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위로받아 봤습니다”…심리 상담 센터 방문기 [우울한 나라의 레 미제라블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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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위로받아 봤습니다”…심리 상담 센터 방문기 [우울한 나라의 레 미제라블③]
  • 손정은 기자
  • 승인 2025.03.0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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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심리 상담 센터 가보니…따뜻한 시선으로 고민 경청
속내 털어놓고 가벼워진 마음…‘존재만으로도 가치있는 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손정은 기자]

양천구의 한 심리 상담 센터 전경. ⓒ시사오늘
양천구의 한 심리 상담 센터 전경. ⓒ시사오늘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마음의 감기에요.”

사회적으로 큰 사건들로 인해 우울증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대사회를 살다 보면 누구나 학업, 회사, 사람과의 관계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로 고통을 받고 있는 속내를 밖으로 꺼내기는 쉽지 않고, 계속 속앓이를 하다 보면 우울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을 지내다 보면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건 누구나 경험하는 흔한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울증이 큰 범죄를 일으킨다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치료를 위해 정신과를 찾는 발걸음조차 쉽지 않다. 결국엔 혼자만의 세계에 다시 갇힌다. 고민이 고민을 낳는 악순환에 빠진다. 

답답함을 안고 사는 이들을 위한 곳은 없을까. 근래 동네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센터가 있다. 바로 ‘심리 상담 센터’. 정신과에 가기엔 부담스럽지만,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곳이란다. 누구나 마음의 감기에 걸릴 수 있다는 마음으로 기자는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심리 센터를 방문해 봤다.

다소 무거운 마음을 안고 센터 문턱을 넘은 건 사실이다. 누군가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꺼내는 것 역시 쉽지 않겠다는 걱정도 들었다.

다행히 센터에 들어서자 아늑한 소파와 조명, 클래식이 기자를 따뜻하게 맞아줬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센터장은 온화한 미소와 함께 차 한 잔을 권했고, 구수한 현미차를 내줬다. 앉은 자리에는 크리넥스가 놓여있었다. 상담 온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처음엔 담담하다가도 눈물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지금껏 기자 일을 하며 사람과의 소통과 대화가 어렵다고 생각을 해보진 않았다. 그럼에도 심리 상담은 처음인지라 내 속내를 드러내는 게 여간 쉽지 않았다.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도움을 청했다.

센터장은 “우리 이야기는 무조건 ‘비밀 보장’. 걱정 말고 털어놔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로 시작해 차근차근 나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긴장이 풀리자, 자연스레 요새의 고민들을 털어놓게 됐다.

센터장은 고민뿐 아니라 “○○씨는 어떤 사람이에요?”와 같이 간단한 질문들도 이따금 물었다. 그 과정에서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보며 “그간 나에게 소홀했구나. 내 자신도 나를 잘 알지 못했구나”란 반성 아닌 반성까지 하게 됐다.

소소한 질문들은 오히려 마음에 와닿았다. 나에 대해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이야기를 하는 내내 따뜻한 시선으로 경청해 주고 있음을 충분히 느꼈다. 마음의 위로를 받고 있구나 싶었다.

센터장은 “나에게는 학업에 스트레스가 있는 청소년도 오고, 관계가 소원한 부부도 오고 그래요. 우리는 근본적인, 마음속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듣고 해결해 주려고 해요. 정신과와 다른 점은 보험이 안된다는 것이에요”라며 웃어보였다.

50분. 짧다면 짧은 상담 시간이었지만, 내가 이 고민을 이야기하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하는 생각 때문에 속에만 묻어둔 말들을 편하게 풀어놓을 수 있었다.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했던 나의 고민을, 나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수십 년 동안 심리학을 공부해 온 전문가에게 터놓고 이야기하니 객관적으로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바탕 속내를 털어놓고 나니 처음의 우려와 달리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센터를 나설 수 있었다. 나름의 재치까지 섞어 고민을 들어주던 그는 기자의 이야기를 다 듣고선 자기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본인은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어요. 그거면 된 거에요.”

담당업무 : IT, 통신, 전기전자 와 항공, 게임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매순간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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