실과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시에 의하면, 파인트리가 들어선 자리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으면 7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김 모 의원이 언급한 행정절차상의 문제 또한 파인트리와 쌍용건설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름 아닌 시 공무원들의 업무처리 절차상의 하자와 관련한 일로 22명의 공무원이 훈계처리 된 걸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김 모 의원이 그간 숱한 의혹을 제기한 데 반해 단순한 사실관계 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파인트리는 매각 추진 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해당 건설사는 “지금으로서 최선의 방법은 북한산 콘도를 싸게라도 팔아버리는 것”이라며 “문제는 그간의 비리 의혹 등 안 좋은 소문 때문에 값싼 매각마저 쉽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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