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방심이 대형사고로”…되돌아보는 교각붕괴史 [옛날신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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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방심이 대형사고로”…되돌아보는 교각붕괴史 [옛날신문보기]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5.03.10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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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건설재해사망자 1211명 달해
사고원인 부실시공·관리감독 소홀 등 지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지난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소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구간 9공구 천용천교 건설 현장에서 교량 연결작업 중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소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구간 9공구 천용천교 건설 현장에서 교량 연결작업 중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1994년 10월21일 오전 7시,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 압구정동을 연결하는 성수대교 상부 트러스가 붕괴됐다. 대교를 지나던 승용차와 버스가 한강으로 추락했다. 32명의 생명이 세상을 떠났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실한 시공과 땜질식 사후관리가 원인이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 부실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하지만 아직도 건설현장의 재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새 건설재해로 세상을 떠난 사람은 1211명에 달했다. 부상자는 3만340명. 매년 242명이 숨지고, 6068명이 다친 셈이다. 사망사고 원인으로 ‘떨어짐’이 가장 많았다. 이들은 깔리고, 물체에 맞고, 끼이거나 부딪혔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중이던 인부 4명이 세상을 떠났다. 6명은 중상을 입었다. 아직 진상규명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 관리감독 미흡 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해온 건설현장 붕괴사고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한 공사비 삭감과 품질 저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짧은 공사기간, 감리와 감독당국의 관리·감독 소홀 등은 반복적으로 지적된 문제들이다. 

2013년 12월 19일 오후 4시 15분께 부산 영도구 영선동 남북항대교 연결 고가도로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철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시스
2013년 12월19일 오후 4시15분께 부산 영도구 영선동 남북항대교 연결 고가도로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중 철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시스

2013년 12월19일, 부산 영도구 영선동의 남·북항대교 영도연결도로 공사현장에서 철골구조물 붕괴사고가 발생해 4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사고는 18m 높이의 상판에서 콘크리트를 붓는 작업중 발생했다. 

전조는 있었다. 사고 발생 5개월전, 영도 남·북항대교 연결도로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지역지를 통해 전해졌지만 시공사는 관리상의 문제일뿐 안전상 문제는 없다고 무시했다(2013년 7월 2일자 <국제신문>). 사고발생 이틀전, 현장인부가 상부에 지지대 뒤틀림 현상이 있음을 보고했으나 이 역시 땜질식 처방에 그쳤다. 

결국 붕괴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와 하도급회사 현장소장 2명이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 판사는 "SK건설과 하도급 업체인 삼정이 관계 법령이 정한 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았고, 동바리에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하였는데도 촉박한 공정에 쫓겨 안전조치 없이 임시방편에 불과한 보강공사만 하고 무리하게 콘크리트 타설을 하다가 동바리가 무게를 이기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현장소장, 공사부장, 감리원이 현장작업자로부터 동바리에 대한 문제점을 보고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작업인부 4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며 "안전에 대한 안이한 대처 또는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에 대해 엄정한 법적 책임을 지우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 2014년 6월 22일 자 <연합뉴스> ‘부산 영도연결도로 시설붕괴사고 현장소장 2명 실형’

지난 2017년 8월 26일 오후 3시21분께 경기 평택 팽성읍 평택호 국제대교 교각 상판 4개가 무너진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8일 오전 경기 평택 국제대교 사고현장에서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김상효(연세대 교수) 위원장을 비롯한 산·학·연 전문가들이 현장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 2017년 8월 26일 오후 3시21분께 경기 평택 팽성읍 평택호 국제대교 교각 상판 4개가 무너진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8일 오전 경기 평택 국제대교 사고현장에서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김상효(연세대 교수) 위원장을 비롯한 산·학·연 전문가들이 현장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2017년 8월 26일 오후 3시20분경,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신대리의 평택 국제대교(연장 1350m) 건설현장에서 상부 구조물인 거더 240m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 평택 국제대교 거더 붕괴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으로 설계 단계에서의 오류, 시공 과정의 부실, 그리고 감리의 미흡 등을 지적했다. 

강선이 배치되는 상부 슬래브 두께는 30㎝로 얇게 계획됐고, 공사 시방서에는 상부 공사의 주 공정인 압출 공정 관련 내용이 누락된 사실도 확인됐다.

시공단계에서는 이런 설계상 문제점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공사할 때 바닥판 슬래브 두께가 얇은 점 등이 확인되지 않았고 상부 거더 벽체 시공 이음부의 접합면 처리가 미흡했으며 시공 상세도와 다른 벽체 전단철근이 설치되기도 했다. (중략) 공사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지만 시공자나 감리자의 기술적 검토가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 2018년 1월 17일 자 <연합뉴스> ‘평택대교 붕괴 사고는 '설계·시공·관리 총체적 부실'’ 

 

지난해 4월30일,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 서해안 우회도로 고가차로 건설현장에서는 교량 상판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길이 50m의 교량 상판을 크레인으로 8m 높이의 교각 위에 옮기는 과정에서 와이어가 끊어지며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노동자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지난해말 시공사 현장소장을 포함한 사고 책임자 8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산업과 기술의 발전과 무관하게 건설현장에서의 재해는 반복되고 있다. 그 원인 또한 수차례 반복된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술적 문제를 넘어 안전문화 정착과 체계적인 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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