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근절 가이드라인 수위 강화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유경민 기자]

음악대학 입시 시즌이 2주 채 남지 않았다. 어김없이 음악대학 입시비리 의혹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전적으로 실기 평가는 심사위원들의 취향에 따라 점수를 주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는지 알 수 없다. 입시 평가를 하는 심사위원들과 학생들이 서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공정한 평가보다는 심사위원 개인의 음악적 취향이나 영향력에 의한 평가가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그 때문에 매번 시험 때마다 생기는 불안감에 어떻게든 교수 라인에 들어가 레슨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게 당연할 수 있다.
올해 초 서울대·한양대·경희대·숙명여대 등 서울 유명 대학에서 ‘성악과 입시비리’가 터졌다. 현행법상 교수는 겸직이 불법이라 따로 개인 과외를 할 수 없음에도 성악과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불법 개인 레슨을 하거나 입시 실기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자신이 레슨했던 학생들에게 합격할 수 있는 최고점을 부여한 교수들이 수면위로 드러나 검찰에 송치됐다. 성악과 교수들에게 금품을 건넨 학부모 2명도 검찰로 보내졌다.
그중 안양대 추 모 교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 4단독 재판부에서 과외 교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3년과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추 교수는 수험생 상대로 1회당 25만 원~30만 원의 돈을 받고 100여 회 과외 교습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경희대 기악과 A교수는 입시 학원과 연계해 ‘마스터 클래스’ 명목으로 학교 내 교수 연구실에서 대놓고 개인 레슨을 했다. 해외 유명 피아니스트를 초빙한 ‘마스터 클래스’는 불법이 아니지만, ‘마스터’가 현직 대학교수라면 얘기가 다르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3조’는 대학 교수의 개인적인 레슨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A교수의 불법 개인 레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장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 진행됐다. 피아노 전공자 말에 따르면 “지난해 A교수가 xx 예고 교복을 입은 학생과 함께 ‘연구실’ 에서 나오는 걸 음대생 여럿이 봤다”며 “A교수님은 도망치듯 자리를 떴는데, 이 장면은 음대에서 유명하다”고 말했다.
A교수의 남편인 B씨도 피아노 전공자다. 그는 ‘클래식 공연 기획사’를 운영하면서 배우자 A교수의 이름을 내세워 ‘음악 캠프’를 열고 불법 교습을 벌여왔다. A교수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동안 한 여름 음악캠프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음악 캠프에 참가했던 학생은 “고교 3학년 때인 201x 년에 캠프에 참가했는데 A교수에게서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며 “참가한 학생 대부분이 그 교수에게서 한 번씩은 다 레슨 받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B씨의 회사에서 낸 음악캠프 모집 포스터에는 매년 A교수의 사진과 함께 음악감독으로 소개돼 있어, 경희대 피아노과를 지망 학과 중 한 곳으로 염두에 둔 입시생들은 레슨 가능성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공자들의 전언이다.
또 다른 피아노 전공자는 “캠프에서 A교수에게 레슨을 받은 뒤 경희대 음대에 합격한 사람이 내가 알기론 적어도 2명 있다”며 실명을 거론했다.
경기도 소재의 한 예고에서는 B씨에게 레슨 받으면 A교수 레슨 연결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경희대 들어가고 싶은 학생들은 B씨에게 레슨 받으러 가면 된다”라는 관련자들의 제보가 있었다. A교수의 남편 B씨는 이른바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연세대 음대에서도 입시 비리가 있었다. 연세대에서는 기악과 교수가 불법 개인 레슨을 하면서 입시 실기 곡을 미리 유출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었다.
서울대 기악과 교수는 ‘대학 교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입시생들을 레슨하기 위해 대학교 내 제자들은 자신의 대학원생 제자들에게 레슨을 맡기고, 개인 스튜디오에서 입시생들을 레슨 한다는 관계자의 제보가 있었다.
문제는 이런 입시 비리는 어느 대학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고 계속해서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교육부는 7월 음대 등 대학의 입시 비리를 근절하겠다며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그전에도 기준이 없어서 대학교수들이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불법을 저지르는 대학교수들과 부정 입학자들에 의해 예술계에서 열정을 갖고 꿈을 키우겠다는 수많은 학생, 그리고 이들을 뒷바라지하는 학부모들은 허탈감과 좌절감을 느낀다. 당국에서는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고 엄격한 감독 체제를 갖춰 이들에게 혜택과 기회를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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