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훈풍’ HMM, 재매각 늦춰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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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훈풍’ HMM, 재매각 늦춰지는 이유는?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5.01.14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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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매각 때보다 몸값 두 배 올라…인수자 찾기 난망
“투명한 입찰, 명확한 조건에 선택지 넓히면 기대할 만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HMM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블레싱호. ⓒHMM
HMM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블레싱호. ⓒHMM

HMM 민간 매각 일정이 늦춰질 거란 목소리가 나온다. 몸값이 두 배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업황 호조세가 지속된 데다, 채권단의 앞선 주식 전환권 행사로 매각 대상 주식이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다. 물론 매각 조건을 투명하게 밝히고 해외 기업으로 인수사 범위를 넓힌다면, 높은 가격에도 살 기업은 분명 나올 거란 분석이 뒤따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해양진흥공사, 산업은행 등 HMM 채권단은 재매각 시점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HMM의 몸값이 지난 2023년 당시 6~7조 원 수준에서 최근 11조 원 이상으로 올라서다.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살펴보면 채권단 보유 HMM 주식, 즉 최대 매각 대상 주식은 지난 2023년 매각공고가 올라왔을 때 보다 약 4억 주 늘었다. 채권단이 HMM에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 사채 등 방식으로 빌려준 돈을 주식으로 돌려받으면서 보유 주식이 늘어난 것이다. HMM이 조기상환을 신청하면 채권단은 이를 돈으로 받을지 주식으로 받을지 선택할 수 있는데 채권단은 주식으로 받았다.

현재 채권단 보유 주식 수는 약 5억9079만 주다. 14일 기준 HMM 1주당 가격 1만8580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현재 HMM 몸값은 11조 원을 넘어선다. 여전히 1억4400만 주에 해당하는 채권단 전환사채가 남아있단 점을 고려하면, 몸값은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업황에 불고 있는 훈풍도 몸값을 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단 평이다. 지난 하반기 컨테이너선 운임은 지정학적 이슈, 미국에서 발생한 관세 인상 전 대량 수입 수요 등으로 반등했다. 해운사의 수익성도 좋아진 상황이다.

업계에선 HMM의 몸값이 더 오른 지금 재매각은 더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몸값이 6조~7조 원 수준이었던 지난 2023년에도 인수 의사를 밝혔던 기업이 많지 않았던 상황도 어려움을 더한다.

반면 준비만 제대로 한다면, 재매각 시 더 활발한 참여가 있을 거란 반박도 나온다. 지난 2023년 당시 예상보다 적은 기업이 매각 의사를 밝혔던 배경엔 자금 부담 보단 불분명한 매각 조건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입찰 대상, 입찰 조건 등을 입찰 이후 협상이나 논의의 영역으로 미루면서, 기업이 참여하기 어려웠단 것이다.

실제로 당시 입찰 및 인수전에선 독일 하파크로이트(Hapag-Lloyd)가 인수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해진공 등이 인수대상을 국내 기업으로 좁히면서 참여가 무산됐다. 인수전 중에도 잡음은 있었다. 하림그룹과 JKL 컨소시엄이 채권단과 영구채 전환 시점 관련 조정을 시도했다는 풍문이 돌면서 공정성 시비가 발생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앞서 입찰을 진행하면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는데, 이걸 보완해서 공고를 내면 된다. 특히, 미리 정확한 조건을 정해서 처음 입찰 공고에서부터 밝혀야 한다. 공고를 어슴푸레하게 냈다가, 나중에 협상을 통해 조정하는 방식은 야합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해외 기업으로 인수자의 폭을 넓히거나 민간과 공공이 함께 소유하는 모델 등 선택지를 다양화하면 재매각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단 주장도 나왔다. 구교훈 회장은 “인수사가 국내 기업이면 좋겠지만, 상황이 어렵다면 국제입찰을 붙여야 한다. 외국에서 HMM을 비싸게 사겠다고 한다면, 더 싼 값을 제시한 데 팔려고 할 필요가 없다”며 “HMM은 세계적인 선사다. 제값을 받고 팔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채권단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재매각 시점과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진공 관계자는 “매각 관련 부분은 산업은행, 해수부 등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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