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여전’, 7년 간 뭐했나…민간 자율 중심·모순 대책 ‘지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지난 2018년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는 조선업의 중대재해 사망사고 원인을 조사해 보고서 형태로 발표했다. 앞서 삼성중공업, STX조선해양 등에서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중지가 모였던 때였다.
당시 조사위는 일련의 사고 원인으로 조선업계에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짚었다. 원·하청 구조에서는 안전관리규정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무력화되는 경우가 많단 것. 특히, 조선업계와 같이 하청에 하청을 주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는 사고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봤다. 자주 현장을 옮겨다니는 하청업체나 재하청인 물량팀 소속 노동자들이 늘면서,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낮아지고 있단 분석도 더했다.
당시 보고서는 경기에 따라 물량이 큰 폭 변하는 조선업 특성상,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를 활용하는 건 불가피하다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조사위가 제기한 대책은 △1차 협력업체의 적정한 수익을 보장하고, 이때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및 안전관리비용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할 것 △핵심적인 생산업무는 숙련된 원청 정규직이 담당토록 할 것 △다단계 재하도급을 금지할 것 △숙련인력 양성을 위해 조선 기능인 자격제도를 도입할 것 등이다.
이후 7년이 지나는 동안 상황은 나아졌을까. 고개를 끄덕이기 힘든 상황이란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선박건조·수리업 내 사고와 질병 요인을 모두 포함한 사망자 수는 51명이었다. 지난 2018년 사망자 수 26명 대비 두 배 가까이가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는 더 증가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선박건조·수리업 내 사망자 수는 25명으로 집계됐었다.
노동계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배경으로 정부와 민간이 미진한 해결책을 내놓은 점을 꼽고 있다. 정부가 안전관리 기술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놨고, 민간은 안전 관련 예산을 지속 늘렸지만, 대책은 2018년 보고서가 제안한 △기성금 기준 제도화 △다단계 재하도급 금지 등에서 어긋났단 것.
우선, 정부는 기성금 문제 해소 카드로 지난 2023년 ‘상생협약’을 내놨다. 기성금은 원청이 하청업체에 전달하는 대금이다. 하청업체는 대부분을 임금으로 지불한다. 요컨대, 기성금이 적거나 늦으면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이 적거나 늦춰지는 셈이다.
상생협약은 원청과 하청이 자율적으로 기성금 관련 협약을 맺으면 이를 정부가 지원하는 게 골자다. 다만, 노동계의 우려는 계속되는 상황이다. 제도화가 아니라 원청의 선의에 기댄 대책은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단 것.
하청, 재하청 노동자 비율을 줄이기 위한 논의도 자율에 맡긴 모습이다. 지난 2023년 관련 내용을 담은 ‘조선산업기본법’이 조선업종노동조합연대, 금속노조 등을 통해 제안된 바 있으나 발의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산업기본법은 △재하청인 물량팀 사용 금지 △전문인력 육성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비숙련 노동자 비율을 줄이겠다는 의지부터 불분명했단 지적마저 나온다. 최근 정부는 조선업계 내 외국인 노동자 유입 추가 추진을 고민 중이다. 정부는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E-7 비자 쿼터를 기존 20%에서 30%로 한시적 상향했는데, 이를 추가 추진할 거란 풍문이 돌고 있다. 이렇다보니 업계 우려감은 더욱 높아진다. 이미 지난해 외국인 노동자 충원으로 의사소통 문제, 비숙련 노동자가 늘어나는 문제 등이 불거진 바 있다.
하청, 재하청 구조가 더 위험한 현장을 만든다는 분석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단 진단은 이미 나와있다. 적극적인 이행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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