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6 출시 호재에도 고객 발걸음 끊겨…서비스센터 방문객 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강수연 기자]
한때 컴퓨터와 게임기를 사기 위해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용산 전자상가. 최신 부품을 찾아 헤매던 소비자들로 북적이던 이곳은 이제 역사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1987년에 조성된 후 30년간 전성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재건축을 앞두고 조용한 퇴장만을 기다리는 신세다. 나진상가와 몇몇 게임 상점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오는 10월 상가 철거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지난 19일 기자가 찾은 용산 전자상가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아이폰 16시리즈의 출시일을 맞았음에도, 그 어떤 활기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였다면 최신 기기를 손에 넣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방문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저 적막함만 감돌았다. 메인 골목에 남아있는 세 곳의 휴대전화 판매점에는 중고 휴대전화를 구매하려는 외국인 고객들만이 드문드문 모습을 보였다.
용산 전자랜드 상인 A씨는 텅 빈 상가의 속사정을 귀띔했다. 그는 “현재 휴대전화 판매점은 세 곳만 남아있고, 나머지 가게들은 모두 오래전에 떠났다”며 “온라인 중고 거래가 어려운 외국인들만이 주로 찾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 옆 나진상가는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재건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때 용산 전자상가의 심장과도 같았던 이곳은 이제 몇몇 게임 상점들만이 마지막까지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물론 이달이 지나면 그들조차 떠나야 한다.
인근에서 만난 상인 B씨는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나진상가가 재건축한다고 하지만, 언제 완성될지조차 모른다”며 “우리는 어디로 갈지도 아직 정하지 못한 상황이라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용산 전자상가는 예전 같지 않다”며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상품을 찾으러 오는 손님들이나 서비스센터를 찾는 방문객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이날 용산 전자상가는 한산하고 적막하기만 했다. 불 꺼진 전자기기 상점들에선 과거의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고, 전자기기를 사러 오는 사람들조차 만나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최신 기기와 부품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들러야 했던 이곳은, 이제 그 역할을 잃고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그나마 있던 몇몇 방문객은 대부분 서비스센터를 찾거나, 중고 기기 거래 목적으로만 용산을 찾고 있었다. 방문객 C 씨도 전자기기를 사러 온 것은 아니었다. 그는 “LG전자 서비스센터를 찾아왔는데, 이마저도 이전했다”며 “이제 전자상가에 올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발길을 끝으로, 용산 전자상가는 다시 적막 속에 잠겼다.
과거의 용산 전자상가는 사람들이 직접 발품을 팔며 전자제품을 구경하고 구매하던, 활기찬 중심지였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그 역할과 위상도 달라졌다. 이제 용산 전자상가는 전자제품을 구매하는 설렘이 가득한 장소라기보단, 인터넷에서 주문한 물건을 전국 각지로 보내기 위한 물류 집하장에 가까웠다.
그나마 주문 고객 중에선 용산 전자상가를 일부러 찾는 이도 가끔 있다고 한다. 온라인에서 원하는 제품을 구매한 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받아보거나 양품인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를 제하면 상가는 포장 박스와 뽁뽁이로 가득 찬 광경이 익숙해졌다.
비록 고객들이 안겨줬던 예전의 활기는 사라졌지만, 용산 전자상가는 저 나름대로 여전히 전자제품 유통의 대표 집결지 기능을 하고 있었다. 그 의미가 활기찬 시장에서 물류의 중심으로 변모했을 뿐, ‘용산=전자’ 공식은 여전히 유효한 듯 보인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좌우명 : Hakuna mat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