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이사회-정부, 후계자 찾기 딜레마…지배구조 개혁史② [옛날신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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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이사회-정부, 후계자 찾기 딜레마…지배구조 개혁史② [옛날신문보기]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5.02.27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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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이복현 금감원장이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복현 금감원장이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은행 지배구조 개혁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면 차기 은행장을 어떤 방식으로 선출하는가는 항상 주요한 화두였다. 1980년대 들어 사실상 정부 소유로 인식되던 은행의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이는 더욱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

앞으로 전국의 모든 시중은행장은 정부의 개입없이 주주대표 등 10명 이내의 의원들로 구성되는 은행장 추천위원회에서 토론과 토결을 거쳐 선발된다. (중략) 재무부는 당초 은행장 선출방식을 △현행방식유지(이사회 선임) △확대이사회를 통한 선임 △전직 은행장 지명 △추천위원회를 통한 선임 △주주들에게 인사권 이양 등 여러 가지로 검토했다

-<매일경제> 1993.04.20. 은행장 ‘추천위’서 자율 선출-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은행장 추천위 제도가 도입됐지만 해당 제도는 도입 3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는다. 전현직 임원의 행장 자리 나눠먹기 등 폐해가 드러나면서다. 이는 은행장 추천위원회 구성원(총 9인)으로 전임행장 몫이 3자리나 배정됐기 때문에 불거질 수 밖에 없던 문제였다.

전현직 은행장 등이 참여해 새 은행장을 뽑은 은행장 추천위원회 제도가 폐지되고 대주주 소액주주 공익대표로 구성된 비상임이사회 중심의 이사회나 경영위원회가 신설된다. (중략) 재경원 이윤재 은행보험심의관은 “지난 93년 도입된 은행장 추천위제도가 은행장 낙하인사를 막는데는 성공했으나 은행임원끼리 은행장을 돌아가며하는 폐단을 초래하고 자율 경영체제를 세우는 데는 미흡했다”며 “금융시장 개방을 앞두고 주주들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은행장에 대한 경영감시기능을 높였다”고 개정취지를 설명했다.

-<동아일보> 1996.09.07. 은행장 추천위 폐지-

하지만 은행장 추천위를 대신해 새 제도로 각광 받은 비상임이사회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은행장 선출 과정에서 관치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이에 따라 비상임이사회는 ‘거수기’라는 오명을 쓴 채 등장과 동시에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을 당했다.

은행장 후보 추천을 위한 비상임이사회가 정부의 노골적인 인사개입으로 들러리 단체로 전락하고 있다. (중략)지난 30일 열린 외환은행장 후보추천위원회(비상임이사회)는 당초 내부승진이 기대되던 박준환 조성진 두 전무를 행장후보에서 아예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진작부터 홍세표 한미은행장을 후임행장으로 낙점했기 때문.

-<동아일보> 1997.06.01. 은행장 파행인사 어디까지 “비상임이사회는 들러리”-

올해 새로 도입된 각 은행의 비상임이사회도 역시 현 은행장과 임원들의 뜻대로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임이사회는 기존의 은행장 추천위원회와 달리 현직 은행장의 입김에서 벗어나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은행장을 뽑아 은행의 자율성을 확립하자고 도입된 제도. 하지만 새로 출범한 비상임이사들이 대부분 현 은행 경영진에 우호적인 인물이거나, 은행상임이사들이 추천한 비상임이사들이 이사회를 주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일보> 1997.02.16. 제구실 못하는 은행 비상임이사회-

행장 선임 과정에서 대주주와 현 행장이 갈등을 빚는 상황도 발생했다.

충청은행 은행장과 이사 자리를 놓고 대주주인 한화그룹과 현행장 지지파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면서 결국 주주총회까지 열지 모하고 조기수습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고 있다. 부실경영 책임을 지고 시중은행장들이 줄줄이 자리를 내놓는 등 은행 경영권 구조조정이 한창인 가운데 여전히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매일경제> 1998.03.03. 주총 미룬 충청銀 파행 거듭-

특히 관치 논란의 경우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은행에 한해 경영개입을 공식화하면서 더욱 커졌다.

정부는 출자지원을 통해 대주주가 된 시중은행의 경영진구성에 관여키로 했다. (중략) 금융감독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13일 “정부가 3조2천7백억원의 공적작금을 투입해 지분율 90% 이상의 대주주가 된 상업-한일은행의 경영진 선임에 관여하지 않고 나중에 경영책임만 묻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가 비상이사회를 직접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1998.10.14. 상업-한일 비상임이사 정부가 직접 임명키로-

이같은 상황에서 당시 은행업 후발주자였던 신한은행은 상임이사회제도를 전격 폐지하고 비상임이사회제도에 힘을 실었다.

신한은행이 상임이사회를 폐지하고 상임이사 수를 현재의 9명에 3명으로 줄인다. 대신 비상임이사 6명, 사외이사 2명, 상임이사 3명 등 모두 11명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를 설치해 이사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 은행의 주요 의사결정을 신속히 처리토록 했다.

-<매일경제> 1998.11.03. 신한銀 내년 상임이사회 폐지-

이어 이듬해인 1999년에는 오늘날처럼 은행장과 이사회 의장을 분리선출하는 제도적 기틀이 마련됐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5일 “이사회와 집행임원을 분리하고 비상임이사 중심의 이사회제도를 채택하되 이사회 기능은 전략적이고 통제적 기능에 국한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중략) 이 위원장은 또 “비상임이사의 선임절차가 공식화돼있지 못한채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공식적이고 표준화된 절차에 의한 비상임이사의 추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1999. 02.05. 금감위원장 “은행 이사회 전략적 기능 국한해야”-

비상임이사회 제도 도입으로 학계 전문가 등이 이사회에 합류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상임이사들이 대거 물갈이되고 인원도 대폭 줄었다.

지난달 27일 한빛 제일 서울 국민 주택 평화 그리고 경남 등 7개은행이 주총을 마침에 따라 2일 열릴 예정인 충북은행을 남기고 17개 시중지방은행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모두 치렀다. 이번 주총에서 은행 지배구조가 크게 바뀌어 앞으로는 비상임 이사들이 실질적인 은행 주인으로 부상했다. 또 외환(이갑현) 신한(이인호) 한미(신동혁) 등 5개 은행장이 바뀌고 임원진은 비상근을 포함해 절반 이상 물갈이됐다.

-<매일경제> 1999.03.01. 17개銀 정기주총 마무리-

오늘날의 이사회 관련 지배구조 기틀의 완성은 2010년에 이뤄졌다. 당시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 및 금융연구원 등 관계기관 실무자로 테스크포스를 구성해 모범규준 마련을 했다.

이를 통해 총재임기간에 제한이 없던 은행권 사외이사의 임기를 2년으로, 연임을 포함해 총 5년으로 상한선이 마련됐다. 또한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는 원칙적으로 분리되지만, CEO가 겸직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명문화했다. 단 은행장 등이 이사회 의장을 겸할 경우 이 같은 사실을 공시하고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하도록 했다.

다만 모범규준 마련 후에도 정권발(發) 낙하산 인사 논란, 이에 따른 노조 반발 등 갈등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도 이사회 전문성 및 경영진 견제 기능 강화, 책무구조도 시행 등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금융지주·정무위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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